흔들리는 러브체인

얼마 전에 한 지인으로부터 러브체인 화분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언젠가 탐스럽게 잘 자란 러브체인 화분을 보고 ‘참 잘 키웠구나’ 하고 부러워한 적이 있었는데 나도 이번 기회에 한 번 잘 가꿔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동안 집을 떠나 연수를 다녀오게 됐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잎들이 몰라볼 정도로 잘 자라고 있었다. 긴 줄기들이 서로 엉켜 글자 그대로 체인을 이루고 각 잎들은 초록의 때깔을 마음껏 뽐냈다. 그러나 서로 엉킨 모습이 안쓰럽고 보기 좋지 않아 엉킨 줄기들을 실타래 풀듯이 하나하나 손으로 정리해 갔다. 그런데 줄기들은 떨어지기 싫은 듯 서로 꽉 붙들고 엉켜 있어서 나누기가 어려웠다. 억지로 나누는 중에 몇 개는 실수로 끊어지고 말았다. 나는 안타까웠지만 작업을 계속했다. 꽃이야 아파하든 말든 나 몰라라 하고 줄기 몇 개를 잡고 위에서 손사래치듯 설렁설렁 흔드니 엉킨 체인들이 모두 잘 풀어졌다.

 

문득 오규원의 ‘만물은 흔들리면서’라는 시가 생각났다.

 

엉키며 자연스레 자라는 러브체인

‘만물은 흔들리면서 흔들리는 만큼 / 튼튼한 줄기를 얻고 /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 살아 있는 잎인 것을 증명한다 / 바람은 오늘도 분다 / 수많은 잎은 제각기 / 잎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 들판의 슬픔 들판의 고독 들판의 고통 / 그리고 들판의 말똥도 / 다른 곳에서 / 각각 자기와 만나고 있다 / 피하지 마라 / 빈 들에 가서 비로소 깨닫는 그것 / 우리도 늘 흔들리고 있음을’

 

나는 긴 러브체인을 가지런히 흔들다가 오규원의 시처럼 만물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드는 것은 바람이다. 그 바람은 누구에게나 분다. 인간들에게도 마찬가지리라. 가만히 생각해 보니 흔들리면서 커간다고 마구 꽃줄기들을 흔든 나의 생각이 거칠었다고 생각됐다. 원래 러브체인들은 서로 엉켜 가면서 이리저리 꼬이기도 하며 사이좋게, 아니면 다투어 가면서 자라는 게 그들의 모습이라고 보는데, 인간인 내가 일방적으로 나 보기 좋으라고 가지런히 정리한 것이 아닌가. 그냥 있는 그대로 자라게 두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에게 보여지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의 생 자체에 있지 않은가.

 

장애학생도 고유 개성 중시 교육을

요즈음 특수교육현장에서는 장애학생이 사회구성원으로 바람직하게 살아가기 위해 통합교육을 실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통합교육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어 통합교육의 필요성은 거의 당위처럼 들린다. 그러나 장애학생들은 서로 엉켜서 살아가는 러브체인들이다. 이들에게는 그들만의 독특한 요구와 개성이 있으며 고유한 자아와 삶이 있다. 가만히 내버려 둬도 그들은 자기들의 방식으로 흔들리면서 줄기를 내린다. 우리가 이들의 고유한 개성과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통합교육이 좋다고 일방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 흔들리며 자라가는 꽃들을 억지로 풀고 가지런히 만드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학생들에게 주어진 통합교육의 현장이 또 다른 상처를 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교사 중심의 일방적인 교육에 그들의 자아가 다치지는 않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더디지만 자유롭게 잘 자라고 있는 꽃들을 흔들다가 줄기를 뚝뚝 꺾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장애학생들을 대할 때에는 그냥 내버려 둬도 어떤 형태로든 성장하는,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살아 있음을 흔들리며 보여주는 존재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는 제각기 잎을 엮어가는 이들과 함께 들판의 자유로운 바람을 가슴으로 크게 맞이하면 된다. 

 

김 우 자혜학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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