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성공의 징검다리

오늘도 허름한 차림의 소기업을 창업하신 사장님이 우리방의 문을 빼꼼 열고 애로 상담하려고 방문하셨다고 연신 인사를 하시며 미안해 하신다. 간혹 보는 광경이라 무심결에 “어떻게 찾아 오셨습니까?” 하며, 자리를 권해드린다. 차를 한잔 드리며, 마주대하고 앉아보니 얼굴의 굵은 주름과 손바닥의 굳은 살이 사장님의 살아온 인생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야기인즉 몇년 동안 개발한 특허를 갖고 조그만한 공장에 월세를 얻어 창업하였으나 사업을 하다 보니 자금을 구하기가 어려워 은행 대출금을 연체하게 되었고, 매출도 거의 없다는 말이다. 은행, 신보 등 자금 관련기관에 방문하여 상담하였지만 대출금 연체와 매출이 없는 관계로 모두 난색을 표한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어디 상담할 마땅한 곳도 없고 답답한 심정으로 경기지방중소기업청에 찾아 왔다고 한다. 참으로 난감하다.

 

일단 먼저 사장님의 하소연을 차분히 들어 주었다. 창업하여 사업을 하면서 겪게된 여러 가지 일들을 지나치는 주마등처럼 늘어놓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30여분을 자신의 일을 말씀하시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 보신다. 뭐라 먼저 설명해야할지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우선 사장님에게 위로의 말을 하였다. 그리고 연초 중소기업청에서 배포해준 ‘중소기업 성공 징검다리’ 책자를 한권 권하고, 정책자금의 일반적인 내용과 지원방법, 절차 등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다. 차마 말이 안떨어졌지만 먼저 연체를 갚아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사장님의 안색이 별로 밝지 못하다. 30여년간 중소기업 지원 경험으로 안내를 하였지만 오늘도 나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오늘도 또 한분의 사장님을 만족을 못 시켰다는 좌절을 느낀다.

 

매년 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청의 각종 지원시책을 경기도를 순회하며 30여차례나 설명회를 가졌지만 아직도 정부 지원시책을 한번도 받아 보지 못한 소기업들이 많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청에서 ‘중소기업 성공 징검다리’ 책자를 만들어 3천여권을 보급하였고, 중소기업청 전직원이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학습하라는 특별 지시도 있었다. 중소기업 지원시책에 전문가가 되라는 말이다.

 

중소기업청의 임무는 한마디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육성 발전시키는데 있다. 육성 발전의 주체는 중소기업청이고 객체는 중소기업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가르치는 선생님이 학생보다 더 뛰어나야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곳 경기지역 중소기업 현장에서 만나는 사장님들의 수준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향후 경제전망이 어떻고, 국제 정세가 어쩌고 저쩌고, 새로운 금융정책을 아느냐 모르느냐, 산업 공동화가 문제라느니 등등 저마다 식견과 일가견이 있다. 부끄러울 때가 많고 더 많이 공부해야함을 느낀다. 부족한 학생이 지혜로운 스승을 지원할 수는 없다.

 

우리는 중소기업 분야에서 프로가 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심부름꾼으로만 남는다면 그러한 심부름꾼은 시장에서 돈만 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중소기업 육성의 진정한 허브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프로가 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활화산 같은 열정 그리고 중단 없는 노력만이 프로를 보장해주고, 중소기업 성공의 징검다리로써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하겠다.

 

유지석 道중기청 창업성장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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