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유전자원에 주목하자

산업화 이래로 환경변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많은 동·식물 자원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멸종돼 가고 있다. 다양한 유전자원들은 그들 나름대로 진화과정을 겪으면서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해 왔지만 무분별한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환경 파괴, 번식력이 뛰어난 외래 도입종에 의한 도태 등의 원인으로 다양한 자생자원이나 각 지역의 토종자원들이 사라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곧 현재까지 형성된 환경적응인자 즉, 미래에 훌륭하게 이용될 수 있는 육종소재가 사라져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최근 새로운 흰잎마름병 병원균의 등장으로 벼 품종들이 대량으로 피해를 받아 수량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신종 병원균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농약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비용 혹은 처리시기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보다 근원적 처방은 새로운 병원균 저항성을 갖는 새로운 품종을 육종하여 활용하는 것이며, 이에는 다양한 유전자원 중에서 원하는 저항성 유전인자를 갖는 자원을 스크린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목적 형질을 갖는 유전자원을 조사하고 선별하는 방법은 실제 형질을 조사해 보거나 간접적 유전분석을 통하여 원하는 유전형질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전자가 정확성의 측면에서는 우수하나 조사해야 할 대상 자원이 많은 경우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유전자원들 중 유전분석을 통하여 필요한 자원을 1차적으로 선발하여 육종에 활용하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이처럼 유전자원의 가치를 따져본다면 첫째, 유전자원은 약 40억년 이상 지구환경 변화와 함께 선택과 도태에 의해 유전적인 변이가 집적된 생명체이므로 한번 사라지고 나면 두 번 다시 재생이 불가능하다. 둘째, 새로운 품종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형질을 가진 재료, 즉 유전자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의약품이나 기능성 물질의 대부분이 식물이나 미생물, 곤충과 같은 생물체로부터 유래된 천연물질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유전자원은 신약, 신소재, 기능성 식품 등 미래 녹색성장을 주도할 무한한 잠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는 사라져가는 유전자원들의 다양성 보존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미래 식량소재로서의 가치에 의미를 두고 현재 식물 종자, 사과나무와 같은 영양체, 미생물, 가축, 곤충 등을 포함해 약 27만2천점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세계 6위 수준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전자원을 이용해 지난 1970년대 ‘녹색혁명’을 통한 주곡 자급자족 달성을 비롯해 2007년까지 약 2천477개의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여 보급해 왔다. 현재의 종 다양성을 보존하면서 변화무쌍한 미래 환경에 대비하기 위하여 다양한 농업유전자원들을 지속적으로 수집·보존하는 한편 이들의 개별적 특성을 지속적으로 조사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병 저항성 등 개별 자원의 실측 특성조사뿐만 아니라, 분자표지를 활용한 유전분석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등 미래 농업의 유망 육종소재로서 보존돼 있는 유전자원들이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원이야말로 미래의 식량난을 해결할 열쇠이자 국가에게 엄청난 부를 창출해 줄 무한한 가치를 지닌 자원이라는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이런 유전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대단히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번 다시 재생이 불가능한 유전자원에 주목하여 많은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  김정곤 농진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