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는 국민들의 소중한 ‘알 권리’

국정감사에 대한 비판이 많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예년과 다를 바 없이 ‘졸속 국감’, ‘부실 국감’이라고 하며, ‘국감무용론’ 마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국정감사를 없앤다거나 하는 것보다는 보다 실효성 있는 국정감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국민들에게 더 이로운 것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지금의 국정감사 제도를 확보하기 위해 의회와 국민들의 적지 않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정감사는 제헌헌법에 근거를 두고 1949년에 최초로 실시되었으나, 1972년 박정희 정권에서 국감이 부패를 야기하고 관계기관의 사무 진행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삭제됐다가 강력한 행정부를 통제·견제하는 국민 권한의 하나로 1988년 부활됐다.

 

무엇보다도 국정감사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자신들이 부담한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자신들이 선택한 집권자가 제대로 국민의 의사를 쫓아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기회다.

 

이렇게 중요한 국정감사에 대해 왜 무용론까지 나오게 되었는가? 한편에서는 행정부의 무성의한 자료제출 등과 ‘하루만 넘기면 된다’는 땜질식의 안이한 대응이 문제라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정쟁에 치우치고 무책임한 발언에 급급해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일각에서 국감무용론의 근거로 제기되는 ‘국회의원들의 정쟁에 치우친 무책임한 발언’에 공감하는 편은 아니다. 국회의원들의 소양이 예전과 다름에 기대하는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요즘같이 각종 언론과 시민단체를 통해 방송과 인터넷으로 감시받는 상황에서 그러한 발언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유권자의 표심을 존립의 근거로 하는 선출직 국회의원으로서 다시 한 번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피감기관인 행정부처와 국회에서 채택된 증인들이 국정감사와 국회를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피감기관인 행정부처는 좀 얘기가 된다 싶으면 절대로 자료를 내놓지 않는다. 실제로 각 기관에서 제공한 수북이 쌓인 자료를 밤 새워 뒤져봐야 남는 것이라곤 이거 빼고 저거 빠진 알맹이 없는 내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인 불출석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필자가 속한 정무위원회의 경우 국정감사 전체를 종합해서 25%의 증인이 불출석했다. 국무총리실 감사를 한 10월4일의 경우, 총 12명 중에서 9명이 불참하였다. 다시 동행명령장 발부를 의결하였지만, 그 중 3명만 오고, 6명은 끝내 오지 않았다.

 

여기에는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던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과 이영호 전 대통령실 고용노사비서관 등 핵심 증인들이 포함돼 있었다. 사실상 제대로 된 국정감사를 할 수 없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불출석 사유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건과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국감이 시작된 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국외로 나갔다가 금융감독원의 중징계가 예상되자 국내로 들어왔다. 그러나 라 회장은 국감을 앞두고 다시 출국했다. 국감을 피하기 위한 의도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또 이영호 전 비서관의 경우 ‘공직 사임 이후 생계유지 등을 위해 다각도로 해외 진출 모색’이라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해외로 나갔다.

 

필자는 법 개정 등을 통해 국정감사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좀 더 명확한 사유가 아닌 한 행정부의 자료제출 거부나, 증인들의 불출석사유를 인정하지 않는 등의 법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행정부에 속해 있는 감사원의 일부 기능을 국회로 이관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국회가 제 역할,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들이 힘들게 얻은 소중한 권리인 국정감사가 실효성 있게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이득이 되고,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바라는 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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