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부치는 기후변화의 소고

가을이 만발(?)했다. 산마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었고, 들마다 누런 황금빛 결실이 풍성하다. 너도 나도 단풍놀이에 한창이고, 농부들은 가을걷이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산야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도 잠시일 뿐, 길어진 여름으로 빼앗긴 가을의 한편이 어느새 고개 들어 자리 잡은 이른 겨울에 그 자리를 뺏기게 될 터이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 메탄, 오존, 산화질소, CFCs 등의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면서 지구 복사열의 흡수가 과다하게 일어나 지구의 에너지 균형이 깨지게 되고, 이로 인해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이른바 지구 온난화 현상이 변화무쌍한 기후변화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에 따르면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는 홍수, 폭우, 태풍을 포함한 극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폭우 빈도 역시 대부분의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다. 또 이상 기온이 나타나 해양 생태계 및 농업 생산 지역이 이동하고 병충해가 늘어나는 등 자연생태계의 질서가 파괴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00년간의 평균기온이 1.5℃ 상승했고, 특히 2000~2009년 평균기온은 0.5℃가 높아졌다. 2100년까지 평균온도가 약 4℃ 상승할 것이고, 2020년대 5%, 2050년대 7%, 2080년대 15%의 강수량 증가와 함께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약 8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기상청과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한반도 평균기온이 6℃ 상승할 경우 금세기말 우리나라 기존의 산림생물들이 고사되거나 고립되는 등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 상태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태백산과 소백산 인근 내륙지역을 제외한 남부지방 전역과 경기, 충남의 서해안 지역이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하루 1000㎜ 이상의 비를 뿌리는 강한 태풍이 잦아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계절적 주기도 변하고 있다. 1920년대에는 겨울이 11월 하순부터 3월 중순까지 4개월 정도 지속됐지만 1990년대에는 12월 중순부터 3월 상순까지 약 3개월로 1개월 정도 짧아졌다. 반면 여름은 1920년대에는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이었지만 1990년대에는 5월 하순부터 9월 하순까지 길어졌다. 또 지난 겨울의 잦은 폭설에 이어 올봄의 이상저온 현상과 여름철 폭우·폭염은 우리에게 기후변화를 실감케 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 내일로 미뤄서는 안되는 이유다.

 

조금만 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자. 나부터 시작해 보자. 내 가정, 내 직장에서부터 출발해 보자. 우리 일상 생활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산림을 보호하는 것, 이것이 지구 온난화 방지의 첫 걸음이다. 먼저 환경 친화적 상품으로의 소비양식을 전환해 보자. 에너지효율이 높거나 폐기물 발생이 적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 다음 에너지와 자원절약을 실천하자. 가정 및 직장에서의 냉난방 에너지 및 전력의 절약, 수돗물 절약, 차량 공회전 자제, 대중교통 이용, 카풀(car pool) 활용, 차량 10부제 동참 등의 노력과 참여가 필요하다. 그리고 폐기물 재활용에 적극 참여하고,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적극 나서자. 나무는 이산화탄소의 좋은 흡수원이다. 소나무 1그루는 연간 5㎏의 CO₂를 흡수한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생활 속의 지혜,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 강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가을이 오면···’이라는 기다림으로 설레는 마음을 얘기해 왔고, 늘 새롭게 다가오는 가을의 향취를 그리워해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감정에 파고드는 이러한 낭만적 시각에 어쩌면 마침표를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 기후변화로 인해 오늘 느끼는 가을과 내일 느껴지는 가을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황경철 동남보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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