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에서 전쟁으로 가는 대북정책

북한의 붕괴가 목표, 방법은 ‘안 퍼주기’.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내린 정의에 따르면 “목표는 ‘상생공영’이고, 그것을 하는 방법은 ‘비핵 개방 3000’이고, 그것을 하는 협상전략은 ‘그랜드 바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목표는 ‘북한의 붕괴’이고, 방법은 ‘안 퍼주기’이고, 협상전략은 ‘항복 없이 협상도 없다’는 것이다.

 

그 증거를 협상전략이란 것부터 짚어보자. 역대 정권의 남북 당국간 회담 개최 건수나 합의서 건수를 보면 박정희 대통령 당시 111회/13건, 전두환 22회/1건, 노태우 164회/26건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지금까지 12회/1건이 전부이다. 즉 협상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 다음 방법이라고 하는 ‘비핵 개방 3000’을 보게 되면, 이는 처음부터 방법이 될 수 없는 일종의 궤변이다.

 

방법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비핵 개방 3000’에는 이미 목표가 들어가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한 것만으로 이미 노벨 평화상을 받았는데 이는 핵이 없는, 즉 비핵 상태가 세계평화의 절실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정부의 대북정책은 이 목표를 앞에 세워놓고 다시 그걸 방법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으로 앞뒤가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목표라고 하는 ‘상생과 번영’을 보더라도 이해할 수가 없다. 지난 8·15 기념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세를 걷자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지금 남북협력기금이 1조 원 이상 쌓여 있다. 그런데 기금의 집행률을 보면 2009년엔 8%, 2010년은 3%대였다. 1조 원씩이 넘는 남북협력기금은 쌓아만 두고 뜬금없이 통일세는 왜 걷자는 것일까?

 

필자가 보기엔 북한이 붕괴할 때를 대비해, 즉 흡수통일이 갑자기 왔을 때 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붕괴하는 게 어찌 ‘상생번영’이겠는가?

 

필자가 보기에 ‘북한이 스스로 항복하기 전에는 어떤 대화도 교류도 않겠다. 그래서 북한이 붕괴하도록 고립시켜야 한다’는 것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의 효과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은 착착 강화되어 3차 핵실험이 강행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남한이 외면하는 사이에 북한의 대중(對中) 의존은 점점 심화되어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8월 방중 했을 때 후진타오 주석으로부터 쌀 50만 톤을 지원받기로 했다는 도쿄 신문의 보도가 나왔다. 이러다가 북한이 중국의 동북 3성에 이어 동북 4성으로 편입되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 그리고 한국 정부의 강력한 대북제제 기조 때문에 6자회담이 계속 안 되면서 미, 중, 러, 일 사이에서 남한만 점점 고립되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 효과도 없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퍼주기’도 안 되지만, ‘굶겨 죽이기’도 안 된다는 점을 서로 인정했으면 한다.

 

현재 북한에 굶주리는 영유아들이 250만 명이라고 한다. 그 기아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WFP라는 국제기구가 나서 모금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반면 지금 우리에겐 남는 재고 쌀이 150만 톤이나 있어 농민들이 떨어진 쌀값 때문에 이만 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

 

필자는 지금이라도 현 정부가 북한에 쌀을 지원하길 진심으로 호소한다. 그렇게 하면 필자는 물론 야당이 앞장서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할 용의가 있다. 핵 폐기를 위한 북한의 실질적 이행조치도 야당이 앞장서 촉구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수정권이 대북정책을 유연하게 풀고, 진보정권이 오히려 북한에 대해 엄격한 민주적 가치의 잣대를 들이대는 모습을 함께 국민에게 보여주었으면 한다.  김부겸 국회의원(민·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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