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지구 옛집 살리기

4대강 살리기 문제로 여전히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이 국가적 사업은 우리나라의 주요 하천인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에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고 만성적 홍수와 기후 변화에 대응하면서 하천을 건강한 문화 생태공간으로 회복해 국민 삶의 질 향상,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사업인데 왜 반대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계속해서 걷잡을 수 없게 논란이 계속되는 걸까. 4대강을 죽이자는 것도 아니고 살리자는데 어찌 보면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반대하는 측의 논리도 만만치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살리기’ 이면에 죽어가는 것을 간과하면서 성급하게 정치 논리로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막대한 기대 효과도 있지만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제기와 오히려 하천 생계계 파괴와 환경문제, 인근 주민들에게 미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제기하는 것이다.

 

한탄강 ‘도롱이 집’ 이주 프로젝트

 

한때는 거대한 수력발전소가 발전과 개발 성공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전 국토에 막대한 숫자의 댐 건설로 인해 조상 대대로 삶의 터전이었던 마을은 수몰되고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지면서 고향도 잃어버리고 더욱이 과거의 아름다운 삶의 양식과 문화적 전통은 모조리 새 것으로 대체돼 바람직한 의미의 삶의 공동체는 대부분이 파괴됐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가옥만 새로운 장소에 해체·복원됐을 뿐 일반 주민들의 가옥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기억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댐 건설, 수몰, 보상, 집단 이주 등 일련의 절차가 진행됐지만 사라지는 것들과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주민들의 정서적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는 정책적 관심과 배려가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개발에 대한 환상은 사업이 끝나고 나면 밝혀진다. 원주민들은 모두 소외되기 때문이다.

 

원주민 정체성 살리는 뜻깊은 시도

 

최근 경기도 북부에는 한탄강 댐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탄강 홍수 조절 댐 건설이 완공되면 수몰되는 포천시 관인면 중리 마을도 역시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자발적 의지와 지역의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매우 의미 있는 일이 성사돼 가고 있다. ‘도롱이 집 이주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도롱이 집 이주 프로젝트는 새로운 것을 위하여 옛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옛것을 그대로 살려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수몰지에 있는 50년 된 근대 가옥인 일명 ‘도롱이 집’ 집단 이주지인 교동장독대 마을. 주민들이 한 평씩 기부한 마을 공동부지를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 나서 해체·복원, 마을 공동체 활동의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도롱이 집은 마을회관의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으로, 주민들의 생활 역사를 담은 각종 전시, 문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사전 단계로 수몰지역에 있는 빈 가옥을 교동마을문화기록관으로 개조해 이주 전까지 주민들의 각종 생활 자료를 비롯해 마을 경관, 역사 등의 소중한 자료를 지역 예술가들의 작업으로 기록·보존·전시하게 된 것이다.

 

지난 17일 그 작업이 결실을 맺게 됐다. 2012년 앞으로 ‘도롱이 집’이 교동장독대 마을로의 해체·복원작업이 마무리되면 이주민들의 역사와 미래를 연결하는 지역의 새로운 삶의 공동체 거점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사라져 가는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도 매우 값진 교훈을 남겨주게 될 것이다. 과거 없이 미래를 이야기하는 우리에게 과연 미래는 무엇일까.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지역의 예술가 박이창식씨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들린다. “옛것은 보물이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기획학과 교수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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