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가 대세다. 인간사회의 무궁한 발전과 미래를 위해 자연과 전통문화를 잘 보호하면서도 경제 살리기를 동반해 진짜 사람이 사는 따뜻한 사회,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슬로시티 운동의 목적이다.
슬로시티 운동이 우리사회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최근 유행하는 것이 도보여행이다. 제주도의 올레길 같은 경우는 지난해까지 약 25만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누구나 한번쯤 걸어보고 싶은 길이 됐다. 시간이 된다면 필자 역시 꼭 한번 걸어보고 싶은 마음인데 이 같은 마음이 어디 나뿐이겠는가.
그동안 대한민국의 이미지는 ‘빨리빨리’란 말로 대변될 만큼 속도를 강조하는 나라였다. 언젠가 해외 여행지에서 ‘빨리빨리’라는 단어를 원어민이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슬로우’다. 최근 국토해양부에서는 슬로시티 운동 확산에 따라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느끼고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누리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누리길’ 사업은 개발제한구역을 시민 여가를 위한 공간으로 제공하고, 개발제한구역의 중요성을 체험하면서 보전정책에도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 내고자 마련됐다.
개발제한구역은 오랫동안 시민들의 접근이 제한된 공간이란 폐쇄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동안 이러한 개발제한구역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최근 슬로시티 운동과 도보여행이 확산되면서 국토해양부가 지역 주민과 도보여행자들을 위한 친환경 산책탐방로인 누리길을 조성하게 된 것이다.
누리길은 지역주민들의 이용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제한구역 안을 관통하는 도넛 모양을 기본 콘셉트로 한다. 노약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경사도가 낮은 평지 위주로 하고 기존의 산책 탐방로를 활용하는 등 개발을 최대한 배제해 친환경적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끊어진 길은 잇고, 주민지원사업 예산을 지원해 산책로 주변에 화장실·쉼터·이정표를 설치하며, 산책로 주변의 창고 등 훼손된 지역은 훼손지 복구 및 매수토지 사업을 통해 녹지 등으로 복구할 계획이라 한다. 또한 누리길의 이용을 높이기 위해 산책로 주변의 각종 유적지, 명소 등을 하나로 엮어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게 하 전체적인 총괄과 조정역활은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되 산책로 조사 및 제안, 탐방 프로그램 제공 등 실제 세부적 추진은 해당 지자체가 맡아 추진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하니 보다 더 현실적으로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누리길이 완성되면 개발제한구역은 더 이상 폐쇄되고 비밀스럽게 감춰져 있던 곳이 아니고 지역주민과 도보여행자들을 위한 여가공간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해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누리길이 유적지와 명소를 하나로 엮어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게 되는 날 필자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느끼고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김 춘 식
경기도 지역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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