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예찬

비빔밥이 인기다. 비행기 기내식으로 제공돼 탑승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한국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반드시 맛보아야 하는 음식이 됐다.

 

비빔밥의 장점은 첫째 맛이다. 큰 그릇에 밥과 나물을 비롯한 여러 가지의 반찬을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곁들여 비벼 먹으면 밥과 반찬을 따로 먹는 것보다 확실히 맛이 더 좋다. 각 반찬들의 고유한 맛과 향이 어우러지며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새로운 맛이 생겨 입맛을 한층 더 돋운다. 두 번째로 소화가 잘 된다. 일단 맛이 있으면 몸에서 잘 받아들이고 소화액이 잘 분비돼 소화가 잘된다. 세 번째로 야채를 많이 먹게 돼 성인병 예방에도 좋고 혈액순환이 잘되며 체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대한민국의 발전은 실로 눈부시다. 불과 60년 전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IMF외환위기 당시 불과 100억 달러도 안되던 외환보유고가 3천억 달러에 육박하게 됐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며 전 세계가 놀라워하고 있다. 게다가 G20 의장국으로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선진국들이 수백 년에 걸쳐 이룬 성과를 수 십 년 만에 이룬 것이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 열심히 일을 했고 빠른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빨리빨리 문화가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조금은 거칠지만 빠르게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됐다. 정상에 올라갈 때까지는 길을 따라 앞만 보고 달려가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산업 분야에 따라서는 이미 정상에 서 있는 부문이 많다. 정상에서는 더 이상 따라갈 곳이 없다. 어디로 갈 것인가 스스로 방향을 정해야 한다.

 

이 대안을 비빕밤에서 찾으면 어떨까?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 전혀 새로운 맛을 창출하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비빔밥 사고를 잘만 활용하면 앞으로 우리 나라가 새로운 도약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지금은 ‘퓨전’ 즉 융·복합 시대이다. 퓨전 레스토랑, 레스 호프 등 융·복합 형태가 무궁무진하다. 융·복합의 원조가 바로 비빔밥이다. 자원은 유한하나 창의는 무한하다. 모든 문제를 시간과 비용을 적게 들이고 한정된 자원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비빔밥 만들듯이 더하고 곱하기를 하다보면 답이 혜성처럼 나타난다.

 

농사도 전통적인 방법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접목 해 보자. 나무에 막걸리도 먹여 보고 황토를 넣기도 하고 퇴비도 만들어 보자. 배와 사과와 감을 접붙이면 어떤 맛이 날까? 모든 경제 주체들이 빨리빨리 문화를 넘어서 비빔밥 사고로 무장하여 더하고 곱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궁리를 하다 보면 새로운 퓨전물들이 점점 확대·재생산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지 않을까? 조상의 지혜를 상기하며 건강에 좋은 비빔밥을 맛있게 먹자. 

 

구자대 농협구미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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