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태어난 고향에 애착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나 내겐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고향인 안성에서 태어나서 자란 데다, 20여년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고향주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그분들의 도움으로 국회의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안성은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와 돌멩이 하나까지도 사랑스러운 곳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안성은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안성 시민들은 설마 안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지만, 안성을 잘 모르는 분이 의외로 많다. 특히 안성과 안산을 혼동하는 경우가 잦다. 안성이야기를 하면 “아, 안산이요, 저도 가봤습니다”라고 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니 안성이 어떤 고장인지 제대로 알리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안성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출퇴근하며 고속도로변의 ‘지구보다 큰 생각’이라는 화성시 홍보 광고를 본다. 참신하면서도 진취적이고 뇌리에 남는 표현이다. 이처럼 안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재치 있는 문구를 고민해 왔다.
현재 안성시는 ‘장인의 혼이 살아 있는 문화예술의 도시’로 시를 소개한다. 안성은 안성맞춤의 근원이 된 유기와 남사당을 비롯한 전통예술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인의 혼’은 도자기로 유명한 이천 등과 차별성이 없고, 문화예술 도시도 전국에 한둘이 아니다.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안성만의 특징을 담은 문구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안성맞춤’이라는 널리 알려진 브랜드도 있다. 누구나 다 아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안성을 설명하기에는 막연한 감이 없지 않다. 특히 안성이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그 좋은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1년 이상 고민한 끝에 두개의 문구를 직접 만들었다. 바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안(安) 매력 넘치는 마법의 성(城)’과 ‘당신께 맞춥니다, 안성’이다.
안성은 산과 들 그리고 호수와 하천이 어우러져 포근한 인상을 주며 무엇보다 자연재해가 없다. 또한 다른 지역은 특산물이 한두 개에 불과하지만 안성은 천혜의 자연 환경과 비옥한 토질로 인해 잘 안되는 농산물이 거의 없다. 쌀·쇠고기·포도·배·인삼 등 5대 농특산물은 농산물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휩쓸고 있으며, 닭·돼지·오리·양봉 등 모든 동식물이 잘 자라는 축복받은 고장이다. 또한 호수를 비롯하여 자연환경이 수려하며,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다. 예로부터 삼남의 문물이 모이는 물류 중심지였기에 조선 중기 전국 3대 시장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전통이 있기에 그만큼 영웅들의 스토리도 많다. 어사 박문수가 과거를 보러가던 길에 꿈에 본 시제로 장원급제하였다는 몽중등과시가 전해져 오는 칠장사가 있고, 3·1운동 전국 3대 실력항쟁지라는 충절의 역사가 이어져 온다. 스무 살 때 안성에 와서 평생을 대한민국에 바친 안성 포도의 전래자 앙투완 공베르 신부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듯 벗겨도 벗겨도 끝을 모르는 양파처럼 그 매력이 샘솟는 고장이 바로 안성이다. 그래서 안성은 매력 넘치는 마법의 성이다.
그리고 ‘당신께 맞춥니다’는 ‘안성맞춤’에서 한걸음 나아간 미래지향적인 표현이다. 안성이 가진 보수성과 배타성을 탈피하고 이제는 ‘나’와 ‘안성’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안성과 인연을 맺는 ‘당신’과 함께 새로운 ‘우리’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안성에 이사 온 주민, 그리고 새로 입주한 기업들을 따뜻하게 맞고 함께 안성의 내일을 기약하자는 뜻이다.
수십년 전만 해도 나라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대한민국이 올림픽과 월드컵을 통해 세계에 알려지더니 급기야 G20 의장국으로 지구촌을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안성도 이제 안성의 매력과 저력을 제대로 알리고, 그 자부심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기를 기원한다.
김 학 용
국회의원(한·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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