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처리 뒷이야기

민원 처리는 국회의원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며, 억울한 처지에 있는 국민을 돕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책무다. 물론 이미 행정 절차가 종료되었거나 국회의원의 권한을 넘는 민원도 많다. 그렇지만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민원은 국정감사 아이템으로 발전하거나 제도 개선과 입법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국회의원의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사회가 투명해지고 행정이 체계화되면서 과거 방식대로 민원을 해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또한 민원의 종착역이 국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하다하다 안 되는’ 민원이 국회로 온다는 점도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그래서 민원을 해결하려면 먼저 법규를 꼼꼼히 살피고 문제점을 분석해야 한다. 근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당국을 설득하지 않으면 오히려 창피를 당할 수도 있다.

 

지난 2009년 정부의 하천 정비사업으로 안성천의 평택시 구간에는 자전거도로가 건설 중이지만, 안성시 구간에는 설치될 계획이 없으니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이대로라면 평택에 있는 안성천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다 안성시 경계를 넘으면 도로가 끊기는 상황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공사가 시작된 2008년에 자전거도로는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절반씩 들여 건설하기로 돼 있었다. 재정이 비교적 나은 평택시는 비용 절반을 부담할 수 있었지만, 안성시는 열악한 재정 여건 탓에 자전거도로를 포기한 것이었다. 결국 예산이 없어 자전거도로를 못 만들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날 수 없었다. 혹시 당국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답변할 수도 있기에 보좌진으로 하여금 관련 사업 지침과 서류를 넘겨받아 검토하게 했다. 또한 유관 기관 관계자와 전문가를 만나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상의했다. 자료를 검토하고 제보를 모으던 중 뜻밖의 사실을 확인했다. 2008년과 달리 2009년부터 자전거도로를 전액 정부 예산으로 건설하는 것으로 사업 지침이 변경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평택도 시 예산을 한 푼도 안 들이게 된 것이었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평택만 국비로 자전거도로를 만들어주고 동일 사업 구간인 안성에는 안 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그 결과 안성에도 국비로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주겠다는 당국의 약속을 얻을 수 있었다.

 

안성 공도지역 영농보상 건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유지에서 농사를 짓다 정부 사업으로 영농 허가가 취소된 농민 중 일부가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이다. 상황을 확인하니 보상을 위한 법률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고민 끝에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를 활용하기로 했다. 권익위 결정은 권고 사항으로 행정기관이 수용할 의무는 없지만 국민 권익 보호를 우선시하므로 전향적인 결정이 나올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오랜 협의 끝에 당국도 권익위에서 주민에 보상하라는 권고가 내려지면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보좌관으로 하여금 주민들의 권익위 진정서 작성을 지원하고, 주민과 함께 권익위를 방문하여 상담을 받도록 했다. 또한 주민 입장이 반영된 안성시와 관계 당국 의견서를 권익위에 제출토록 했다. 두 달여 심의를 거친 후 드디어 주민에 보상하라는 권익위의 행정 권고를 얻을 수 있었다. 민원 제기 후 무려 8개월 만의 일이다.

 

국회의원의 권위로 민원을 해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철저한 분석과 아이디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문제를 푼다는 끈기가 필요하다. 민원 처리는 녹록하지 않으나, 민원이 해결돼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 그간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그러나 상당수 민원이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원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과만 보고 민원인이 서운함을 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나의 민원이 처리되기까지 많은 땀과 시간이 필요하며 모든 민원이 다 해결되지 못하는 현실을 주민들이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또한 민원인이 신뢰를 보내고 힘을 보탤 때 국회의원은 더 많은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김학용 국회의원(한·안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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