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는 방법

연초부터 ‘행복’이 화두로 등장했다. ‘행복하세요’ 라는 덕담에서나 익숙하던 ‘행복’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핵심 가치로 등장하는 느낌이다. 주요 신문과 방송에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도를 평가하고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는 특집들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보도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도가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도심 거리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 덴마크 국민은 93%가 삶에 만족한다고 대답했지만, 우리 국민은 5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우리 국민의 절반이 ‘불만’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

 

높은 행복도는 덴마크만의 일은 아니다. 다른 매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캐나다 90%, 호주도 80%가 넘는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우리보다 못 산다고 생각하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의 행복도가 우리나라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 국민의 절반이 불만에 빠져있는 한국 사회, 대체 어떤 차이가 이런 행복도의 차이를 가져왔을까?

 

브라질의 경우 그들의 국민성에서 이런 차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카니발 축제만 보더라도 느껴지는 그들의 낙천적인 문화는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의 경우 개발도상국의 특징인 많은 성공의 기회와, 사회를 지탱하는 종교적 신념이 이들의 행복을 높여줬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가 작고 강한 나라의 모델로 삼았던 덴마크의 경우에서 행복의 답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덴마크는 유럽 북구에 위치한 인구 550만 정도의 소국이다. 복지 강국 덴마크는 국민소득 5만 불이 넘는 선진국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90% 이상이 행복하다고 답한 행복도가 높은 국가이다. 덴마크 국민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가족과 이웃들과의 높은 유대감을 통해 만족을 느끼는 삶을 살고 있다.

 

불만 상태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는 어떤 상황일까? 우리 국민들은 계속되는 경쟁 속에서 살고 있다.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치열한 경쟁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은 아니다.

 

대학 진학만을 보더라도 상위 20개의 대학에 진학하는 수험생은 전체의 7.4% 뿐이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처우에서 차별을 받는 비정규직 비율이 50%를 넘었다. 신규 채용 중 80%는 비정규직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53%의 국민이라도 행복하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자위해야 하는 것인가?

 

덴마크의 높은 행복도의 원인을 인종의 차이나, 문화의 차이보다는 복지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한다. 덴마크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있는 복지강국이다. 이런 사회 안전망 속에서 덴마크 국민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버는 일,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일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 불필요한 경쟁 과정에서 모든 에너지를 써버리지 않고, 가족과 이웃과 함께 하는 시간을 중요시 한다. 정해진 시간을 즐겁게 일하면서 충분한 생산성을 내고 있다.

 

복지제도가 완전해질수록 사람들은 나태해지고, 생산성은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80년대 초반 영국의 대처 총리는 영국의 비생산적 ‘영국병’의 원인을 높은 수준의 복지제도로 보고 이를 폐지한 바 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복지제도의 폐지가 영국의 발전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않다. 영국 국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졌고, 더 불행해졌다.

 

복지는 단순히 어려운 사람을 구제해주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복지다. 최근 복지에 대한 논의들이 구체적 성과를 거둬서 우리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기원한다.

 

정장선 국회의원(민·평택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