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100년만의 한파라고도 한다. 추위가 계속되면서 묵은해의 잔설이 굳어만 갈 뿐 녹을 줄을 모른다.
작년 12월8일 예산안과 법안의 날치기 처리 이후 계속돼 온 정치권의 한파도 이 추운 날씨처럼 싸늘하고 매섭다. 서민들의 생활을 위하는 정치, 모두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 늘 다짐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는 정치현실이다.
설 연휴 전후로 지역구인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상가, 시장 등을 방문하면서 많은 분들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고단한 삶의 현장에서 지쳐있는 국민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주민과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바라고 있는지를 새롭게 느끼고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만나 뵙는 분들마다 “이구동성으로 서민들 좀 먹고 살게 해 주세요”, “살기가 어렵다,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말씀들이었다. 그런 말씀을 들을 때면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돈 없고 힘 없는 서민들은 물가대란, 전세대란, 구제역대란, 일자리대란으로 유난히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설이 지나도 물가는 계속 치솟고 있다. 정부가 물가를 3%로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한지 한 달도 안 돼 1월 중 물가상승률이 4.1%에 달했다. 전셋값은 2009년 3월 이후 23개월 연속 상승해 비수기인 1월에도 0.9%나 올랐다. 경기도는 더욱 심각해 전셋값 상승률이 1월 한 달간 상승폭으로는 2002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강을 앞둔 경기도내 대학 캠퍼스 주변에서는 대학생들이 잠 잘 방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구제역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졸업 시즌이지만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속이 타들어 간다. 경기도의 경우만 봐도 작년 청년실업률이 9%에 달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작년 연말 저소득층, 어르신, 아동, 장애인, 농·어민, 중소기업에게 돌아가는 예산을 대폭 삭감한 예산안을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하더니, 설 연휴가 지나고서는 국민들은 관심도 없는 개헌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민생은 뒷전이다. 설에 찾은 고향에서 “헌법을 바꾸지 않아 못살겠다”는 하소연이라도 들은 것일까.
작년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는 책 제목 그대로 지금은 ‘공감의 시대’라고 말한다. 인류의 역사는 공감을 서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으며, 신앙의 시대와 이성의 시대를 거쳐 공감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차가운 올 겨울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어 있는 우리 정치권에 가장 필요한 것도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오천년 우리 역사의 전성기를 연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소개한 책 ‘세종처럼’에는 소통하고 공감하는 정치의 모범이 잘 나와 있다.
세종대왕은 소통하고 공감하는 리더였고, 헌신하는 리더였으며, 국민을 하늘과 같이 섬기는 리더였다. 소통과 공감의 중심에는 기득권층이 아니라 백성, 즉 국민이 있었다. 국민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반대파와도 늘 소통하고 토론했다. 절대적 권력을 가진 왕이었음에도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며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함께 의논하자”고 했으며, 설정된 목표에 왜 도달해야 하는지,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어떤 파국을 맞게 되는지 일깨우며 ‘함께’ 일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글 창제, 측우기와 해시계 발명 외에도 반대자를 설득해 인재로 등용하고, 여성을 위해 여의사를 선발해 교육시키고, 노비들에게 100일간의 출산휴가를 주는 등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을 추진했던 세종대왕의 리더십은 50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정치인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신묘년인 올해에는 우리 정치도 토끼의 큰 귀로 많이 들으면서 서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길 바란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찾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세종대왕처럼 서로 소통하는 정치, 공감의 시대에 어울리는 공감의 정치 문화를 이루어나가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이찬열 국회의원(민·수원 장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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