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상상을 초월한 지진과 쓰나미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일본의 이번 대참사를 통해 사전대비와 대책수립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우리 농업 역시 한-미 FTA나 한-EU FTA 등 시장 개방으로 수입농산물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 놓이면서, 우리 농산물 생산량 문제를 놓고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 농업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비하여 효과적인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 행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서두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민주·공화 양당의 의원들도 농산업에 있어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을 예상해 비준에 협력할 것임을 표명하였다.
미국, 네덜란드 등 농업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농가는 경영규모가 작다. 그렇다고 단기간 내에 농가경지의 규모나 경영규모를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FTA가 체결되고 농산물시장이 개방된다면 우리 농업이 받을 영향은 일본열도에 밀려든 쓰나미처럼 농업생산기반의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농업과 농민의 힘을 키우고 튼튼한 제방을 쌓아 피해를 최소화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 농가가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응하여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의 소규모 가족농업에서 기업마인드가 스며든 강한 농업경영체로 육성돼야 한다. 기업마인드를 가진 농업경영체인 햇사레 복숭아는 농가경영·재배·APC관리·판매 정보 등을 압축한 ERP 시스템과 4개 농협을 통한 APC 상품화로 복숭아 외의 품목과도 연계가 가능한 농업 브랜드이다. 우렁이 농법으로 비료와 살충제 없이 유기농 농사를 하여 웰빙 트랜드에 맞춘 소기업형식의 농장들도 등장하였다. 이들과 같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과 정보소통을 지원하고, 이들이 생산한 상품이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까지도 접근할 수 있도록 유통과정을 지원하여야 한다. 농업인이 창조정신과 도전정신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체질을 갖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첨단기술 제공과 제도적 지원에 농정의 방향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현장지도 전문가의 역량 강화와 국가 관련기관들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술만으로는 농가소득을 올리기 어려우므로 농산물에 다양한 형태의 가치를 더하고, 변화하는 시장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와 시장의 변화로부터 농업인이 고립되어서는 안된다. 빌게이츠 부부가 약25억 달러의 거액을 출연하여 세운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은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와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투자되는 동시에 소규모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시장까지 잘 전달되어 소득증대로 연결될 수 있는 프로세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농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의 농업 생산성 프로그램은 한국 농업에 귀감이 될 만하다.
농산물 시장개방이 우리 농촌에 새로운 기회의 물결이 될 수 있도록 첨단농업기술 개발보급은 물론 소규모 농가들이 기업적 경영마인드를 갖춰서, 작지만 맵고 강한 농업경영체로 육성하여야 한다. 미래의 녹색혁명이 소농들에 의해 이뤄질 수 있도록 농업경영체의 역량 향상에 필요한 교육과 기술의 제공이 필요하다. 더불어 우리만의 차별화된 기술력과 마케팅 역량 등 핵심역량을 강화해 비록 규모는 작지만 지속적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강소농으로 거듭나기 위한 유비무환의 자세가 돋보여야 한다. 지금이 바로 이 일을 서둘러야 할 때다. 김용환 농진청 농업과학원 농업생명자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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