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중독’에 빠지는 건 어떨지?

얼마 전 ‘강원랜드’ 도박중독센터의 전문위원을 만났다. 카지노 출입이 과도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내국인 출입 카지노 허용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지만 도박중독에 빠져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국가에서 도박을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사람의 욕구에는 재물에 대한 욕구, 명예에 대한 욕구, 성에 대한 욕구가 있다. 이러한 욕구보다 한 번 맛을 들이면 좀처럼 헤어나기 어려운 게 도박에 대한 욕구다.

 

‘중독’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로 나온다. 사전적인 의미로 한정해 보면 중독은 결코 반가운 단어가 아니다. 논어의 선진편(先進篇)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말이다.

 

운동 등 긍정적 의미 중독도 있어

 

흔히 중독하면 도박중독, 게임중독처럼 부정적인 의미가 크게 부각되지만, 긍정적인 의미의 중독도 있다.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개운하지 않아하는 운동중독도 있다. 등산, 마라톤, 자전거, 골프, 스포츠 댄스 등 그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즐기는 정도를 넘어서 완전히 그 안에 푹 빠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행복한 중독이다. 이와 못지않게 문화생활의 재미에 빠져 사는 사람들의 수도 않다.

 

레저생활로 타는 자전거의 가격이 2천만 원에 이르는 해외 브랜드가 있다고 한다. 이 자전거는 2백대 한정으로 생산했는데 그중 150대를 우리나라 국민이 구입했다고 한다. 이 정도 되면 운동 중독을 넘어 브랜드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것 중 하나가 핸드백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한테 자신의 사회적 수준이나 취향을 쉽게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 시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의 가격은 매우 한정 적이다. 해외에서 핸드백 같은 명품을 구입해 갖고 들어오는 사람들 중 제대로 세관에 신고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슈퍼스타코리아 선발대회,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오페라 스타를 TV로 보면서 문자메시지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시청자가 늘고 있다. TV는 그저 바라만보는 수동적인 형태의 문화향유 대상이었는데, 정보통신의 발달로 쌍방향 의견교환이 가능해졌다. TV를 시청하면서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들이 탈락하면 아쉬움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거나 심사과정의 부적절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단순한 TV시청자가 아니다. 해당프로그램에 중독된 ‘프로시청자’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행복한 중독으로 삶의 질 높였으면

 

70~80년대를 대표하는 ‘세시봉’ 친구들이 TV에서 방송되면서 낙원상가의 기타 가격이 덩달아 올랐다고 한다. 이른바 ‘후쿠송’이라고 불리는 아이돌 음악에 싫증난 사람들이 아날로그 음색의 어쿠스틱 기타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색소폰을 배우는 중년들도 최근 3년 동안 엄청난 속도로 증가했다. 중독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만, 그 중독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라면 한번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삶의 질이 조금 더 높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문화중독’에 한번 빠져 보는 것은 어떨지?

 

한범수 한국관광학회장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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