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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산본한방병원
최근 병원마다 디스크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얼마 전 병원을 찾은 정모씨(44·여)는 요통을 가볍게 생각해 차일피일 미루다가 허리디스크란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수술을 권했고 다음날 정 씨는 바로 입원을 했다. 평소 낙천적인 성격을 지닌 그였지만 수술이란 누구나 그렇듯 두려웠다. 수술날짜를 잡고 나니 불안한 마음에 몸도 말썽을 부렸다. 오래 앉아있는 건 물론이고 간단한 보행조차 힘이 들었다. 빠른 속도로 몸의 균형이 깨져갈 쯤, 지인으로부터 침도요법을 소개받고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산본한방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2차례의 침도시술만으로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치유되었다.
전통적인 한의학 치료도구인 ‘침도’(針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 침이 해부학적 수술요법과의 절묘한 결합으로 만성 연조직 손상과 일부 골관절 손상 후유증으로 인한 조직유착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중국 산서성에서 세계중의약학회연합회가 주최한 ‘제4회 국제 침도의학 학술교류대회’에서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태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 호주 등지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침도학’의 이론과 임상적 고찰이 소개됐다.
한국대표단장인 이건목 침구학회장(원광대 산본한방병원장)은 국제학회 부주석 자격으로 침도기를 수여받은 자리에서 “한국 내 공식 침도의학회 창설과 신 치료기술의 등록을 수행하겠다”며 “교과서 내 한 기술부위로 수록할 것”이라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침도요법은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빠른 치료법이다. 시술시간도 20분이면 충분하고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가 있다. 이건목 원장은 ‘침도시술 2천회’를 돌파해 나름의 명성이 높고 치료법에서 의학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한다.
침도요법은 1990년대 중국중의연구원장이며 교수였던 ‘주한장’에 의해 개발됐다. 중국 전역에서 알려진 이 치료법이 국내에 소개됐다. 바로 이건목 원장에 의해서다. 침도요법에 쓰는 침은 일반 침과는 달리 끝이 수평하고 칼날 형태를 지녔다.
시술용 침은 우리 몸의 뼈를 제외한 연부조직(근육, 인대, 힘줄)의 유착을 풀어주기 위해 다년의 연구 끝에 제작된 것이다.
“사실 저희 병원이 쓰는 침은 조금 덜 날카롭습니다. 환자들을 배려해 끝을 더 부드럽게 다듬었거든요. 그만큼 강력한 효과를 보려면 침 또한 발전해야 합니다”
이 원장은 오랫동안 굳어져 있던 연부조직을 풀어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침도요법의 원리라고 설명했다.
국내서 ‘침도시술’ 최고의 권위 20분이면 충분 바로 ‘일상생활’ 흑자경영으로 한의학계 ‘새바람’
침도요법은 시술 후에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전혀 지장도 없을 뿐아니라 적게는 1회, 많게는 3회 정도면 치료가 끝난다고 한다.
물론 디스크 수술 전에 침도요법으로 치료하면 좋지만, 이미 수술을 한 환자들이 후유증 완화를 위해 한방병원을 찾는다.
올 초, 2차례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김모(80) 할아버지가 한방병원을 찾았다. 그는 2차례 수술에도 불구하고 허리와 다리의 통증이 지속돼 심할 때는 왼쪽 다리가 발바닥까지 저리고 당긴다고 했다.
김 할아버지는 침도시술을 받고 50%이상 호전돼 퇴원했다고 이 원장은 말했다.
그는 “침도요법은 막힌 곳을 풀어 기혈을 순조롭게 해 자연 통증이 제거 되는 것”이라며 “목이나 허리가 손상되거나 관절에 염증이 생겼을 때, 혹은 수술 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라고 했다.
목이나 허리디스크는 평소 생활습관만 바꾸어도 병을 면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목 디스크는 현대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병으로 알려졌다. 예방은 자신의 어깨 높이 정도의 베개를 사용하는 게 좋고 수면 시 가능한 팔을 올린다거나 엎드린 자세는 피하는게 좋다. 여름철 장시간 에어컨 사용도 목 디스크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또 직업병처럼 따라다니는 허리디스크는 비만이나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들의 고질병이라며 유산소 운동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너무 과한 운동은 피해야 하지만 경보, 수영, 등산 등으로 ‘강한 허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또 허리뼈를 받쳐주는 근육인 복근과 신전근(등쪽)을 강화시켜주는 운동을 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하는 식사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이 원장은 강조했다.
원광대 산본한방병원은 개원 후 지속적인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 의료법 개정으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국내 한의학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다른 병원과 달리 양·한방 협진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50여명의 직원들이 1인2역 또는 1인3역을 하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방병원은 기존의 침도요법을 더 나은 치료법으로 개발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국가 연구개발과제인 ‘근골격계 질환의 침구임상 진료지침 개발’에도 몰두하고 있다.
각각의 한의사마다 그 치료법이 비방으로 전해져 오다보니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한의학계의 풀어야 숙제로 남아 있다. 한의학이 지금보다 발달하려면 표준화된 한방 고급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의학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이건목 원장은 대한침구학회장, 대한한방병원협회 부회장, 국제침구학회 부주석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각종 해외 연구 세미나 등으로 여름휴가도 반납했다고 한다.
이건목 원장은 “이제 활동영역을 넓혀 서울이나 미국에 있는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침도요법을 제공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군포=이정탁기자 jt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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