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전국 200여개의 대학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립대학뿐만 아니라 사립대학까지를 포함한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감사 인력을 동원해 대학의 재정운용전반에 걸친 특별감사를 한다는 것이다. 마치 대학이 최대의 비리와 부패의 온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
대학 재정운용 특별감사 우려
등록금 문제가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부담이 된지 오래이지만 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을 들고 나온 것 자체가 무책임하고 대책이 없어 보인다. 재원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인 인기를 의식한 정책이 일파만파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감사원까지 대규모의 감사반을 편성해 대학에 대한 전방위 감사를 하겠다고 하니 이를 우려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감사원이 대학에 대해 전면적인 감사를 하겠다고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물론 일부 비리사학의 문제를 밝혀내 마치 대학 전체가 부패 덩어리인 것처럼 포장해 한탕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건전한 사학의 권위와 품위까지도 손상시켜 대학교육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일부 비리사학 문제는 감독관청인 교육부와 검찰이 의지만 가졌으면 충분히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라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감사원이 사립대학에 대해서도 감사를 하는 것이 감사원의 존재 의미에 부합하는지에 관련된 것이다. 헌법 제97조는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국가기관과 국가관련단체를 피감기관으로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끊임없이 감사대상을 확대해 몸집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 세계에 유래가 없이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대학에까지 감사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나 대학자치는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실시해 선거를 의식한 정치감사 내지 기획감사였다는 비난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사립학교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하겠다고 하니 그 정치적인 계산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자율성 훼손하는 처사
우리나라 감사원은 어느 나라 감사원보다도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감사원은 회계감사에 그친다. 우리나라의 감사원은 회계감사는 물론 공무원에 대한 감찰권까지 가지고 있다. 각 부처가 가진 인사권은 무력화된다. 감사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정책감사를 하겠다고 한다. 각 부처의 정책은 감사원의 정책방향에 맞추지 않을 수가 없게 되어 감사원은 사실상 모든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대학을 포함한 모든 피감기관의 정책을 총괄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감사원이 국립대학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감사를 한다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더구나 사적자치에 맡겨야 할 사립대학의 경영에까지 전면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감사원의 발상자체가 매우 위험스럽다.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도 거의 하지 않으면서 감사는 전면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사립대학을 국가의 하부기관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는 사적자치나 대학자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반헌법적인 발상이다. 사립대학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지원받은 부분에 한정해서, 그것도 비리 혐의가 뚜렷한 경우에 한정해서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감사를 하는 것이 옳다. 대학이 마치 부패덩어리인 것처럼 요란하게 전면적인 감사를 벌이겠다고 공언하는 것 자체가 감사원을 시류에 편승하는 정치기관화하는 것이 된다. 이 기 우 경실련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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