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마당연극

연극이 사람들의 일상 공간, 야외로 나왔다. 현대 연극축제에서 말이다. 도시문명의 발달과 함께 연극이 기존의 공연 장소인 극장으로 찾아오는 관객을 대상으로 발전해 온 사실을 상기할 때, 매우 이례적인 변화이다. 그렇지만, 연극의 본류와 관련해서 생각을 해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본래 연극은 놀이에서 시작되었다는 ‘유희(遊戱)기원설’과 자연과 신에게 드리는 제사의식에서 기원을 찾은 ‘제의(祭儀)기원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모두 삶의 현장에서 연극이 시작되었음을 확인해 주는 대목이다.

 

연극이 야외로, 거리로 나왔다는 사실은 공간적으로 폐쇄적인 극장 건물로부터 개방적인 야외 공간으로 이동한다는 점 외에도, 극장에 잘 가지 않거나 가기가 쉽지 않은 관객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는 의미, 사회적 또는 정치적 이슈들을 결합시키려는 움직임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보인다. 195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이러한 움직임은 서양에서 ‘거리극’이라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현대 야외연극의 큰 줄기를 이루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천의 한마당축제와 안산의 국제거리극축제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상으로 나온 연극무대

 

한편, 1970년대에는 자생적인 한국의 야외연극인 ‘마당극’이 탄생했다. ‘마당’과 ‘극’의 합성어로 마당은 극장이자 놀이가 벌어지는 ‘판’의 개념을 담고 있다. 마당극은 4·19혁명과 5·16 군사정변 그리고 한일수교 등을 거치면서 형성된 민주주의 의식과 민족의식을 담아 대학연극반에서 시작되었다. 연극적 양식은 탈춤을 근간으로 하면서 판소리, 풍물 등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전통연희를 활용하였고, 서양의 사실주의·서사극·표현주의 등 여러 극 양식을 결합했다. 무대가 가운데 위치하고 관객은 무대를 싸고 둘러앉는 원형극장의 구조적인 특징을 가지는데, 이는 원시 놀이판의 전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구조에서 느낄 수 있듯이 무대의 개방성과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소위 ‘열린 형식’의 마당극에서는 관객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탈춤·판소리·인형극·풍물 등 대부분의 전통연희에서처럼 관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개입을 전제로 배우와 관객이 함께 연극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판소리의 추임새나 배우와의 대화, 극중 인물로 참여하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관객의 참여와 개입은 마당극의 가장 큰 특징으로, 연극이 진행되면서 관객들은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와 함께 호흡하고 참여하는 주인공이 된다.

 

마당극의 주요 소재는 반외세 문제, 농촌문제, 노동문제, 도시빈민문제, 여성문제, 환경문제 등 주로 현실적인 사회 부조리와 구조적인 병폐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시대의 정치적 쟁점들과 사회분위기가 점차 바뀌면서 마당극도 1990년대 이후 크게 위축이 되었다. 그 원인으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형식주의 경향, 운동성의 강조로 인한 예술적 완성도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관객중심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올 여름 수원에서 펼쳐지는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야외 연극의 모습을 다시 고민하면서 보다 확대된 우리 시대의 마당을 마련하려고 한다. 국내외 거리극을 비롯하여, 국내의 마당극 전통을 이어가며 오늘의 문제를 연극적으로 재창조하는 열다섯 개의 마당극 공연과 화성을 배경으로 현대적인 형태의 무대를 만들게 될 행궁광장, 화홍문 무대 등이 그것이다. 야외로 나온 연극이 시민공동체 연극과 결합하여 시민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 갈 한바탕 축제가 기대된다. 예나 지금이나 관객이 연극의 중심에서 벗어나면 연극이 설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 대학원 교수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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