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리모델링 ‘수직증축’ 불허 배경·파장
정부, 경제성·안전성 담보 못해 “일반분양 허용은 형평성 위배”
연합회 “정밀진단 시행 우선” 정치권 “입법권 침해” 반발
국토해양부가 5개월간의 고민 끝에 결국 리모델링 수직증축과 가구수 증가를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기 신도시 주민들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수직증축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지만 정부는 결국 ‘바람직하지 않다’는 당초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신 국토부는 국민주택기금에서 공사비를 저리로 대출해주는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해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가 수직증축을 불허하기로 한 이유는 수직증축을 허용할 경우 아파트 구조 안전을 담보할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최근 이뤄지고 있는 리모델링은 구조물의 80~90%를 뜯어내 자원재활용 효과가 미흡하고, 재건축과 다름없는 비용이 투입돼 경제성도 낮은데다 리모델링에 일반분양을 허용할 경우 재건축과 비교해 형평성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인 단지는 180여곳, 12만9천가구에 달해 수직증축 불허에 따른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먼저 수직증축을 요구해 온 1기 신도시 주민들과 지역 국회의원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형욱 1기 신도시리모델링연합회장은 “정밀진단을 시행해 구조 안전성 문제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그때도 안전에 이상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 더는 요구하지 않겠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국토해양부가 구조 안전성 문제를 들어 수직 증축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토지주택연구원의 ‘공동주택 세대증축을 위한 구조안전성 확보 및 법제개편 방안’에 따르면 5개층 증축도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정부는 대신 국민주택기금에서 공사비를 저리로 대출해 주는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서민을 빚쟁이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반분양을 10% 허용하면 공사비가 30~40% 절감된다”며 “이러면 약간의 추가비용만 부담하면 리모델링 공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각 단지 조합장과 추진위원장 등과 협의해 대정부 투쟁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백성운 의원(한·고양 일산동)은 “국회에서 법률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국토부의 입장 표명은 무책임하고 부당한 입법권 침해 행위”라면서 “리모델링 법안을 반드시 연내에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리모델링 수직증축 문제에 대한 핵심은 구조안정성이며, 구조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한 허용해야 한다”면서 “실제 리모델링이 실시된 아파트 중에는 리모델링을 통해 내진설계 반영으로 구조안전성 강화된 곳도 많다. 수직증축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측(성남 분당을)도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손 대표는 4·27재·보선 당시 공약을 통해 “중산층 대표도시 분당의 명예를 회복시키겠다”면서 “자연친화형, 주민참여형 아파트 리모델링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했었다.
한나라당(위원장 이사철)·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 조정식)은 4·27 재보선을 앞두고 당시 경쟁적으로 리모델링 법안과 공약을 제시하며 표심흡수에 주력한 바 있기 때문에 정부의 리모델링 불허방침을 최종 발표할 경우, 여야를 초월해 반발이 예상된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은 ”수직증축이 불가능해지면 신도시 리모델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재건축 기준을 완화하거나 고층 아파트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주거환경 개선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이선호기자 jmkim@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