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4일, 정부는 2012학년도부터 전국의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주5일 수업제를 전면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주5일 수업제는 2000년대 초반 시범운영을 거쳐 2005년까지 월1회, 2006년부터 월2회 시행되어 왔는데, 이번 발표대로라면 내년 2012년에 ‘놀토’라는 단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주5일 수업제 도입을 위해 연간 205일 안팎으로 운영되던 수업일수(등교일수)를 OECD 평균 수준인 190일 이상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 과목별 수업시수는 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정해진 대로 유지되고 대신 수업일수 중 학교장 재량수업일은 현행 16일에서 20일로 확대되어 주5일 수업에 따른 학습 결손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주5일 수업제는 외국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사교육비 증가, 학력 저하, 토요 수업 대체 프로그램 부족 등의 이유로 주5일 수업제가 부작용을 낳고 있는 일본, 중국, 독일의 사례도 있지만 미국이나 프랑스의 경우처럼 성공적으로 정착된 나라도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1994년부터 주4일 수업제까지 시험 운영되고 있다.
사교육비 증가·나홀로 아이 우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주5일 수업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까? 이미 정부 발표 직후부터 반응이 ‘환영’과 ‘난색’으로 엇갈리고 있다.
우선 교원단체와 교원노조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낮추고 교사의 자기계발 시간을 늘린다는 점에서 환영의 뜻을 보였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경우 의견이 분분한데 자녀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반기는 학부모가 있는 반면 일부 학부모들은 양육 부담과 사교육비·학습 부담의 증가를 걱정하고 있다. 실제 발 빠른 학원들이 벌써부터 주5일 수업제 대비 토요일 종일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정부도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토요돌봄교실’ 확충, ‘토요 방과후학교’ 교과 프로그램 활성화, 학교 토요 Sports Day 운영, 지역사회 협력네트워크 구축, 초·중·고 예체능강사 1만7천314명 배치 등 성공적인 주5일 수업제를 위해 각종 아이디어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책들이 얼마나 내실있고 실효성 있게 준비되느냐이다.
토요 대체프로그램 철저히 준비
특히 ‘토요 방과후학교’의 경우 사교육 부담을 줄인다고 해서 교과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되며, 특기적성교육과 창조성을 길러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또 ‘토요 방과후학교’는 기본적으로 ‘수익자 부담’이 원칙이므로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예산 확보 노력도 병행해야 하고, 주5일 근무와 관계없는 30% 정도의 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해 ‘나홀로 학생’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대책도 필요하다. 또 공교육의 기회가 줄어드는 만큼 사교육 기회가 거의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과 농산어촌지역 아이들에게는 특단의 지원책을 마련해 교육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교육 양극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2학기부터 시·도교육청별로 초·중학교 약 10%에 해당하는 학교가 전면 주5일 수업제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시범운영을 통해 주5일 수업제에 적합한 교육과정 운영 모델을 개발하고, ‘토요돌봄교실’ 및 ‘토요 방과후학교’ 교육 프로그램 운영의 적정성을 진단하고 보완해 나가는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물론 이와 함께 그동안 ‘놀토’ 시스템에서 대체 프로그램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원인 분석과 함께 소위 ‘나홀로 아이들’에 대한 실태도 정확히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주5일 수업제는 학생 자녀를 둔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 패턴을 바꾸는 중요한 정책이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제발 이번만큼은 입학사정관제·교장공모제처럼 ‘급행 성과주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 당국은 시간과 성과에 쫓기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길 바란다.
박보환 국회의원(한·화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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