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하수시설 개선… ‘개정 하수도법’ 내년부터 시행
■ 주민들 시설비 부담 폭탄
환경부는 지난 2007년 10월1일 수질개선을 위해 기존 2개였던 개인오수처리시설 방류수 수질기준을 5개로 늘리도록 하수도법 시행규칙 3조를 개정했다.
개정 하수도법 시행규칙 3조는 방류수 수질기준 항목 중 기존에 명시됐던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부유물질(SS)은 각각 20㎎/ℓ에서 10㎎/ℓ로 2배 강화하고, 총 질소(T-N) 20㎎/ℓ 이하, 총 인(T-P) 2㎎/ℓ 이하, 총대장균수 3000개/㎖ 등 3개 항목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환경부는 하루 평균 처리용량 50㎥ 이상의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사용하고 있는 아파트, 학교, 골프장 등에 고도처리법이 가능한 공공하수처리시설로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올해 12월31일까지 유예기간을 적용했다.
하지만 아파트는 학교와 골프장 등 개·보수 비용이 시설 예산으로 집행되는 곳과 달리 모든 비용을 가구별로 떠안아야 한다.
실제 2005년에 준공된 평택시 포승읍 A아파트는 하수처리시설용량이 190㎥으로 개·보수 비용 9천여만원이 필요하지만, 아파트에 이를 지원할 만한 예산이 남아있지 않아 가구당 50~60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갑자기 막대한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 등에 예산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평택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시 예산으로 시설개선 비용을 지원에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며 “시에서는 이를 충당할 예산이 없어 환경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중앙부처는 시민을 직접 상대하는 곳이 아니라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2007년 법 개정 당시 5년이란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하는 만큼 불합리한 점은 없다”며 “우리나라의 수질보호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강화된 하수도법을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 주민들 “차라리 과태료 내겠다”
이런 가운데 개정 하수도법 시행 4개월여를 남았지만 개정 하수도법에 대한 홍보부족과 비용 문제 등으로 도내 시설개선 대상 아파트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 갈등이 커지고 있다.
도내 개인하수처리시설 개선 대상으로 선정된 아파트는 고양시, 성남시, 가평군, 양평시, 안성시, 여주시 등 20개 시·군의 중심이 아닌 도농복합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또 공공자금이 부족해 시설을 개·보수 할 수 없는데다 도심 지역 아파트와 달리 공공하수처리시설로 바로 연결되는 하수관로 설치도 어렵다. 예산 지원, 하수관로 직관 설치, 유예기간 연장 등의 요구가 거센 이유다.
“건설당시 해당 법에 따른 시설물… 국가 예산지원이 마땅”
일부 주민 ‘홍보 부족’ 주장… “과태료 내고라도 버티겠다”
환경부“전국적인 문제… 특정지역 지원은 법 형평성 위배”
지자체 “일정부분 지원·유예기간 연장외엔 해결방법 없어”
외곽 지역에 자리한 이들 아파트가 인근 하수처리장이나 하수처리 주 관로로 이어지는 직관을 설치하려면 시설 개·보수에 비해 5~6배가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한편 도로 굴착, 되메우기 작업 등이 필요해 시간이 오래걸리고 관계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평택시 A아파트는 공공하수처리시설 설치와 공통주택내 하수처리시설 개선지원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지난 6월10일 환경부, 경기도, 경기도의회, 평택시, 평택시의회 등에 제출했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 박모씨는 “환경정책 수립·시행에 앞서 주민들의 현실적 문제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며 “당장 시설을 개·보수 하더라도 2년마다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부품을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시설개선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이어 “건설 당시 해당 법규에 따라 건축된 시설물에 대해 1억여원의 돈을 들여 시설을 바꾸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을 시행하려면 이에 맞는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개정법의 유예기간 등의 내용과 관련, 관리사무소에만 통지가 돼 주민들은 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어 홍보 부족으로 인한 피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개선 대상으로 선정된 화성시 우정읍, 매송면 등 19곳 아파트의 경우가 그렇다. 신남동 B아파트의 경우 관련 통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내더라도 시설 개선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우정읍 C아파트는 관리소장 조차 하수도법 개정에 따른 하수처리시설 개선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반면 비용 부담이 개인에게 분배되는 아파트와 달리 공공기관인 안성 D대학은 하수처리시설 개선을 하지 않을 경우 벌금이 부과되는 만큼 올해 초 예산 심의를 거쳐 교내 4개동 건물에 6억여원의 예산을 책정, 시설 착공을 앞두고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1년에 두 번 현장점검에 나갈 때마다 담당자에게 공문을 전달하고 개선해 줄 것을 안내했다”며 “관심도가 떨어지는 하수처리시설이다보니 관리자들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대상 아파트는 건설 당시 분양가에 공공하수도설치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원인자부담금으로 설치되는 하수처리시설 개·보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도민들의 민원을 이해하고 도에서도 대략적인 예산을 산출해 환경부에 지원해 줄 것을 건의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국가, 지자체 주민 지원은 요원
아파트 주민들은 가구당 수십만원을 당장 부담해야 하는 개인하수처리시설 개선과 관련, 환경부 등에 예산 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하수도법 제32조에 따라 개인하수처리시설에 대한 설치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10억원 미만으로 한정된 예산은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등에 위치한 도내 시·군의 대상 시설에만 지원 가능하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올해 12월31일까지 개정 하수도법에 따라 개인하수처리시설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수질개선명령 행정처분과 함께 100만~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1차 처벌을 무시할 경우 관리자인 관리사무소장과 입주자대표에 형사처벌이 가해진다.
하지만 이같은 패널티 적용에도 아파트 주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들어 해당 예산 지원 없이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원일 전국아파트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는 법 개정을 명분으로 경기가 어려워 단돈 몇 푼이 아쉬운 주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며 “해당 법안을 재개정 하거나 국가에서 일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이상 해결책은 없다”고 주장했다.
오세호 경기도의원(민·평택3)은 “전국적인 문제이다보니 1개 지자체에서 이를 지원할 조례를 제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할 형편이 안되는 만큼 국가 재원으로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개정 법규 내용에 따라 이미 시설을 개·보수한 아파트도 있다”며 “법의 형평성에 맞게 특정 지역에 예산을 지원하거나 유예기간을 연장해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기획취재부=장혜준기자 wshj222@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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