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공정 사회 구현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와 임시일용직 근로자를 합쳐 약 870만명이 열악한 근로조건에 놓여 있다.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정규직 근로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고용보험엔 3분의 1, 국민연금에는 절반 이하만 가입한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강조했으며,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 및 시정 절차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사회보험 적용 대상 확대 등 비정규직 사회안전망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을 위한 OECD 사회정책 보고서’에서 비정규직 차별금지정책을 강화해 불공정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고 적합한 훈련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사회보험제도를 통해 비정규직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제정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비정규직 고용을 폭넓게 허용하되 사후적으로 남용을 방지하고 차별을 규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사후적으로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한 이런 방식은 실제로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1년 동안 고용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정규직보다는 질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가 더 빠르게 늘고 있으며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도 정규직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남용을 방지하고 차별을 시정할 실효성 있는 장치들이 빈약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시장경제원리에 대한 신뢰 과잉으로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감독과 관리가 소홀한 결과다. 또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부족해 마땅한 처방전이 나오지 못했다.

 

기업에서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이유는 경기변동에 따라 고용량을 조정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이다. 정규직은 단체협약에 의해 과도한 고용보장과 근로조건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비정규직 활용을 통해 해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이러한 필요가 여전하고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엄정 대처 의지가 부족한 것이 문제이다.

 

빠른 시일내 비정규직, 정규직 구분 없이 당사자 계약에 기초해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며 특히 정규직 보호 요건 완화도 필요하다. 기업의 합리적 인력 사용과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 전환도 요구된다.

 

또 비정규직의 직업능력을 키워주고 이들이 비정규직 함정에 빠지게 된 근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적은 보상이 문제지만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보상도 문제이며 노동시장 유연화와 병행하여 정규직 위주 노동조합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비정규직부터 줄여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확산을 막는 방안과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없는 업무를 지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 해소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정규직 채용 비중이 높은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며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 등도 필요하다.

 

기업이 비정규직 고용을 기피해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근로자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 징벌적 방식보다는 잘하면 혜택을 주는 시혜적 방식으로 가야 한다. 정책이 시장친화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채찍보다 당근이 먼저다.

 

비정규직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노동시장에 양질의 노동력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 국가의 노동인력은 그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적 관심과 배려,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공정 사회 구현은 허망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한양대 교수·㈔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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