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누비며 학교 홍보… 글로벌 명문대 만들기 ‘올인’
안재환 아주대학교 총장(61)은 지난 2월 제 14대 아주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안 총장은 취임사에서도 밝혔듯이 원칙과 소통 그리고 겸손이라는 세 가지의 기본방침을 내새워 학교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교내 전 구성원이 이 세 가지의 기본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직접 뛰며 온몸으로 전달하고 있다.
90년대 학생선발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맡으면서 아주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안 총장은 최근 아주대의 정체를 가장 아쉬워하는 사람이다. 이제 총장으로서 당시의 아주대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와 세계적 명문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취임하고 학기와 방학이 하나씩 지났다. 소회는.
지난 2월에 총장이 되었지만 워낙 이곳저곳으로부터 업무보고 받느라 한 달 이상이 소요된 것 같다. 보고받은 업무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학교 상황을 파악하느라 또 한 달이 지나갔고, 교수와 직원, 학생들과 집중적으로 만나느라 또 한달 그리고 이런저런 행사들 챙기다 보니 몇 달이 지나갔다. 벌써 6개월이라니. 세월 정말 빠르다. 질문에 답하다 보니 “이제 임기 3년 반 남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학교를 이끌어 가는 기본원칙. 또 바뀐 부분은.
겨우 6개월만에 기본원칙이 바뀌었다면 기본원칙이 아니다. 똑같다. 첫째, 최대한 원칙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원칙 안에서 혁신과 변화를 일구려 한다. 변화에는 갈등이 초래될 수 있는데, 그래서 둘째는 소통에 소홀하지 않는 것이다. 소통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셋째로, 총장의 권리는 위임받은 권리이므로 겸손을 잃지 않겠다. 이 세 가지 기본 방향이 총장 개인은 물론 학교 구성원 모두가 주어진 책무를 이행하는 좌표가 됐으면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소통’ 이다. 아주대학교 내부에 이미 여러 단과대학, 연구소, 센터, 학생, 교수, 직원 등 수많은 기관과 구성원이 있다. 총장은 이들 기관과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가장 현명한 길로 가자고 조정하는 사람이다. 똑똑한 사람이 많아서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볼 게 아니라, 이들의 지혜와 힘을 합쳐 웅장하고 힘 있게, 올바르게 가도록 돕고자 한다. 구성원 모두가, (개인으로서의) 혼자는 약하지만 (조직으로서의) 함께하면 강하다는 것을 느꼈으면 한다. 그래서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고, 지원을 부탁하고, 더 큰 꿈을 꾸기 위해서 이들과 진솔 되게 소통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의 성과를 꼽는다면.
기본적으로 대학교는 교육기관이다. 교육을 잘 시키는 대학으로 선정되면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리학교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주관하는 ‘교육역량강화사업’에 4년 연속으로 선정됐고,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이하 ACE사업)’에도 선정되었다. 이 사업들은 말 그대로 교육 잘 시키는 대학들을 선발해 격려하고, 지원해주는 것이다. 우리학교가 바로 이 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임기 6개월째… 4년 연속 교육역량강화·ACE 사업 선정 성과
원칙·소통·겸손 기본방침으로 모두와 힘 합쳐 학교 이끌 것
창의성 발휘할 수 있는 환경·민주적 경쟁 분위기 조성 노력
2013년까지 국내 ‘Top10’… 2023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 목표
지식경제부가 선정하는 ‘서울어코드 활성화사업’에서 우리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가 선정된 것도 경사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약 40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보장받게 된다. 서울어코드는 대학 컴퓨터정보기술 분야의 공학교육인증을 국가 간 상호 인정하는 국제 협의체로 IT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인재양성과 대학 IT교육의 품질을 강화하기 위해 활성화 사업을 시행중이다.
총장 개인의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 우연히 내가 이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사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펼친 교내 구성원들에게 그 공이 있다.
-ACE사업 선정은 2011학년도 상반기 대학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아주대의 선정이유는.
우리학교는 오래전부터 ‘교육’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오랜 기간동안 ‘교육’이라는 대학의 본질적 가치를 위해 묵묵히 준비해온 결과물이 바로 이번 ACE사업 선정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의 ACE사업명은 ‘다산(茶山)형 인재 양성을 위한 학부교육의 선진화’이다. 다산형 인재 양성을 통해 학부교육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산형 인재란 실사구시를 실천하는 융복합창조인을 말한다.
이번 사업선정을 마침표라고 생각치 않는다. 아주대의 교육에 대한 여건과 역량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았을 뿐이다. 앞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학부교육 선진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유난히 학생들과 어울리는 행사, 사진이 많다. 빵 나눠주고, 같이 청소하고, 맥주잔 기울이고… 의도한 모습인지.
그러고 보니 ‘가벼운’ 총장으로 비춰진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갑자기 든다. 그렇게 가벼운 사람은 결코 아니다.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 가식적으로 학생들과 어울린 것도 아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 학생들과 자꾸 어울리며 소통하려 한 것이 목적이라면 목적이다.
사실 내가 학부를 다닐 때에는 정말 재미없는 시대였다. 놀 거리가 없었고, 이야기 할 곳이 없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위해 공부하면서 느낀 바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교수나 총장이 학생들에게 있어 예의를 갖춰야 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귄위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오히려 같이 공부하고 토론하는 동반자와 같은 분위기랄까. 젊은 시절 내가 느꼈던 것을 40여년이 지나 총장이 된 지금 실천하려는 것 뿐이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교육기관의 장으로서 생각은.
참 어려운 질문이다. 한참 일할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못 구한다는 것이 정말 가슴 아프고, 교육기관의 장으로서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 못하는 것도 미안하다.
단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정부, 기업, 교육기관 등이 서로 협력해야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실업을 직면한 청년들에게는 대기업 일변도의 선호도를 조금 낮추고 자신의 적성과 커리어를 고려한 직장을 선택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당장의 연봉보다는 먼 미래를 보고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길을 택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고 현명한 투자가 아닐까 한다.
또 자신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학의 선택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고등학교에서 적성을 찾아 학교와 과를 선택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래서 우리학교 학생들은 적어도 신입생 때부터 자신의 적성을 찾아주기 위한 ‘진로설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 실현할 수 있도록 재학기간 내내 학교가 시스템적으로 (학생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끈질기게 괴롭힌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지 3년째인데, 지난해 교과부에서 발표한 정규직 취업률 통계에서 전국 대학들 중 10위권 안에 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얼마 전 구글이 모토로라를 사들이면서 삼성과 LG의 고전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조그만 벤처기업이 만든 안드로이드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그 발단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구글이 사들인 이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는 8명에 불과한 벤처기업의 작품이다. 삼성이 6년전 안드로이드의 제안을 뿌리쳤지만 이 거절로 인해 앞으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처럼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킨 안드로이드를 만든 이 8명은 왜 벤처를 시작했을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청년들을 탓하기보다는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우리나라는 한 번의 실패는 다시 회복하기 힘든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이 없이는 청년들의 창의성은 발휘되기 어렵지 않을까. 교육기관의 장으로서 청년들이 이런 창의성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민주적 경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장돌뱅이라는 재밌는 별명이 있더라. 무슨 의미인가.
90년대 학생선발본부장(현 입학처장)을 하던 시절에 워낙 현장을 누비고 다녀서 ‘장돌뱅이’라는 별명을 얻었었다. 총장이 되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요즘도 열심히 현장을 다닌다. 학교를 알리는 기회가 있으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직접 찾아 간다. 얼마 전에는 창원에 출장을 갔었는데 잠시 시간을 내 고등학교에 직접 찾아가 교장선생님과 진학지도선생님들을 만났다. 앞으로도 학교를 위한 일이라면 현장으로 여기저기 부지런히 다닐 생각이다.
-재임기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바람은.
전임총장님이 계실 때 ‘아주비전2023’ 비전선포를 했다. 오는 2023년에 개교5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3단계로 나눠 액션플랜을 세웠는데 그 중 하나가 2013년까지 국내 Top10 대학으로 재진입하는 것이다. 아주대는 역사가 길지 않다. 그러나 역량면에서는 이미 10대 대학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비전실현을 위해 10대 대학이란 목표를 세웠던 이유는 인식속의 순위도 그만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가 세웠던 비전달성을 위해 재임기간 Top10 재진입이란 목표를 꼭 달성할 계획이다.
총장 취임 이후에 이국종 교수의 석해균 선장 치료를 통해 아주대학교병원의 국민적 인지도 상승, ACE사업 선정 등 호재가 많았다. 시작이 절반이란 말이 있다. 좋은 스타트를 했기 때문에 이 분위기를 잘 살려서 끝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 사람들 뇌리 속에 국내 10대 대학으로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명관기자 mklee@ekgib.com
사진=하태황기자 hath@ekgib.com
WHO?
학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금속공학과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재료공학석사)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재료공학박사)
경력
아주대학교 공과대학 화공·신소재공학부 교수
아주대학교 입학처장, 교무처장
미국 Lawrence Berkeley Laboratory 연구원
고등기술연구원(IAE)연구위원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Visiting Scholar
학위 및 자문활동
미국 TMS(The Minerals, Metals & Materials Society)회원
대한 금속·재료학회 회원
(전)과학기술부 제2차 과학기술기본계획 추진위원
(전)과학기술부 제2차 과학기술기본계획 과학기술인력 양성 및 활용 위원회 위원장
(전)과학기술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
(전)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 민간협의회 위원
(전)교육과학기술부 제2차 이공계 인력 육성·지원 기본계획 총괄 기획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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