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농사짓기를 맺어주는 일들이 한창이다. 흔히들 ‘도시농업’이라 불리는 이것은 단독주택 옥상이나 아파트 베란다, 집주변 짜투리땅 등에서 심심풀이로 푸성귀를 키우는 것으로부터 동호인, 가족단위 주말농장, 귀농?귀촌인을 위한 예비과정에 이르기까지 그 계기와 폭이 다양하다. 최근엔 팜 스쿨(Farm School) 등 교육환경 인프라로써 학교텃밭의 보급과 도심 유휴지를 활용한 주민농원 조성 등 공공 부문과의 결합이 시도되고 있기도 하다. 거기에 더해 조금은 다른 이유지만 빌딩농업 또는 수직농업 등 첨단 엔지니어링 영역으로의 확산된 논의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에 발맞추듯 민간 부문 도시농업 네트워크 활동의 조직화와 함께 수도권 지자체를 중심으로 관련 조례의 제정이 속속 추진되고 있으며, ‘도시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의정 소식도 들려온다.
오늘날 도시와 농사짓기의 짝 맺기가 어색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도시의 터전을 닦는 최초의 몸짓이 어떠했고, 농사짓기의 근원적 동기가 무엇인지를 미루어본다면, 도시와 농사짓기의 엮어냄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바로 그런 연유로 인해 도시건 어디서건 ‘경작본능’의 발현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 갇혀 죽어가는 땅의 생명력을 살려낼 수 있다면, 그것이 경쟁과 효율, 시장만능의 사슬에 묶여 마디마디 끊어진 삶의 온전함을 이어줄 수 있다면, 우리의 도시는 한층 풍요로워 질 것이다.
도시에서 농사짓기의 이런 저런 움직임들을 보면서, 그 동안 비워졌던 한 부분이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그 채움 속의 빈자리에 눈길이 가게 된다. 농사짓기의 근간이 땅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듯이 도시농업 역시 땅으로부터 시작됨이 마땅하다. 그러려면 먼저 도시에 땅을 돌려주고, 그 땅이 숨을 쉴 수 있게 해야 한다. 도시농업이 도시텃밭과 다름 아닌 이유가 그것이다. 도시텃밭을 통해 회색의 조경과 조망권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껍질을 벗겨내고 사람과 도시의 오감이 살아 쉼 쉬는 생태문화 경관의 균형을 다시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도시농업이 사적 취향이나 관심, 특정한 목적에 한정된 도구적 수단을 넘어, ‘도시’의 인적, 물적 자원과 ‘농사짓기’의 경작 공동체 문화 자원이 통합된 문화적 확장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랬을 때, 자급자족의 온전한 삶에 기반을 둔 나눔과 소통의 생활문화 공동체 만들기로써 ‘도시에서 농사짓기’의 진정한 가치와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될 것이다.
나는 소망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근처 텃밭을 찾아 흙내음 맡으며 상추와 깻잎, 배추밭, 고추밭을 돌보고, 텃밭의 푸성귀를 모아 동네 분들과 가벼운 저녁참을 곁들여 세상살이 얘기를 나누는 그런 도시농부를 소망한다. 휴일엔 텃밭에서 아내와 작은 음악회를 즐기고, 아이들은 늦은 밤 그림자 연극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는 그런 도시마을을 소망한다. 가난하고 힘든 살림에도, 하루 세끼 왠만한 찬거리는 텃밭에서 마련할 수 있고, 늙고 병들어 먼 길 찾아오는 이 없어도, 텃밭 이웃을 사촌 삼아 지낼 수 있는 그런 삶의 텃밭을 소망한다. 박명학 예술과마을 네트워크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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