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손욱 서울대 차세대과학융합기술원 초빙교수

"사람의 강점을 보고, 주변에 단점을 보완할 사람을 배치하라"

“난 단점 없는데…. 자신의 단점은 생각하지 마요. 어차피 고쳐지는 것도 아닌데 생각할수록 손해에요. 그 시간에 차라리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더 잘하면 돼요.”

대화 첫 마디에 ‘나에게 부족한 것 하나 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호감 갖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가 한국의 ‘잭 웰치’, ‘혁신의 전도사’, ‘최고의 테크노 CEO’ 등으로 불리는 사람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손욱(66) 서울대 차세대융합과학기술원(수원 소재)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그렇게 말했다. 성공한 자의 자만이 아니라 최고의 리더가 되기까지의 경험을 응축시킨, ‘강점경영’으로 요약할 수 있는 그의 곧은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말이다.

-단점 대신 장점을 살려라. 강점경영은 무엇인가.

한 연구사례가 있다. 항상 잘한 일만 일기에 쓰게 하는 아이들과 잘못한 것만 기록하게 하는 아이들 그룹을 똑같은 조건에서 살펴봤더니 긍정적인 것을 쓴 어린이들이 잘 성장해서 일도 성공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한마디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면 된다는 것이 강점경영이다. 우리나라 역사에 이미 이 경영이론을 적용한 분이 있는데 바로 세종대왕이다. 세종은 이미 600년 전에 인간에게 장점과 단점이 있으니, 강점만 보고 일을 시키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 배치하는 방식의 경영을 했다.

-확고한 경영 철학을 저술뿐만 아니라 각계에 전파하고 있는데.

경영의 핵심은 ‘사람’이다. 다들 그렇게 말하는데 진짜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경영인을 제대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병철 회장은 ‘내 시간의 80%를 인재경영에 썼다’고 했고, 잭 웰치도 ‘70%를 썼다’고 했다.

근데 사람의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유능한 직원이 임원이 되어서도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삼성도 임원 되고 1년 만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

잭 웰치도 2천명을 골라서 수년간 전문가와 토론하고 분석한 후 그중에 고르고 골라서 회장을 선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한 사람씩 비교하면 IQ와 EQ 모두 뛰어난데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는 리더가 인재를 찾지 못하고 역량 발휘할 기회를 못 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회사를 키우면 그다음에는 인재를 키워야 하는데 자기 말을 잘 듣는 사람만 키우니까 결국 그 그릇을 벗어나지 못하고 대기업으로 크질 못하는 것이다.

강연에서는 이런 인재 경영에 대해 알려주고 실제로 뭘 해야 할지를 설명한다. 그것만 잘 이뤄진다면 우리나라도 4만불 시대, 국민이 행복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조적인 인재를 꿈꾼다면 가마니로 책을 읽어라’고 말했는데 그 이유와 손 교수만의 독서법이 있다면.

책에는 그 사람이 평생 살며 이루고 생각하며 생생한 경험과 실패가 녹아있다. 책 중에서 그냥 여기저기서 주워 나열한 쓰레기도 있지만, 많은 책이 한 사람의 지식과 지혜가 들어 있다. 특히 나는 책을 ‘가마니’로 읽으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깊고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조급하게 얕은 지식으로 결정하고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질이 있는데, 그것이 얼마 안 가 사회에 독이 된다. 사회 전체와 문화 및 조직 구조를 이해하려면 똑같은 사안을 두고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누구든지 자기 분야에서 사회에 기여하려면 해당 부문의 책 100권을 읽어야 한다. 세계로 나가려면 500권이다. 자기 분야의 선배만 쫓는다면 그 사람을 뛰어넘지 못하고 거기에 머물게 된다. 나는 주로 차에서 읽는데 마누라가 말리고 책을 숨겨도 꼭 읽는다. 같은 분야의 책을 읽을 때 처음에는 속도가 느리지만 한두 권 보면 공통되는 부분이 많아지면서 속독이 된다. 최근 독서클럽도 많이 생기고 책 내용을 정리해서 올려주는 것도 있는데, 실제로 내 것이 되진 않는다. 직접 읽는 것만이 지름길이다.

-최근 벌이고 있는 ‘행복나눔 1·2·5 운동’에 대해 소개한다면.

이 운동은 변한 시대를 반영한 거다. 과거 산업사회에 펼쳐졌던 새마을운동의 21세기 판이라고 볼 수 있다.

농경사회는 계절에 맞춰 부지런하면 됐고, 산업사회는 근면에 기술이 더해진 시대였다. 이제는 지식기반사회이고 창조사회가 됐다.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대인 거다.

우리나라는 농경에서 산업사회로 가면서 근면·자주·협동을 강조한 새마을운동 정신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고 열정적인 국가로 기적 같은 변화를 경험했다.

그런데 지금은 스티브 잡스의 애플 공격 한 방에 삼성도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국민소득도 2만 불을 기록할 정도로 성공했는데 아무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지식사회에 맞는 정신문화로 바꿔야 한다는 것인데, 그 방법으로 ‘행복나눔운동’이 탄생했다. 개인의 창의성을 높이고 인재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운동이다. 구체적으로 ‘하루에 착한 일 한(1) 가지를 하고 책 두(2) 권을 읽고 감사하는 일 다섯(5) 개를 적자’는 운동이다. 합병되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포스코 ICT가 이 운동을 6개월 했더니 직원들의 표정이 바뀌고 행복한 분위기가 되어서 실제 경영 이익을 봤다고 한다. 그래서 포스코 그룹 전체로 벌일 계획이다. 광양과 포항 등도 이 운동에 참여할 예정이다.

-경기도의 공학이나 과학 등에 대한 지원정책에 대해 조언한다면.

도지사와 31개 시군의 시장 등 리더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기업을 유치하고 기술을 개발해 신성장동력을 만든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산업화시대였다면 그렇게 먹고살 수 있다. 하지만 지식기반사회는 사람이 신성장동력이다.

예를 들어 파주시가 행복해졌다면 돈 가진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곳으로 가서 일하고 살려고 할 텐데, 공장 하나 세우려 하니 서로 이익 따지며 고발하는 상황아닌가.

리더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고 공무원도 도민이 정신적 행복을 얻는 방법을 고민하면 지금 예산의 절반만 있어도 된다. 헌데 이런 것에 관심이 없다.

판교에 1977년에 세운 정신문화연구원이 있는데 지금은 연구도 없이 그냥 낡은 상태로 방치돼 있다.

이런 상황이니 도가 더 빨리 본질적으로 행복한 곳이 될 수 없지 않겠나. 지식사회는 재택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도는 지리적 측면에서도 가장 가능성이 좋은 곳이다.

예로 수원 화성을 정신문화의 장으로 만들어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교육장으로 활용하면 서울과 전국의 대학생이 결국 도로 몰릴 것이다.

이제 이런 생각과 아이디어를 가진 도지사를 뽑아야 한다.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손욱 교수 프로필

1985년 삼성전자 마케팅실장 이사

1987~1995년 삼성전기 기술본부장 상무,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장 전문, 삼성전관 대표이사부사장

1997년 한국전지연구조합 이사장

1998년 삼성전관 대표이사장

1999년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2000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 이사장

2002 한국공학한림원 최고경영인평의회 운영위원장

2003 국가균형발전추진위원회 위원

2004 삼성인력개발원 사장,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2005 삼성SDI 상담역

2008~2010 농심 대표이사 회장

2010.03~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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