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가 축복이 되기 위한 또 한 가지 조건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세계에 유례없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00년에 이미 노인인구가 7%를 넘어 고령화사회가 되었고, 2026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즉 앞으로 15년 후에는 우리나라 국민 5명중 1명은 노인이라는 셈이다.

 

노인인구가 급증한 이유 중 하나는 평균 수명이 연장되었기 때문이다.

 

1960년에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52세에 불과했다. 환갑이면 장수했다고 여겨지던 시대이다. 그러나 불과 40년 후인 2010년에는 평균수명이 80세에 도달했다.

 

이제는 환갑은 누구나 치르는 통과의례로 인생 이모작 시대에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출발점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은 분명 축복할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의 장수에 대한 인식은 의외로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최근의 한 조사에 의하면, 국민 10명중 4명은 오래 사는 것을 축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노년기가 너무 길고, 빈곤과 질병, 소외와 고독감 등의 노인문제가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는 노년기 삶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안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노년기의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물론 건강과 경제적 안정일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는 무엇일까. 나는 외로움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우리 연구원이 실시한 ‘경기도 노인의 생활실태 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 노인의 43%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였다. 특히 16%는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여, 외로움이 노인의 삶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깨닫게 해준다.

 

노인이 외로움을 느끼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혼자 사는 노인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의 노인 단독 가구수는 지난 10년간 2.5배로 늘어났고, 경기도 노인의 약 30%는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다. 경기도 노인 중에서 과거의 대가족과 같이 3세대 이상이 함께 사는 비율은 10%도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우리 국민의 가족에 대한 의식도 매우 달라졌다. 여성가족부의 ‘가족실태조사’에 의하면, 친조부모를 나의 가족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2005년에는 64%에서 2010년에는 23%로 크게 감소했다. 또한 배우자의 부모를 나의 가족으로 인식하는 비율도 2005년 79%에서 2010년에는 51%로 줄었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질병과 빈곤 대책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노인의 소외와 고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다. 과거 대가족 사회에서는 노인에게 확고한 지위와 역할이 있었다.

 

그러나 대가족제도가 사라진 지금, 자식들에게 효만을 강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보다는 지역사회에서 혈연적으로 내 조부모가 아니더라도 이웃의 어르신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로 삼아 함께 교류하고 소통하며 지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현상이 시작된 일본에서는 노인복지관과 어린이집을 함께 설치하여 노인세대와 아동세대가 함께 교류하는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노인의 정서적 고립을 막고 어린이들에게는 노인에 대한 친근감을 형성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매일 아침 함께 마당에서 체조를 하고 서로 별명을 부르며 친밀감을 다질 뿐만 아니라,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활력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독일에서는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사는 공동주택에는 정부가 일정액을 지원하여 준다.

 

공동주택의 노인은 젊은 세대의 아기를 돌보아줌으로써 보람을 느끼고 젊은 세대는 자녀양육의 부담을 덜 수 있어 저출산ㆍ고령화시대의 효과적인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노인의 외로움을 남의 일로 도외시하지 말고 이런 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도입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안태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