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시대, 물과 식량을 확보하라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황하문명, 이집트 문명은 세계 4대 문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문명을 발달시킨 4개 지역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큰 강을 끼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의 데칸 고원에는 성곽에 둘러싸인 ‘다우라타바드’라는 고대 도시가 있다. AD 1327년 인도의 투그룩왕은 수도를 델리에서 이곳으로 천도하기 위해 대대적인 도시건설에 나섰다. 건설이 대충 마무리되어 델리의 전 주민을 새 수도에 이주시키려 할 무렵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늘어나는 인구가 마실 수 있는 물이 부족한 것이다. 왕은 물을 확보하려고 노력해보았으나 강이 흐르지 않는 이상 그것은 불가능 했다. 결국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새 수도의 꿈은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인도가 수도를 옮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물 때문이었다. 세계 4대 문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서울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큰 한강이 있었기에 서울이 수도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 살기 위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식량도 중요하다. 4세기말 로마제국의 속주 북아프리카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로마원로원이 파병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진압군을 보내면 북아프리카 무어족이 곡물금수조치를 취할 것이고 그러면 로마에 기근이 들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래서 스틸리코 장군은 갈리아지방에서 곡물을 확보해 놓은 다음에 반란진압에 나섰다. 이처럼 로마제국은 북아프리카 곡창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곡창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알제리가 지금은 식량의 절반이상을 수입해서 먹고 산다.

 

식량 자급률이 떨어진 지역은 알제리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사상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1990년 70.5%에서 1995년 55.7%, 2005년에는 54%로 점차 내려갔다. 지난해 51.4%를 기록하여 식량자급률이 최저치로 떨어졌고, 이것은 우리 식량안보가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식량의 수요증가 및 기상이변으로 작물생산 상황이 악화된 생산국들이 수출을 제한하는 등 식량의 무기화로 인해 공급량이 제한되었다. 그리하여 수입국들의 식량안보가 위협 받게 될 소지가 있는 상황에 까지 왔다. 한국의 식량 자급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식량안보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기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지금까지는 국가 안보라고 하면 북한의 위협 등 전쟁이 날 경우 어떻게 나라를 지킬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런데 요즘엔 점차 식량문제와 에너지 문제가 국가 안보차원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만약 대규모 기상이변 때문에 국제적으로 식량확보가 어려워지면 어떻게 될까? 우선 곡물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 라면, 빵 등의 생필품 가격도 덩달아 올라가고 전체적으로 물가가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다.

 

그나마 자급자족이 되는 쌀은 좀 낫겠지만 기존의 다른 곡물 대신 쌀알 찾는 수요가 늘면서 결국 쌀값도 폭등하게 된다. 또 사람들이 버는 돈은 그대로인데 식량가격이 오르면 생활비 중 식비 지출이 늘어나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그러다 식량이 바닥나면 사회적 혼란뿐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분쟁이나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현재 대두되고 있는 식량안보시대의 문제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극복할 기술력과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수원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유전자원센터는 미래 식량난 해결과 국부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이다. 센터는 사라져가는 유전자원들의 다양성 보존과 더불어 미래 식량 소재로의 가치에 의미를 두고 현재식물종자, 미생물, 곤충 등 27만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자원과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거나 새로운 기능성 식물 등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수경재배라는 기술을 통해 식량안보시대의 문제점을 해결 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 수경재배는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수용성 성분으로 만든 배양액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방법이기 때문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채소나 작물을 생산 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극 세종기지에 있는 식물공장에서도 수경재배를 이용하여 신선한 야채를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식량안보시대이다. 안정적으로 식량이 확보되어야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계가 변하고 있고 먹거리가 위협받고 있는 현재, 우리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생명공학기술은 이러한 품종개발 연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는 속담이 있다. 물이 고여있으면 썩듯이, 사람도 활동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으면 쇠퇴하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흐르는 물처럼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를 통해 식량 안보시대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녹색기술을 이용한 기후변화 대응, 식량과 물이 확보 된다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해 질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분석개발과 한장호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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