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곡물가, 근본적으로 대처하자

지금 밖에서는 국제 곡물가격지수가 2008년 파동 이래 최고치를 웃돌면서 곡물문제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대체에너지 개발수요 및 축산물 수요가 겹친 옥수수의 예상 재고가 12.8%로, 70년대 초 이후 40년만에 최저치로 예측되면서 수급불안은 더해가고 있다. 곡물수출국을 중심으로 생산면적을 늘리고 있지만 대체에너지 개발수요 증가 및 개도국 축산물 수요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재해가 현실화되고, 제한된 토지나 환경적 요인으로 단기간에 대처가 어려운 곡물문제의 근본적 해법은 없을까.

 

우선 우리 국민들의 식량문제에 대한 인식전환을 주문하고 싶다. 주곡인 쌀의 100%에 이르는 자급률과 재고과다에 따른 수매문제가 매년 이슈화되면서 식량자급에 대한 일종의 착시현상에 빠진 듯하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매년 1천500만톤에 이르는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5위의 식량수입국이며, GMO(유전자변형농산물) 농산물 수입 3위국이다. 주식용 곡물자급률은 55%이지만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6.7%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중 최하위이다. 대외의존도가 높다보니 국제 곡물가 변동에 따라 국내시장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 정부가 2015년 주식자급률 70%, 곡물자급률 30%로 목표치를 상향 조정한 것은 이런 곡물의 안보적 성격을 반영한 것이다. 곡물 원자재의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당장 선진국 진입과 국격을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곡물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의 대응은 매우 전략적이다. 금년 G20회의 의장국인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곡물가 불안이 정치적 동요 현상의 주요인으로 보고, 투명성과 효율적 거래를 위해 G20회의 핵심의제로 다룰 것을 천명했다. 일본도 곡물자급률은 28%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자국 경지면적의 3배에 육박하는 1천200만ha의 해외 식량기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의 곡물메이저에 버금가는 곡물회사를 설립하여 수입량의 70%를 자국 조달시스템에서 공급받고 있다. 중국은 농업·농촌·농민의 삼농 문제 해결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은 없다는 삼농주의 아래 투자 확대로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수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나아가 친환경농업을 통한 품질로 승부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현재 17개국에 69기업이 해외조달처 확보를 위해 진출해 있지만 아직 생산량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곡물의 중요성과 국내 곡물시장을 감안하면 보다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행히 최근 ‘해외농업개발협력법안’이 개정되어 해외진출 계획이 보다 체계화 되었지만 보조사업과 융자지원 부문에서 민간의 투자를 유인하기엔 미흡해 보인다. 국가간의 우호관계 등 리스크가 있는 사업인 만큼 정부의 보다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밀, 옥수수, 대두 등 자급률 0.8~9% 수준의 품목만을 해외에서 생산하면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는 ‘Save and Grow’를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식물자원을 아껴쓰고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지난 수십년간 황폐화된 토양, 생물다양성 감소, 수자원 고갈로부터 지구를 구하자는 뜻이다. 2050년 92억까지 증가할 세계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현재보다 농업생산력이 70% 이상 증가되어야 한다. 우리의 경우 농업기계화 진전 및 농업기술이 발달이 발달했기 때문에 산지와 한계농지를 활용한 사료용 초지조성 등을 고려해 볼만하다. GDP는 40% 증가하면서 탄소배출은 반대로 14% 감소시킨 덴마크의 경험을 빌린다면 성장과 식량문제의 동시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정수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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