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반환의 일등공신 문화유산 보존 위해 노력하자
지난 30일 오후 고 박병선 박사님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셨다. 박병선 박사님에 대한 국가의 마지막 존경의 표시였다. 국민 모두 그 분이 그 곳에 계시다는 것이 마음에 위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외규장각 도서반환이 이뤄지면서 고인이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에는 많은 우여곡절 그리고 국민들로서는 가슴 아픈 일들이 있었다. 평화스러운 조선의 강화도에 프랑스 군이 침입하여 조선 사람들을 죽이고 많은 도서를 불태우고 습탈하여 간 것이 조선왕조 정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 외규장각도서들이다. 고속철을 도입할 당시에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한국의 김영삼 대통령에게 반환을 약속했어도 국립도서관 직원이 반대한다고 하여 우리에게 돌려주지 않았던 책이다. 전혀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습탈한 우리 문화재를 돌려받지 못하는 우리 국민의 가슴은 억울하고 엄청난 좌절감을 맛 봐야 했다.
그 외규장각 도서가 지난 5월에 돌아와서 경복궁에서 성대히 귀환식을 가졌다. 행사가 거행된 경복궁은 솔향기가 누대를 돌고 따스한 봄햇살이 입사귀 마다 반짝이는 분위기 속에서 오랜만에 조선왕조의 위엄이 되살아나는 듯 하였고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참가자들이 우리 문화유산의 향기에 가슴 뭉클한 감동의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모든 영광의 중심과 그 바닥에는 고 박병선 박사님의 끈질긴 집념과 기나긴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사십년 넘는 세월동안 이국땅의 우리 보물들을 연구하고 우리에게 돌아오도록 만들었던 그 장본인이 바로 고 박병선 박사님인 셈이다. 우리는 모두 그 분에게 큰 신세를 진 것이다.
약탈된 문화재의 반환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의 유명하거나 오래된 박물관에 가면 이집트나 다른 고대문명들의 문화유산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발굴한 것도 있지만 많은 것들은 불법으로 약탈되거나 반출된 것들이다. 발굴된 것이라고 하여도 당사국이 요구하면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유네스코의 정신이다. 그런데 반환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아마도 전체의 양에 비해 거의 없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마도 반환한다면 사람들이 유럽의 박물관을 방문하는 횟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 뻔하다. 그래서 각 나라들은 반환의 사례를 만들지 않으려고 별의별 이유와 명분을 만들어 내보내지 않는 것이다.
그 어려운 일을 고 박병선 박사가 해 낸 것이다. 그 분의 정의롭고 애국적인 노력이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을 감동하게 만들어 시민단체가 끈질기고 강하게 밀어붙이고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외규장각 도서를 다시 가져오게 만든 것이다. 결국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박 박사님의 자부심과 더없는 나라 사랑이 프랑스 정부를 설득하는 원천이 된 것이다. 이것은 과거 강대국들의 약탈 문화유산 반환에 획기적인 사례이자 전기가 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고 박 병선 박사의 일생의 집념은 세계사적인 입장에서도 과거의 제국주의적인 잔재들을 청산하는 하나의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돼야 한다.
세계기록유산인 직지의 발견을 통해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한 민족이라는 점을 일깨운 그 분의 뜻은 우리 민족의 저력을 우리에게만 아니라 세계에 알리고자 함이었다. 외규장각의 도서반환 역시 세계문화사회사를 새롭게 쓰도록 만든 것이다. 어제 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된 영결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그 분의 명복을 빌고 우리의 문화유산들이 영원히 보존되고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우리 후손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그분의 문화독립정신을 계승하는 것임을 되새겼으리라 믿는다.
배기동 전곡선사박물관장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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