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장동일 협성대학교 총장

“내실있는 경쟁력 있는 대학 만들고파”

어느 시인은 대학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노래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대학은 어떤한가. 국내 대학들은 온통 정부의 ‘취업률 계산표’와 ‘퇴출’ 이야기에 격앙돼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학사관리, 장학금 지급률, 등록금 인상 수준, 대출금 상환율 등의 평가지표를 잣대로 대학을 평가했다. 많은 대학들이 1차 수시모집을 앞두고 된서리를 맞았다.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못하는 대학을 퇴출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나, 과연 이런 지표가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본질적인 가치를 평가하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인 가운데 장동일(64) 협성대학교 총장의 고민도 깊다. 1984년 협성대에서 교편을 잡은 후 27년간 후학양성에 힘써온 장 총장은 ‘준비된 총장’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지난 5월 취임 이후 협성대가 재정지원 중단 대학 명단에 포함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장 총장은 학교의 미래를 ‘기독교적 영성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글로벌 인재 육성’에 걸고 있다. 임기 4년, 해야 할 일이 부쩍 많아진 그는 지난 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특유의 솔직함으로 그동안의 속내를 털어놨다. 한마디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제7대 총장에 취임해 많은 청사진을 밝혔다. 그런데 취임 후 불과 3개월 만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난관에 봉착했다. 기분이 어땠나.

취임 두달만에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솔직히 힘들었다. 상상도 안했던 일이라 충격이 더 컸다.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이라는 조치는 학교로 봐선 위기임에 틀림없다. 취임 축하 인사보다는 위로를 훨씬 더 많이 받았지만 모두 학교를 걱정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든든했다.

-교수들은 물론, 재학생들에겐 더 큰 충격이었을 거다.

학교 안밖으로 큰 위기였다. 본교는 빚이 1원도 없다. 그리고 적립금도 있을만큼 있고 나쁜지표도 아니었다.

단, 정부의 등록금 안정화 정책에 동조하지 않았던 점은 대학으로서 무사안일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위기일때 개혁이 이뤄진다고 본다. 잘못된 구조와 행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1차 수시 모집을 코앞에 둔 상태라 학생 유치에도 직격탄을 맞은 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 2차 모집에서 상당히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들었다.

발표 시점이 수시 1차 모집기간과 맞물려 애를 먹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입시 경쟁률이 10 대 1을 넘으며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과정이었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수시 1차의 경우 전년도에 11.7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5대 1 이하로 떨어지면 어쩌나 크게 우려했는데 다행스럽게도 8.23대 1로 선전했다. 수시 2차는 16.51대1로 예년보다 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노하우가 뭔가 궁금하다.

특별한 노하우는 없었다. 1차 수시전형의 경우 재정지원 중단 대학 명단 발표 직후라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2차 수시전형 때는 전직원이 힘을 모아 인근 학교는 물론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홍보에 올인했다. 과장은 빼고 협성대만의 장점과 경쟁력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설명했다.

-말씀하신 협성대만의 장점, 경쟁력이 도대체 뭔가.

본교는 5천여명의 학생이 다니는 소규모 대학으로 그야말로 작지만 강한 ‘강소대학’을 추구하고 있다. 저력이 있는 학교인만큼 큰 걱정은 안한다. 이런 때일수록 학교 내실화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취임 후 ‘스마트 캠퍼스 구축’을 중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PC 하나로 건물 출입 인증, 전자출결, 수강신청, 도서 예약 등을 간편하게 할 수 있으며, 교직원들은 전자문서 열람, 전자결제 등을 할 수 있어 업무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학생들은 학내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무선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하고, 실시간으로 대학 정보를 조회할 수 있어 학생행복지수가 상승될 것이다. 이미 스마트 캠퍼스 구축을 위해 신입생과 재학생 전원, 그리고 대학원생과 유학생 전원에게 iPad 2 기기를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 중에는 교과부에 이의 신청을 제기하거나 강하게 반발하는 곳도 있었다. 반면 협성대의 대응은 상당히 조용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먼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협성대학교 이사회 내에는 ‘협성대학교 선진화 위원회’를, 대학 내에서는 ‘협성대학교 위기관리팀’이 구성됐다. 또한 위기관리팀 산하에는 3개의 실무반이 구성돼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위기 극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위기관리팀에서는 지표관리를 위한 각종 대안을 창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체교수회의와 직원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하고, 실천전략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이사회의 ‘선진화 위원회’와 회합을 통해 학교현안을 설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합일점을 도출해 냈다.

이러한 결과, ‘협성 선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외부에 알리기 보다는 내부적으로 위기 대응을 조용하게 진행해 온 것들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교과부 평가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만만치 않았다. 총장 입장에서 억울한 점도 있어 보인다.

이번 평가는 취업률, 재학생충원율, 전임교원확보율, 등록금인상수준 등 8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교과부는 그 중에서 특히 2011년도 등록금을 전년 대비 3% 이상 인상한 대학을 ‘등록금 안정화 미참여 대학’으로 분류해 큰 벌점을 부여했고, 그것이 결정적으로 우리 대학이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포함된 이유다.

따라서 우리 대학이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포함된 것은 경영이 부실해서가 아니다. 대부분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한 2009년도에 우리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했다.

그런 점은 고려하지 않고 2011년도 인상에만 벌점을 크게 주어 평가됐고, 그 결과가 마치 경영이 부실한 것처럼 오도된 점은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

-지난 27년간 후학을 길러내면서 도선관장, 학생처장, 교무처장, 기획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행정통으로 알려져 있다. 위기에 처한 학교를 구할 방법도 남다를 것 같다.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겉으로는 항상 웃고 목소리도 작아 마냥 온화할 것으로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부드러움 속에 숨은 강인함으로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려고 한다.

특히 학내에서도 비인기학과의 정원을 축소하고, 줄여진 정원으로 간호학과, 소방방재학과 등 인기 및 유망학과를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학교 경쟁력 강화에 앞장 설 것이다.

-수도권 소재 유일의 감리교 재단으로서 기독교 명문대학의 장점을 갖고 있다. 협성대, 어떤 학교인가.

1977년 개교한 서울신학교가 모태인 협성대학교는 민족운동의 산실이었던 상동교회가 존 웨슬리의 복음주의 신학과 사회교육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설립한 대학이다. 믿음·사랑·봉사를 실천하며 공동체적 가치와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목회자와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재학생 전체 규모 5천여명에서 알 수 있듯 소규모 대학 이지만 ‘작지만 강한 대학’을 표방하고 있다. 90년대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현재 5개 단과대학, 27개 학과가 있다.

또 2010년도 전국 대학 인문학분야 교수 연구업적의 경우 상위 5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로 대학 경쟁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발전 가능성이 유망한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취임사 중 취업률 7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내용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노력이 뒤따라야 할텐데, 방안은 있나.

본교는 학생들의 졸업 후 취업을 돕기 위해 학생 개개인의 취업역량을 디지털화해 정보를 제공하는 학생경력 관리 시스템, 일명 ‘팝밥 시스템(FABAB : Fly as busy as Bee!)’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학생 기본 인적 사항, 교수 상담 내용 등이 들어가고, 정규교과 관련 활동에는 사회봉사 실적, 현장실습 실적, 명사초청 특강 참여 실적 등이 기재되고, 비정규 교과와 관련해서는 기술역량, 국제화 역량, 직업 역량 등의 프로그램 참여 실적 등이 전산화된다. 뿐만 아니라 자격증·면허증, 공인어학성적 등이 기입되고, 흥미, 적성 등의 결과도 산입되고 구인 구직 정보는 물론 취업뉴스 등이 제공돼 학생들이 손쉽고 편리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현재 학생복지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시스템 구축이 완성되면, 학생들의 취업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결국에는 졸업생의 취업률이 상승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현재 교수 38명을 채용 중인데 그 가운데 10명은 ‘산업협력 중점교수’로 선발할 예정이다. 석·박사가 아니어도 학사 이상의 관련 분야 15년 이상의 전문가를 교수로 모셔 학생들의 취업을 전담케 하고 시간강사의 경우도 산업체 간부 이상의 현장 전문가를 채용해 취업률 제고에 집중할 계획이다.

-임기 중 202개 4년제 대학 중 60위권 이내 대학으로 학교의 위상을 끌어 올리겠다는 약속도 했다. 기대해도 되나.

27년 동안 협성대학에서 일하면서 내 마음속에는 학교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쌓여왔을 뿐 아니라 협성대학의 미래상이 뚜렷하게 자리를 잡았다.

협성의 비전은 영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실용주의 교육을 통하여 취업률이 높은 대학, 작지만 대학 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대학, 외국어 교육이 특화된 대학이다.

이러한 비전들이 실현됨으로써 협성대학교는 전국 200여개 4년제 대학 중, 대학순위 60위권 이내에 진입하는 기독교 명문사학으로 발전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대담=박정임 문화부장

정리=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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