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義人)을 찾습니다

세상이 참으로 혼탁하다. 도처에서 역겨운 냄새가 울어난다. 선량한 시민들은 제가 벌어 제 밥 먹고 사는데도 공연히 화가 나고 속이 상한다. 소위 잘 난 자들의 광란의 춤 때문에 무고한 시민들만 정서적으로 골병이 들어간다.

 

여가 삼아 TV시청을 하기도 꺼려진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우리네 국회 꼴이 하도 가관이래서다. 하루를 열어주는 신문지면은 또 어떤가. 난장판이 따로 없다. 치정에다 벤츠 검사는 뭐고, 막말 판사에 측근비리는 또 뭔가.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제 정신들이 아니다. 내일의 우리사회에 대한 불길한 예감이 번뜻 번뜻 뇌리를 스쳐간다. 대재앙이 닥칠 때는 예비조짐이 있기 마련인데, 근자의 사회상은 미구(未久)의 환란을 예시하듯 심상치가 않다.

필자는 남양주시에서 정의로운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가고 있다. ‘공무원 헹가래운동’이 곧 그것이다. 헹가래란 선한 일을 한 사람은 하늘로 띄워 올리고, 나쁜 일을 한 사람은 옆으로 흔들었다가 땅에 던지는 행위로서 전통적 민속놀이에 뿌리가 있다. 공직을 바로 세우는 왕도는 곧 엄격한 신상필벌(信賞必罰)에 있다. 잘하는 공무원 칭송하고 부패한 공무원은 가차 없이 필벌하면 공직기강은 바로 선다. 그래서 그간 공무원 헹가래 시민운동에서는 정의롭고 정직하고 정도대로 일하는 삼정(三正) 공무원을 선발하여 시상하며 축하공연을 해주었고, 부패한 공무원은 사직당국에 형사고발을 해왔다.

 

비리로 얼룩진 세상

 

이 같은 캠페인을 6년째 해오면서 나는 칠십 평생 모르고 살았던 공직사회의 생리와 행태를 많이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겉보기보다는 부패지수가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조직내부에서는 정의나 감사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더욱 놀란 사실은 정의의 보루여야 할 사직당국이나 사법당국마저 정의가 실종되기 일쑤이고 자의적 독선이 체질화 돼가고 있다는 현실이다.

 

내가 운영하는 이미시문화서원에서는 ‘호국의 불’을 봉안하고 있다. 6.25전쟁 6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6월 25일 화천 비목공원에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진혼예술제를 거행하고, 그 향불을 채화하여 영구히 후세에 계승시키고 있는 성화이다. 요즘은 그 촛불을 갈때마다 아련한 환상에 사로잡히는 일이 종종 있다. 낙화처럼 포연에 산화한 꽃다운 영령들이 준엄하게 우리들을 질타하는 피안의 계시 같은 환청임에 분명하다.

 

‘의이정지’ 정신 필요

‘정말 한심하고 용렬맞은 후손들이군. 앞 세대의 희생으로 밥 세끼쯤 먹게 되니까 제 잘난듯 흥이 나서 온갖 도깨비짓들로 날 가는 줄 모르는군. 천 길 낭떠러지기 앞에서 한치의 앞도 못 본채 하루살이 부나비춤으로 오두방정들을 떨고 있으니, 들어오던 복도 나가고 국운창성의 시운(時運)도 틀어지지 않겠는가. 오 아둔한 후손들이여, 조국의 산하에 뿌려진 선대들의 핏값을 헛되게 하지 말아다오. 그대들의 후손들에게 제발 6.25의 참상과 같은 혹독한 시련만은 되풀이해서 안겨주지 말아다오.’

 

옛말에 따뜻한 마음씨로 주위를 사랑하고(仁以愛之), 정의의 잣대로 주변을 바로잡으면(義以正之) 천하가 화평하게 다스려진다고 했다. 지금 우리사회가 절체절명으로 긴급하게 수혈해야할 덕목은 바로 의이정지(義以正之)의 정신과 신념이다. 정의의 힘으로 나라를 좀먹어가는 공직부정을 도려내고 권력의 오만을 청소해야 우리는 국가와 역사를 지킬 수 있고, 미래의 후세대에게 살맛나는 세상을 물려줄 수 있다. 지성들이 나서고 원로들이 수범하고 신념있는 지사(志士)들이 앞장서야할 계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모두 청사초롱 불 밝혀들고 의인(義人)을 찾아 광장으로 나설 때다. 그 만큼 지금 사회가 중병을 앓고 있다.

 

한명희 이미시문화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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