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원’, 이 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 중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꿈의 영역과도 같은 말이다.
보험업계에 몸담은 지 2년 남짓만에 연봉 1억원을 이뤄내고 세계 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 : 백만불원탁회의) 회원이 된 정재웅 미래에셋생명 SFC(30·경기도 구리시)는 그래서 더욱 남달라보인다.
처음부터 쉬운 길은 아니었을 거다.
그와 함께 일을 시작했던 동료 25명 가운데 지금껏 살아남은 사람이 고작 2명이라는 것만 봐도 보험·재무설계라는 일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에게 비결을 물어봤더니 ‘허허허’ 너털웃음에 “어쩌다보니…”란다.
한번 흘겨봐주고 진지하게 다시 물으니 장난기 가득했던 웃음이 사라지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인정하고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을 갖고 부딪혔어야 할 사회의 편견과 벽을 허물고 자신이 원하는 걸 얻어낸 자신감이 느껴졌다.
■긍정은 나의 힘
“목표를 정해 놓고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는 것처럼 이뤄나가는 걸 좋아해요. 하나씩 성공할 때마다 내 자신에게 ‘지금까지 잘 해왔구나’, ‘정말 노력 많이 했구나’ 칭찬해줄 수 있으니까요”
동그란 얼굴, 서글서글 눈매, 웃음기 가득한 입가, 재웅씨의 첫인상은 ‘세상을 참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이었다.
울산 출신인 그가 고향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홀홀단신 서울로 떠나와 보험업계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 것도 ‘긍정’의 힘이 작용해서다.
“울산에서 나름 알아주는 괜찮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보험일 시작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의아하게 보기도 했지만 전 자신있었어요.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었거든요”
그가 보험계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3년전 폐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병간호를 하면서 만난 젊은 부부였다.
어머니와 같은 병실이던 그 젊은 부인도 암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았는데 보험도 준비 안돼 있는데다 모아둔 돈도 없어 항암치료 한번을 맘편히 받지 못하고 허무하게 세상을 뜬 것이다.
재웅씨는 “인생관이 바뀌니 직업도 바꾸게 됐다”고 했다.
“손 쓸 도리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남겨진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어머니도 결국 돌아가시고 언제 어디서 나한테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걸 배우게 된 거죠.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사람이 되자’ 마음 먹었어요”
그렇게 보험계 일을 선택한 뒤 SFC(Special Financial Consultant)라는 명함을 들고 만난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갈 때 그라고 왜 흔들리지 않았을까.
재웅씨는 “처음부터 무리하게 높은 곳을 바라보지 말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마음 먹었어요”라면서 “일주일에 3건씩 계약을 맺는 걸 목표로 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음주에 더 잘하면 돼’하면서 나를 다독였더니 그게 또 되더라고요”라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는 지난해 5월 25주 연속 1주일에 계약 3건을 달성하고 계약부문 동메달을 따냈으며 2011년 1월 전국 미래에셋생명 SFC 6천여명 가운데 91위에 이름을 올리는 실적을 거뒀다.
‘긍정’이라는 무기를 갖고 세상과 맞설 수 있는 힘, 그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을 누비는 유쾌한 보험쟁이
서울 서초동 한솔지점에 근무하는 재웅씨는 서울, 인천, 경기, 부산, 울산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그의 애마인 젠트라X는 2년 동안 무려 12만㎞를 달렸다. 지구를 세바퀴나 돌고온 셈이다. 재웅씨의 철칙은 “가족은 나를 기다려주지만 고객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백 KM를 달려가 고객을 만나고 어렵게 맺은 계약이니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고객 한사람 한사람이 다 소중한 친구고 인연이다.
재웅씨는 “보험이나 재무상담을 하다보면 어려운 주머니 사정이나 건강이야기, 가족이야기까지 나누게 된다”며 “내가 계약하고 싶은 욕심에 무리하게 밀어부치지 않고 고객이 부담갖지 않고 꾸준하게 재무설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한번 맺은 인연을 오래도록 이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웅씨는 3개월에 한번씩 고객들에게 소식지를 돌린다.
어디 주식이 오르고 환율이 어쩌고 하는 어려운 이야기는 쏙 빼고 자신이 3개월 동안 열심히 발로 뛰고 계약을 따내고 새로운 고객들과 인연을 맺은 일, 고객들에게 생긴 좋은 일, 고객 생일 챙기기, 보험금 지급사례 등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끔은 실적이 좋지 않다고 투정부리기도 하고 아내를 닮은 예쁜 공주님이 태어난 기쁜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그래도 전문 재무설계사답게 각종 금융정보와 경제흐름을 파악해 펀드에 가입하는 적시, 돈을 빼야 할 때, 채권형 투자로 갈아타야 할 때 코치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재웅씨는 “보험에 인생을 걸어보고자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시작한 일이지만 내 밥벌이 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고객의 꿈이 이뤄져야 내 꿈도 이뤄진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열심히 뛰는 보험쟁이, 그거면 충분하다”고 예의 그 너털웃음을 짓는다.
■말단 SFC에서 명예로운 MDRT회원으로
재웅씨는 올해 자신이 목표로 했던 첫 관문을 통과했다.
전세계 보험인들에게 명예의 전당으로 인식되고 있는 MDRT 회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어낸 것이다.
MDRT는 전문성과 직업윤리를 갖춘 생명보험 전문가로 구성된 협회로 ‘백만불 원탁회의’라는 이름답게 기본조건으로 연수익 1억원 이상을 올려야 하고 계약유지 등 보험설계사로서 우수인증을 받아야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재웅씨는 “1년 동안 통장에 찍힌 월급을 다 더해보니 1억원이 조금 넘더라고요”라며 “이제 첫 단추를 잘 꿰었으니 MDRT 윗단계인 COT(3억원), TOT(5억원)까지 노려봐야죠”라고 자신한다.
참 쉬운 일처럼 말하는 그가 조금 얄미워보이기는 해도 목표를 이루려고 밤잠 설쳐가며 운전하고, 더 전문적인 SFC가 되려고 공부하고 노력하면서 흘린 땀방울을 알기에 ‘연봉 1억원’이라는 화려함 뒤에 감춰진 그의 진솔함과 유쾌함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글_김미경기자 km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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