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박성배 과천체육회 이사

마음의 고향 山…에베레스트에 오르다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 5대 메이저 마라톤대회 서브 3에 성공한 박성배씨(과천체육회 이사)가 지난해 12월 에베레스트를 등반해 또 한번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박씨는 이미 대학시절부터 주위에서 알아주는 등산 마니아였다. 싫증 내지 않고 끊임없이 산을 탔고, 뭔가 일이 안 풀리거나 고비를 맞을 땐 산에서 마음을 가다듬는 산꾼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산 사람에서 마라토너로 외도하게 된다. 등산으로 다져진 체력 때문인지 마스터스 러너들의 꿈이라 불리는 서브 3(풀코스 3시간 이내 완주)도 쉽게 달성했고 한국인 최초로 세계 5대 메이저대회(보스턴, 베를린, 뉴욕, 런던, 시카고) 서브3 기록 완주도 달성했다.

 

하지만, 박씨는 건각들 틈에서 달리는 와중에도 에베레스트에 대한 동경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5대 메이저 대회를 완주하자 마자, 에베레스트 등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준비를 끝낸 그는 지난해 12월 12일 15일간의 일정으로 떠나는 에베레스트 원정팀에 참여했다.

 

원정팀 일행은 박씨를 포함해서 5명, 그리고 현지에서 고용한 ‘스태프’가 9명이나 됐다. 길 안내를 맡은 세르파 3명(일행 중 사진작가가 고용한 개인 세르파 1명 포함), 쿡(요리사들) 5명, 수송인 1명과 야크 4마리 등이었다. 아무리 험지라고는 하지만 원정팀의 2배나 되는 인원이 투입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행은 12일 네팔 카드만두에 도착했다. 여정은 루크라-팍팅-남체-탕보체-페리제-로부제-고락셉을 거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뒤 칼라파타르에 올라 에베레스트를 감상하고 하산하는 것이다.

 

박씨는 다음날 경비행기를 타고 루크라(2800m)에 도착, 에베레스트 등반을 시작했다. 팍딩(2천600m)까지 비교적 완만한 코스를 걸으며 히말라야 경치를 감상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또 팡보체 거쳐 페리제까지는 산행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일행들은 해발 4천m가 가까워지면서 고산증세를 겪기 시작했지만 박씨는 고산지대에 빠르게 적응해 갔다.

 

에베레스트 8일째 4천 910m 고봉(로부제)을 무리 없이 올랐다. 많은 원정팀들이 이 고봉에서 고산증이 심해져 포기한다고 한다. 9일째 5천m 이상 고산지대로 진입했다. 고락셉(5천170m)을 경유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캠프(5천364m)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칼라파타르 정상 도전위해 원정팀과 네팔행 결심

고산증에 숨이 ‘턱턱’…5천m 훌쩍넘는 高峯올라

그는 “원정팀 팀원들은 매우 지쳐 있었지만 마라톤으로 다져진 체력 때문인지 고산지대에 들어서도 걷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 했다.

 

10일째 되던 날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계획이었으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선 에베레스트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딱히 오래 머물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에베레스트의 뒷동산 격인 칼라파타르에 오르는 일정으로 재조정 됐다.

 

오랜 시간을 걸쳐 칼라파타르 정상에 올랐을 때는 그 웅장한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고 한다.

 

그는 “손에 닿을 듯 펼쳐진, 그러나 도저히 잡을 수 없는 거대한 그림 에베레스트. 그 거짓말 같은 풍경을 감상하고 발길을 돌려 내려왔는데 지금도 환상적인 풍경을 잊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박씨는 칼라파타르에서 내려오는 일행들과 합류해 하산하면서 한 가지 진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번 산행의 주역은 원정팀이 아니라 길을 안내한 세르파, 식사를 준비한 쿡, 야크를 몬 수송인, 롯지(일종의 고산지대 간이 민박집)를 운영하는 현지인들이라는 것을, 그들이 주역이고 우리는 조역이었다는 것입니다.”

글 _ 과천·김형표기자 hp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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