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의 공직생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활기차게 생활했던 시절은 동장으로 근무하던 때다.
일선 현장에서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찾아가는 행정 서비스에 일조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꾸준히 쌓아온 행정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 뿌듯했다.
동장의 위치에서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해보면 동장은 지역주민과 가장 가까운 접점에서 무엇이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헤아려 치유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잊지말고 온화한 봉사자로서의 덕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 주민센터는 지역주민이 가장 가깝고 친근하게 이용하는 관공서이기 때문에 따뜻하고 친절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외적으로는 주민화합과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행정기관과 지역주민이 하나가 되도록 돕고 실핏줄과 같이 조직돼 있는 여러 자생단체를 활성화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지역발전에 헌신봉사 할 수 있도록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격려하는 일이다. 더 나아가 동장이 인지한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융합될 수 있도록 지도 아닌 지도를 한다.
예를 들면 각종 정책방향, 주요인사의 방문활동, 동네 자랑거리, 자매결연사업, 아름다운 선행사례, 주요사업결과 전달 등이다. 동네의 유익한 정보는 애향적 관심과 동기를 유발하고 한마음으로 뭉쳐져 큰 힘으로 나타난다.
동장이 또 해야 할 일은 관할 지역을 매일같이 순찰하는 것이다. 이것은 눈비가 오나 날씨가 춥거나 덥거나 상관없이 한결 같아야 한다.
그 목적은 각종 쓰레기가 깨끗이 수거되었는지, 공공시설물은 안전하게 보존되어 있는지, 유해환경은 없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 있다. 문제의 원인이 된 장소를 잘 살피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동 주민센터는 최 일선의 행정기관이다. 정부와 주민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만나는 장소이자 매개체가 되는 곳이다. 동네 구석구석에 쌓인 잘못된 문제는 없는지 수시로 파악하고 바르게 개선하면서 쾌적하고 안락한 주거환경을 만드는 그 중심에 동장이 있다.
순찰할 때에는 지역주민과 공손히 인사하고 교분을 나누어야 한다. ‘인사가 만사’인 것이다. 상대의 안부를 묻는 것이 어찌 아니 고마운가? 그래서 먼저 인사를 하면 격이 무너지고 열린 마음이 된다. 그래서 환한 인사는 인간관계 형성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지역소식과 지방시책 등을 자연스럽게 홍보하고 지역여론을 수렴한다. 정담을 나누다보면 어느새 주민과 친숙하게 되고 인간적인 사이가 된다. 모두 소통이 낳은 소중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흔히 지방공무원의 꽃은 사무관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역설적이긴 하지만 여기에 하나 덧붙이고 싶다. 사무관 보직의 꽃은 구군단위 과장이 아닌 동장(洞長)이라고 말이다. 과장은 보조기관으로서 단체장의 의사결정 지원과 보좌이지만 동장은 단위조직의 CEO로서 다양하고 폭 넓은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장의 직책보다 서열이 낮지만 이것 또한 야전 기관장인 동장이 더 우선하는 조직서열과 문화가 자리 매김 되는 변화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행정직 위주로 편성된 동 주민센터 구성원을 직급 및 직렬에 관계없이 확대해 단위조직의 특성과 구조를 이해하고 다양한 행정 경험을 갖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구군 단위 기능과 역할이 계획집행 및 처분행정이라면 동 주민센터는 주민과 함께하는 나눔행정이고 공급행정이며 화합행정이다. 동장은 그 선두의 기수이다.
김낙중 인천 동구 지적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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