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사전적인 의미로 아주머니를 친숙하게 부르는 말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줌마’라는 단어는 억척스럽고 수다스럽고, 때론 뻔뻔스러움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이런 아줌마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고 이 시대를 이끄는 여성파워를 입증해보이고 있는 단체가 있다. 바로 (사)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다.
하지만 단체의 역량이 커질수록 이금자 회장의 주름살은 깊어지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행주치마에 돌을 날랐던 여성들이 국난극복에 큰 힘이 됐던 것처럼 도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아중마들을 한데 모아줄 ‘경기도여성의전당 건립’ 추진이 쉽지않아서다. 예상은 했지만 난데없는 복병을 만나 연초엔 몸져 눕기까지 했다.
지난 달 28일 수원 호텔 캐슬서 열린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정기총회서 만난 이금자 회장은 “도 단위 여성단체와 시·군지회에서 전당 건립기금을 기탁하는 등 모두가 힘을 보태고 있는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게느냐”며 낙관했다.
-경기도여성의전당 건립을 추진한 지 2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어느 정도 진전됐나.
전당 건립은 경기여협이 1985년 창립된 이래 가장 큰 숙제였다. 2009년 1월 신년인사회에서 경기여성들의 ‘집을 짓자’고 다짐한 후 2009년 10월 ‘전당 건립 기금마련을 위한 명사초청 음악회’를 시작으로, 2010년 가방판매 등을 통해 수익금을 모금하고, 전당 건립운동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했다.
소속 도여성단체와 시·군지회에서도 바자회와 먹거리장터, 찻집운영, 떡국판매, 가방판매 등을 실시해 얻은 수익금을 건립기금으로 보내주며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경기도간호사회가 건립기금으로 3천700만원을 기부하는 것이 총회에서 통과됐다고 한다. 국가가 어려울 때 독일서 외화를 벌어들인 애국의 간호사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자를 돌보며 받은 월급의 일부를 전당 건립기금으로 내준다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진다.
-국회까지 찾아가 여성의전당 건립 지원을 위한 조례 문의부터 ‘벽돌 한장 쌓기 운동’, ‘명사초청음악회’ 등 건립기금마련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고군분투한 것으로 안다.
현재까지 여성단체를 지원하는 조례도 없고, 그렇기에 처음부터 맨손으로 시작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정부와 국회에 경기여성의전당 건립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억수같이 쏟아붇는 폭우 속에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국회를 다녔다. 도여성단체를 도와주려고 하는 국회의원들은 몇 명에 불과하고, 임기 막판의 국회의원들은 지역예산을 챙기느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4억원이 통과됐음에도 부결된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일각에선 무리한 사업추진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경기여협은 1985년 각기 다르게 활동하던 단체들이 모여 결성된후 어느덧 28년이 됐다. 타 시·도가 부러워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회원 50만명을 자랑하지만 마음놓고 사용할 수 있는 사무실이 없다는 건 부끄러움이었다. 만인이 동의하고, 찬성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고 그 현실속에서 최선책을 찾아 경기여성들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또한 그 꿈을 이루기 의해 추진된 방법들에 대해 일부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경기여성의전당이 만들어지기 위한 산고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정부와 경기도의 재정적 지원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사업아닌가.
사실이다. 비영리 법인이 스스로의 자금만으로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떻게 여성단체 회원들의 힘으로만 큰 꿈을 이루겠는가? 순수여성단체가 ‘벽돌 한장 쌓기 운동’을 벌이며 기금을 모으고 있는데 도와 도의원님들, 기업들이 보고만 계시지 않을 것이다. 여성의식이 있는 도의원님들이 도의회에서 여성단체를 지원하는 조례를 발의하기를 희망하며,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때, 여협 소속 대표 41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갖고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를 두고 아직까지도 지역 안팎에선 여협의 ‘정치성’을 놓고 말이 많다.
나는 경기도 50만 회원의 회장으로 어느 정당에도 가입하지 않고 지역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조용히 여야를 막론하고 지지했다. 또 지금까지는 여성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고 회원단체들에게도 중립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기도여성의전당 건립을 위해 국회와 정부를 오가며 여성의 권익증진을 위해 앞장서줄 의식있는 인물이 간절히 필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했다. 무조건적인 중립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각 정당을 떠나 여성을 위하고, 지역을 위하고, 우리의 목표의식에 맞는 인물이 나타난다면 좋은 성과가 있도록 정치적 목소리를 높여 우리의 몫을 지켜나갈 것이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도발사건에 대해 경기도 31개 시·군 지부 회원 1천200여 명이 모여 ‘북한도발규탄대회’를 개최하고 최근에는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 ‘나는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일명 ‘비키니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등 여성단체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요즘의 세태를 보면 우리가 분단된 세계 유일무이한 국가라는 것을 인식하는 국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주식시장이 널뛰기 하는 전쟁종결 국가가 아닌 언제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전쟁 중단 국가임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국가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다 차가운 바다속에서 비명횡사 했음에도 침묵한다면 아무도 국가를 지키고자 하는 이는 없게 된다. 소위 말하는 걸그룹이나 보이그룹들의 이름은 열명이 넘어도 줄줄히 기억하면서 안타깝게 산화된 연평도 해병들의 이름 하나도 기억 못하는 게 우리 청소년들이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또한, 나꼼수 서명도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들의 비키니 발언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인가’, ‘여성비하 발언인가’를 놓고 보수 대 진보, 진보 대 진보 등 이념적 대결양상으로 확산되는 걸 보며 가슴아팠다. 그동안 나꼼수가 기존정치에 대해 신랄하게 풍자하고 비판함으로써 큰 반향을 일으키고 인기를 끌면서 영향력 있는 매체로서 그에 따른 도덕적·사회적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것을 인식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근에도 여성공천할당제와 관련해 긴급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앞으로도 지역의 현황에 민감하게 반응, 살아 숨쉬는 여성단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그동안 경기여성자원봉사자 경력관리 및 활성화방안 워크숍 등 각종 사업과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이금자경기여성지도자상’ 제정 등 남다른 애정으로 여협을 이끌고 있다.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
지역을 순회하다보면 안타깝게도 여성단체가 열악해 여성단체의 본래 설립취지를 망각하고 권력바람에 휘청이는 경우를 보게 된다. 여성계에 협조적이던 시장·군수를 밀었다가 다른 시장·군수가 선출된 경우 현재의 여성단체 말고 다른 여성단체조직을 결성하거나 기존의 여성단체의 해체를 종용해 선거 후 분열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주관없이 권력을 따라다니는 여성단체장도 문제지만 지자체장들께서 넓은 포용력을 가지고 여성단체를 아우른다면 많은 인적자원들이 모여 화목한 시정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성단체 스스로 주체성을 가지고, 권력 앞에 굴하지 않고 옳은 일에 제 목소리를 내는 여성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회장으로서 강력한 카리스마와 지도력으로 9년째 장기집권에 성공했지만 장기집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9년의 세월이 장기집권이라면 장기집권이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다(웃음). 2002년 11월 취임한 후 보니 여성단체의 재정상태가 마이너스여서 깜짝 놀랐다. 경기도를 아우르는 거대 여성단체임에도 주변여건 상황과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 그것을 극복하는데 몇 년이 걸렸다.
취임 이듬해인 2003년 5월 주변분들과 지역인사를 자문위원과 후원회원으로 영입해 재정을 플러스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정도 재정이 안정돼서는 여성에게 맞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사단법인화를 이뤄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법인설립기금 5천만원을 모으기 위해 발기인을 구성하고 이사회와 31개 시·군을 지회로 조직해 2004년 5월 18일 사단법인 허가를 받았다.
조직안정과 양성평등 사업, 일·가정양립 모색 세미나, 여성활동가 워크숍, 자원봉사자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면서 내실화를 기하는 한편 단체의 위상을 높이는 데 앞장섰다. 일련의 일들을 처리하다보니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남은 기간동안 임기안에 경기여성의전당이 건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올해 여협의 핵심사업이 궁금하다.
전당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그동안 모성적 봉사활동이나 무임금노동으로 자기희생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여성자원봉사를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려 한다. 더 나아가 자원봉사 경력관리를 통해 자원봉사를 좀더 체계화하고, 자원봉사자들의 자존감을 향상시켜 질좋은 서비스를 지속가능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여성자원봉사자 경력관리 워크숍’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여성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경기여성활동가서번트리더십역량강화프로젝트’도 20회에 걸쳐 진행된다.올해의 특이사항은 23년 동안 개최된 경기도주부의날 기념식이 경기여성의날로 이름을 변경하고 제17회 여성주간 기념식과 함께 개최된다는 것이다. 여성발전유공자를 발굴·시상하고 제27회 경기여성 기·예경진대회 입상자를 표창 격려하는 등 알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대담=박정임 문화부장 bakha@kyeonggi.com
정리=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김시범 부장 sb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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