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초대석] 대한적십자사 인천시지사 황규철 회장

 

“적십자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이제 변화해야 합니다.

 

구호활동 못지 않게 지역 곳곳의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취임 100여일을 맞은 대한적십자사 인천시지사 제13대 황규철(59·경림건설㈜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 2006년부터 대한건설협회 인천시회 회장직을 수행한 건설인이다.

적십자와 인연을 맺은 지 불과 3개월여 남짓이지만, 황 회장에겐 이미 적십자인으로서 갖춰야 할 투철한 봉사정신이 배어 있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시지사 회장 집무실에서 만난 황 회장은 “막연히 좋은 일을 하거나 북한을 지원하는 기존의 적십자 이미지를 벗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적십자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면서 “6천여명의 적십자 봉사원들과 함께 지역 독거노인과 조손가정 등 어려운 이웃은 물론 다문화 가정과 탈북가족들을 돕는데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사각 외로운 이웃 보듬는

생활속의 적십자 만들기 올인

적십자회비 납부율 고작 26%… ‘나눔의 동참’ 절실

황 회장은 “어릴 때 적십자라고 하면 ‘좋은 일 하는 단체’라는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며 “큰 사건 사고 등이 발생할 때면 어김없이 보이던 빨간 십자가가 남을 돕는 것에 앞장서는 적십자사의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동경도 잠시, 회장에 취임하고 나니 현실적인 문제들이 보이 더라는 것. 적십자회비가 26% 밖에 걷히지 않는데다, 쉴새 없이 사무실로 걸려오는 적십자회비 고지서 발송 관련 민원전화는 황 회장에게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현실이었다.

황 회장은 “요즘 시민들이 적십자회비를 잘 내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만큼 적십자의 이미지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적십자 봉사단의 활동이 시민들 곁으로 깊숙히 파고들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해 적십자의 이미지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황 회장 곁에는 6천명의 봉사원이 있다. 황 회장은 그들을 6천명의‘고급 택배원’이라고 부른다.

봉사원들이 기업이나 개인들로부터 후원 받은 물품이나 회비로 사들인 각종 생활용품 등을 지역 내 불우이웃들에게 정기적으로 나눠주고, 그들을 보살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회복지 사각지대를 책임지는 ‘복지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봉사원들이 단순히 물품을 전달해주는 게 아니라 불우이웃들이 끼니를 걱정하지 않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봉사원들이 택배원에서 복지사가 됐을 때, 시민들은 적십자를 다시 동경하고 아낌없이 후원해주리라 믿습니다.”

 

 

봉사 ‘질과 양’ 두 마리 토끼잡기

적십자는 각종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나서는 구호단체다. 재난·재해가 없을 땐 사랑과 나눔의 단체로 활동한다. 황 회장은 올해부터 적십자의 자원봉사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독거노인과 조손가정 등 불우이웃은 물론 다문화 가정과 탈북가족들을 돕는 데 힘을 모으려 한다. 그간 빵을 사서 불우이웃에게 전달했다면, 이젠 봉사원들이 직접 빵을 만들고 그 빵을 포장하는 것까지 모두 책임진다. 또 불우이웃들이 평소 물품 등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파악해 두고 나서, 상황에 맞게 전해주는 시스템도 구상하고 있다.

황 회장은 “매년 실시해온 김장김치 같은 봉사활동은 안 하기로 했다. 김장철만 되면 너도나도 기업 등이 김장만 담가 복지시설 등에 갖다주는데, 그 시설이나 개인에겐 김치 공해일 수 있다”며 “김장할 예산으로 생필품을 사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주고, 더 많은 수시봉사활동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황 회장은 “내 자신부터 넥타이 풀고, 직접 나가 봉사활동을 하며 지역 내 많은 사람이 봉사활동에 동참하고 후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수준 높은 봉사활동을 위해 교육도 강화하고 더 많은 봉사자를 모으는 등 봉사활동의 질과 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향토 기업·시민들 후원이 ‘따뜻한 세상’ 밀알

“많은 자원봉사활동에 목말라 있는 적십자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지역사회의 후원”이라는 황 회장은 “현재 걷히는 회비로는 봉사활동에 한계가 있다. 후원금이 있어야 더 많은 사업을 벌일 수 있고 복지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 지역에 후원금을 내는 사람이나 기업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우리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각종 단체가 모두 이들에게 의지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일반 개인을 위주로 후원자를 꾸준히 모아야지요.”

후원금을 적십자 회비는 도덕적 의무이자 사회안전망 만드는 종잣돈

6천명의 봉사단원과 함께 적십자 브랜드가치 높이기 구슬땀

황 회장은 직접 건설업에 종사하는 지인들을 찾아가 회사, 집에 ‘희망나눔 명패’를 달아주며 후원자로 참여시키고 있다. 이들은 각자 형편에 맞게 매달 3천원부터 많게는 10만~100만원까지 내기로 약속하는 등 꾸준히 후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송영길 인천시장 부인인 남영신 여사를 중심으로 한 자문위원회의 활동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남 여사는 자문위원회의 명예회장이다. 지역 내 기업대표나 국회의원의 부인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나서 바자회 등 활발한 활동으로 수익을 내주면, 그 수익을 뜻깊은 곳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남 명예회장이 정치색 없이 지역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여·야 구별 없이 지역색 없이 인천시민이라는 것 하나로 자문위원회가 뭉쳐 많은 활동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산가족상봉·북한주민 돕기도 추진

황 회장은 하루빨리 남북관계가 풀려 이산가족 상봉이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이산가족들 평균 연령이 80대에 달하는 고령이다 보니, 자꾸 세상을 떠나는 이산가족이 늘어가고 있어서다. “이산가족 모두 헤어져 있던 시간이 60년이고, 인간관계에서 가장 절실한 가족 간의 정을 풀지 못해 한이 맺힌 사람들입니다.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분들은 이런 남북관계 때문에 상봉은 커녕 생사 확인도 못 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애석하겠습니까.” 황 회장은 올해는 적십자를 통한 이산가족상봉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으로 금강산까지 못 가는 분들도 있는데 화상 상봉이라도 이뤄져 그리운 가족을 만나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북한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에도 앞장설 예정이다. 북한 주민들이 굶고 아프고 고통당하는 상황이면 가능한 예산 범위 내에서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은 적십자 본연의 역할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황 회장은 “적십자는 인간의 생명, 건강, 안전에 관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있는 취약계층에 대해 민간수준에서 그들의 고통을 덜고 그들의 생명과 건강을 증진시키는 일을 하는 만큼 인도적 지원은 필요하다”면서 “적십자 본사 차원에서 이뤄지겠지만,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적인 것과 별도로 올해 중 꼭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글 _ 이민우 기자 i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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