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돈의 가치

최근에 가족간의 재산 분쟁을 종종 보게 된다. 주로 과거에는 부모님 재산을 장남이 독차지한 것을 문제삼거나, 딸들이 자기 몫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 같은데, 근자에는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모시고 가서는 재산을 물려주는 유언장을 작성케 한다든가, 심지어는 서류를 위조하여 재산을 물려받으려는 사례들도 보게 된다.

 

물론 심하게는 재산 때문에 부모를 살해한 사건까지도 우리는 가끔씩 접하게 된다. 며칠 전에도 수십만원의 상속 문제 때문에 형제가 갈라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대기업의 상속법정분쟁이 사회 이목을 받기도 했다.

 

과연 돈이란 무엇일까. 사실 돈은 가치를 표창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사회에서 돈은 수단이 아니라, 이제 최대의 목적이요, 최고의 가치가 된 듯하다. 왜 부모를 살해하면서까지 돈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물론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다면, 가능한 논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보다, 명예나 삶의 다른 가치들보다 돈이 소중하다면, 그것을 갖기 위하여 다른 것들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돈이 어떤 역할을 하기에 우리는 그토록 돈을 열망하는 것일까. 절대생계비로 쓰기 위하여? 아니면 추위를 막아줄 옷이 없어서? 아마도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 교육비를 위해서? 그러나 교육을 위해 가족을 해치거나 가족관계를 단절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그렇다면 다른 사람보다 더 우월한 생활을 위하여?

돈이 삶의 목적이 된 사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더 생각해 보면, 우리는 돈을 적절한데 사용하기 위하여 욕심을 부린다기보다, 상대적인 우월감을 갖기 위하여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우월감은 그를 존재케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계급제 사회에서 계급은 하위계급에 대한 우월감이었고, 우월감이야말로 그 계급의 자존이었을 것이다.

 

현대는 계급이 없어진 사회이지만, 우리는 또 다른 의미의 계급의식을 갖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돈 있는 계급과 돈 없는 계급. 또 돈 있는 계급에서도 돈이 매우 많은 계급과 돈이 조금 많은 계급. 이렇게 되면 돈은 계급의 기준이 되고, 추구하는 목적 그 자체가 된다. 상위계급으로 군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돈은 삶의 표준이 되고, 삶의 의미가 되며, 삶의 양식이 된다.

 

그러고 보니 가족관계를 깨뜨리면서까지 돈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그 돈이 없으면, 나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목적이 돈을 지배해야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돈만으로 과연 풍족하고 풍요로워질 수 있을까. 돈이 과연 가장 소중한 가치일까. 아무 문제없던 가정에 로또가 당첨되면서 가정이 산산조각으로 파탄나는 예도 보았고, 평안했던 형제에게 상속재산이 생기면서 폭력다툼으로까지 번지는 예도 있었다.

 

돈은 절대적으로 유용한 것이지만, 그만큼 사악하다. 의미를 잃은 돈은 처치곤란한 쓰레기가 될 수도 있고, 욕심에 눈이 먼 돈은 비수가 되어 우리 가슴을 찌를 수 있다. 물질적 풍요가 당연히 정신적인 안락이나 기쁨을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반면 마음속에 진정한 기쁨과 정신적 안정을 가질 수 있다면, 물질적 빈곤은 그리 큰 불편이 아니다.

 

돈은 하나의 수단이 되어야 하고, 보다 가치있는 목적이 오히려 돈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이 돈이 아니라, 돈이 수단이 되어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지는 그런 날이 올 수는 없는 것일까.

 

이재진 변호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