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유엔 총회 다음으로 큰 국제회의로 기록되는 이 정상회의에는 세계 53개국 정상과 UN,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한 4개의 국제기구 대표가 참가할 예정이다.
참가국의 인구 총합 전 세계의 80%, 경제규모(GDP) 총합 전 세계의 95%에 이르는 말 그대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이다.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되게 된 것은 9·11 테러 이후 세계지도자들이 핵 테러를 인류평화를 위협하는 최고 위험요소로 간주하면서 부터이다. 특히 9·11테러 피해국인 미국이 적극적이었는데 2002년 12월 ‘대량살상무기 저지를 위한 국가전략’, 2003년 5월 ‘확산방지구상’, 2004년 2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를 위한 제언’과 같은 일련의 조치들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4월 5일 프라하 연설에서 ‘핵안보’를 주축으로 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장하면서 국제적 공감대를 얻어, 2010년 4월 12~13일 47개국 정상과 유엔, IAEA, 유럽연합(EU) 등 3개 국제기구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에서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됐다.
그런데 핵무기 보유국도 아니고, 국제사회에서 군사강국으로 자리매김을 한 것도 아닌 우리나라가 이번 ‘2012 핵안보정상회의’와 같은 비중 있는 국제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지난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간과할 수 없는데, 우리는 2010년 G20 정상회의에서 ‘개발의제’를 제안하면서 선진국과 비선진국 사이의 중요한 가교역할을 담당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국제사회는 다시 한 번 우리나라가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또 원자력발전국과 비발전국과 같은 다양한 국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효과적인 국제협력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담당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원전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원자력 및 원전산업에 많은 기술을 축척해 왔고, 지난해 47조에 해당하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출을 이뤄냈는가 하면 총 200억 달러에 달하는 터키원전사업협력이 지난 2월 5일 재개되기도 했다.
자원의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대체에너지 개발 연구가 이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원전기술을 낳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의 평화적 핵 이용의 모범적인 측면이 핵안보 분야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받고 있는 북한과 극적으로 대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명암이 분명한 한반도의 상황은 핵안보의 중요성과 평화적 핵 이용의 가능성에 대해 다른 어느 나라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으며, 바로 이러한 점이 한국이 전 세계 각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이번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 개최하게 된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의 국익과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의미가 크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안정적인 남·북관계의 유지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평화적 통일을 이루고자 최선의 노력을 해왔으나, 북한은 핵무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억지력을 강화시키려 끊임없이 노력해왔지만 아직까지 분명한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중요성이 전 세계에 부각되고 있다.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다시 한 번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견인차가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권기숙 경기대 교수·㈔국가보훈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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