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복지는 '저출산 해결' 먼저… '복지청사진' 만들어야"
“정부나 지자체가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보편적 복지는 ’저 출산 문제 해결’이다”
지난해 12월 경기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인경석 대표이사는 현재 가장 시급한 복지문제는 출산을 장려하기위한 보육과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100여일이 훌쩍 지난 인 대표는 그동안 재단이 해오던 무한돌봄 센터 지원 업무와 사회적기업지원 업무를 정부와 독립법인에서 각각 실시함에 따라 재단의 새로운 기능이 요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 대표에게 경기복지재단의 새로운 비전과 최근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경쟁하고 있는 복지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어봤다.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기 때문에 스스로 ‘복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하니 정말 만만치 않더라.
50명 정도가 일하는 작은 조직이지만 운영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들어서는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큰 고마움을 느낀다.
워낙 인원수가 적다 보니 한 명만 자기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바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이곳에도 집행부인 경기도가 있고, 특히 지방의회인 경기도의회 등과의 관계도 어려운 것 같다.
▲최근 재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어떤 의미와 목적을 가진 것인가.
- 그동안 일부에서는 무한돌봄센터와 사회적기업지원단이 분리되면서 재단 업무가 줄었고 존립 자체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경기복지재단은 재단이 가진 본연의 기능이 있다.
첫째로는 정책연구기능이고, 둘째는 사회복지시설 지원기능, 셋째는 민간복지활성화이다.
이에 재단 내 3개의 실을 만들어 기획실은 조직경영, 정책개발실은 정책개발, 복지자원지원실은 민간 지원과 활성화 기능을 하도록 조직을 개편했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재단 본연의 기능을 더욱 체계적이고 충실하게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경기복지재단의 중점사업은 무엇인가.
올해 재단은 무한돌봄센터를 ‘종합적 복지센터’로 발전시키는 새로운 모형을 개발해 실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최근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단순히 생계지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의료, 고용, 심리상담, 정신문제 등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또 사회복지시설의 관리 및 운영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이다.
현재는 시설직원의 처우수준이 낮고 능력향상의 기회가 제약돼 있으며 발전전망이 불투명해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실정이다. 이러한 시스템으로는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총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여야가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복지전쟁. 어떻게 봐야 하나.
- 우리나라 복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이다. 선별적 복지란 능력주의 원칙으로 능력이 부족한 이를 엄선해서 정부지원을 하는 것이고, 보편적 복지는 평등주의 원칙으로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복지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복지가 서로 이념으로 싸우게 되면 무조건 ‘보편적 복지’가 이기게 되어 있다. 이왕이면 모두에게 똑같은 혜택을 주면 좋지 않겠는가. 그러나 보편적 복지에는 재원이 많이 소요되게 된다.
때문에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우선순위를 정해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보편적 복지가 시급한 것은‘저 출산 문제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저출산 대책의 효과를 보려면 제대로 된 질 높은 수준의 보육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보육 서비스 확대는 여성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복지 정책이 잘 갖춰져 있는 스웨덴의 경우 아이를 돌보고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수가 많아 전체 여성취업률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 일자리 대책으로 보육정책 만한 것도 없다.
특히 최근 정치권에서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를 두고 논쟁을 하고 있는 등 그 어느 때 보다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렇게 정치권과 사회 각 계층이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 우리나라 복지시스템 전반에 대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복지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도입돼 체계적이지 못하고 허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80년대부터 우리나라 복지는 적용대상을 확대하는데만 집중됐지만, 이제는 정치권에서 즉흥적인 복지정책이 아닌 종합적인 ‘복지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복지 수요에 따른 지방재정 압박, 해소 방안은 무엇인가?
▲복지 수요에 따른 지방재정 압박, 해소 방안은 무엇인가?- 복지사무의 지방이향은 장·단점이 있다. 장점으로는 지방정부의 실정에 맞게 실질적인 기본 방향이 나온다는 것이고, 단점으로는 지역의 제정이나 환경에 따라 주민들이 체감하는 정도의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경기도 주민인데 시·군 재정여건에 따라 수원시민과 동두천시민이 다른 지원을 받게 된다면 또 다른 사회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부담을 줄이려면, 세원의 구조를 바꾸고 지방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기도 역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쉽지 않은 것 같더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세원 자체를 넘겨주고 자치단체에서는 새로운 재원을 개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경기복지재단에서 탄생시킨 ‘무한돌봄’정책. 이 사업의 성공 요인과 개선해야 할 사항은?
- 최근 위기가정의 모습을 보면 단순히 밥걱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생계, 주거, 고용, 심리 등 다양한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무한돌봄은 이렇게 복합적인 문제에 대해 해결하고자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한 것이다. 누구에 의해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탄생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무한돌봄센터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서비스중복 등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어 호응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대로 멈춰서는 안 된다. 현재 무한돌봄센터는 시·군의 읍·면·동에 속한 행정조직이다.
사회복지서비스 전문 요원이 아닌 일반 행정직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전문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
무한돌봄센터는 구성원의 역량 강화와 조직 확대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에 관심이 많은데, 정작 경기도 사회복지공제회는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 현재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월급은 공무원의 70% 수준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종사자들이 월급의 일정부분을 회비로 내기는 사실상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러한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공제회비를 내려면 그만한 혜택을 줘야 하는데, 현재 공제회가 주는 혜택으로는 종사자들에게 어필하기 어렵다.
공제회가 사회복지종사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려면 재정이 넉넉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는 공제회에 예산 지원을 할 수 없게 돼 있어 어려움이 많다.
공제회가 활성화되려면 다른 어떤 사업보다 퇴직연금 사업이 실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노후보장 사업이 실시되지 않으면 공제회가 활성화되기 힘들다.
▲끝으로 인 대표가 생각하는‘복지’는 무엇인가
- 달성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완전한 사회보장’을 달성하는 것이 복지국가가 지향해야 하는 목표라고 생각한다. 대상을 모두 적용하고, 보장을 두루 갖추고, 또 보장이 질적으로 괜찮은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멀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복지선진국이 아니다.
복지 선진국이라고 하면 대부분 국내 총생산 대비 20%가량을 복지에 투자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10% 수준이다.
복지국가가 되려면 복지 예산이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서 돈을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복지와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복지와 경제, 이 경계선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향후 대한민국이 복지선진국으로 갈 수 있느냐를 결정할 것이다.
이호준기자 ho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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