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 개편은 농업인 실익 증대에 초점"
작은 키에 2대8 가르마. 인상 좋은 아저씨. 윤종일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를 만나면 드는 첫인상이다.
그런 그가 농협중앙회의 살림살이를 총 책임지는 전무이사다.
윤 전무는 경기도 출신으론 최초로 농협중앙회 넘버2(부회장급)자리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농협은 사업구조개편이라는 역사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어 농협 내·외에서 그에게 갖는 기대와 관심이 남다르다.
경기일보가 윤종일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를 만났다.
농협중앙회 본사 전무이사 접견실에 만난 윤 전무는 환하게 웃으며 일단 반갑게 기자를 맞이했다.
윤 전무는 이어서 경기지역본부장 시절 있었던 에피소드와 사업구조개편,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일사천리’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전무님 늦었지만,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경기지역본부장 출신으로 경기도에 대해 남다른 애착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지역본부장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이나 사업이 있다면 먼저 말씀해 주시죠.
▲먼저 전무이사 취임축하와 인터뷰를 위해 방문해 주신 경기일보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지역본부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신 김문수 지사님과 경기도 내 기관장님, 농협 조합장님을 비롯한 경기농협 임직원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지역본부장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이 사실 많습니다.
그 가운데 경기미 소비 촉진과 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실시했던 ‘떡 산업 활성화 사업’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경기미로 만든 떡을 대한민국 최초로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 50개 매장에 판매했습니다.당시로선 스타벅스에서 떡을 판매한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 있었습니다.
또 군부대와 학교에 특식으로 떡을 납품해 쌀을 소비하자는 아이디어도 당시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모임’ 회원들과 서명운동을 벌여 국회에 제출하는 등 노력 끝에 큰 성과를 거뒀죠.
경기도와 함께 농업발전 및 지역사회 공헌을 위한 다양한 사업도 기억에 남습니다.
2008년 미국 LA에 경기농협 농산물 820만달러 어치를 수출하는 등 농산물 판로를 다양하게 확대했습니다.경기농협의 신용사업규모도 5년 만에 100% 증가시켜 100조원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농협 사업구조개편이 이뤄졌습니다. 간략하게 농협 사업구조개편의 의미와 과제를 설명하신다면?
▲농협은 1961년 종합농협으로 발족한 이래 지난 50년 동안 농업인, 국민과 동고동락하면서 농업·농촌·지역사회 발전에 이익을 담당해 왔습니다.
그러나 농가인구 감소, 시장개방 확대, 유통업체의 대형화 등 농산물 유통환경의 급변으로 농업농촌의 여건이 악화됐습니다.
농협 주도의 농산물 유통체계 혁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하게 제기됐고 사업구조개편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사업구조개편으로 경제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가 신설되고 중앙회는 두 지주회사를 관리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경제지주는 농업인에게 실익을 주는 판매농협을 구현해 농업인에게 제값을,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할 계획입니다.
경제지주 산하에 기존 경제부문 자회사를 편입하고, 중앙회 판매, 유통 등 경제사업을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이관하게 됩니다.
금융지주는 국내 자본 100%의 토종 금융그룹입니다.
농협은행, 및 농협생명보험 등 금융 자회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협동조합의 수익센터 역할을 수행하고 중앙회는 새농협의 구심체로 중앙회와 지주사의 동반성장을 견인하면서, 농업인과 농축협에 대한 지원사업을 담당합니다.
사업구조개편을 통해 조직은 분리됐지만 농협 테두리안에서 협동조합으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농협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말씀을 들으니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됐는데 앞으로 새농협을 어떻게 이끌어 갈 계획이신지요?
▲농협창립 이래 경기도 출신으로는 최초로 전무이사(부회장)에 취임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습니다.
한편, 농협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점에 중책을 맡게 돼 부담도 됩니다.
농협 사업구조개편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서 농업인과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희망찬 새농협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농업인 및 농축협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농업인 실익지원이 중대되도록 하겠습니다.
농업인의 생산 및 소득증대 사업을 위해 전년 대비 899억원 증가한 8조 1천384억원의 무이자자금 등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자금지원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자금지원심의회에 외부인사 3명을 추가하고, 자금지원 내역을 공개하겠습니다.
지역의 농업·농촌 개발을 위한 직접 지원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농촌 다문화가족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지원과 새농협 전체 조직의 윤리수준을 높이고 청렴한 조직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윤리경영을 적극 실천하겠습니다.
-사업구조개편 초기 무엇보다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조직 안정화 방안은?
▲농협 사업구조개편은 협동조합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고, 신용사업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농업·농촌·농업인을 지속 지원할 수 있는 발전적인 사업구조로 전환시킨 것입니다.
새 농협은 시대변화에 맞춰 농업인, 국민, 고객과 함께 한국 농업 및 국가 발전을 위해 사업구조개편을 하게 된 것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종전과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새농협 정착과정에서 농협 임직원들은 농협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농협인 실익지원과 고객 최대 봉사를 위한 역할과 기능을 다할 것입니다.
앞으로 새농협 조직의 안정적 운영을 통해 농업인과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FTA 발효로 농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농협이 FTA에는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동시 다발적인 FTA체결에 따른 농축산물 시장개발 확대로 농업 생산액 감소 등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농협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FTA 농업협상 진행상황별로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중, 한·중·일 협상에 대비해 농업부문의 민감성 반영을 위한 사전 대책 정책을 건의하는 등 다각적 농정활동을 추진 중입니다.
한· 호주, 한 ·뉴질랜드 협상은 피해가 우려되는 축산, 과수부문의 피해 최소화를 도모하고 있고, 한 EU, 한미 협상은 농업분야 피해분석 및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서용규 농림수산부 장관이 농협조직을 축소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조직 축소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기본적으로 인력 재배치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 무조건적인 조직축소가 아니라 농민들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현장중심의 인력 배치가 필요합니다.
제가 취임 이후 처음 달려간 곳도 용인의 버섯재배 농장 현장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즉각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조치했죠. 그런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슬림화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더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점차적으로 인력 구조를 현장중심으로 개편할 계획입니다.
-농협 역사도 50년을 넘겼습니다. 그동안 성과도, 비판도 많았는데 앞으로 50년을 준비할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새로운 사업, 역할과 관련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농촌경제연구원 조사결과 지난해 농가인구가 처음으로 300만명선이 붕괴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년도 농가인구는 296만5천명으로 지난 30년 동안 70%가 감소돼 농촌이 점점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농협은 농업·농촌의 활력화를 위해 ‘식사랑 농사랑 운동’을 범국민 운동으로 발전시켜 농업인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주 5일제 전면 시행으로 여가시간이 증대되고, 도농교류에 대한 도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간 지속 추진해 왔던 1사1촌 자매결연을 확대하고 농산물 직거래를 증대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하시죠.
▲저는 직원들에게 항상 남의 입장,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주문합니다. 지금까지 맡은 바 일과 과제를 누구보다 성실히 수행하며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고객과 농업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할 때 고객들이 감동하고 수긍하게 돼 있습니다.
농협에 대해 많은 분이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만큼 농협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기대에 부응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선호기자 lshgo@kyeonggi.com
사진= 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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