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열아홉…반쪽은 너무 닮은, 반쪽은 너무 다른
친구들에게 오해를 살만큼 사이가 좋은 이란성 쌍둥이 남매 호야(유연석 분)와 서야(백진희 분).
열 여덟 살이 되던 겨울, 서야는 호야에게 숨겨둔 마음을 고백하지만 당황한 호야는 도망치듯 같은 반 도미(엄현경 분)와 사귀고, 이에 서야도 학교 여학생들의 로망인 몸짱 복싱부 선배 일강(정헌 분)과 충동적으로 사귀지만 곧 헤어진다. 하지만 엇갈린 네 사람의 갈등은 점점 커져만 가고 결국 호야는 갈등에 못이겨 복싱을 시작한다.
터프하고 직설적인 복싱 코치 기주(이영진 분)의 트레이닝으로 어느새 성장한 호야는 신인왕전에서 드디어 일강과 마주하게 된다. 시련의 도피처로 선택한 이성교제인 만큼 네 사람의 관계도는 순식간에 어그러진다.
영화는 두 남매가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서야는“우리 이제 성인이야”라며 결혼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호야는 그런 서야에게 “남자는 있고?”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호야를 바라보는 서야와 그런 서야를 모른척하는 호야.
이처럼 영화에 독특함을 부여하는 건 남매의 사랑이라는 자극적인 소재 때문이다. 이런 금기시되는 소재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성공의 관건. 배광수 감독은 쌍둥이 남매의 사랑이라는 소재에 대해 “그들을 바라보는 감정이 오이디푸스가 아니었음 좋겠다”며 “그저 어리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감정이 드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2009년 인천영상위원회 로케이션 인센티브지원작
이어 “시간이 지나고 성장하면 그런 감정이 없어질텐데 우리는 너무 다른 시선으로 처다 본다”며 “누구와 소통할 수도 없는 현실 속에서 꿋꿋하게 성장해 나가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배 감독은 위험한 소재를 꺼내 들었지만 깊게 파고 들기 보다는 완만한 전개로 소재의 논란을 피해 간다.
결국 남매의 사랑은 어린 시절 멋모르는 청춘에게 다가온 감정의 혼란이자 시련의 시발점일 뿐, 영화는 일파, 이파로 찾아오는 시련들에 초점을 맞춘다. 잇따른 악재 속에 사지로 내몰리는 감정이 들 때 호야는 ‘복싱’으로 자신이 걸어야 할 앞길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영화는 일반적인 성장드라마의 궤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인천국제공항·영종도·운서역·선녀바위해변서 촬영
특히 최근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88세대 청년백수를 연기하며 인기몰이 중인 백진희의 변모가 눈길을 끈다. 청순하고 모범적이지만 당돌한 면모를 지닌 여고생 역으로 분한 백진희는 메인 포스터 속에서 키스신까지 선보여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백진희는 앞서 2008년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로 데뷔해 ‘반두비’의 당돌한 여고생으로 영화계의 주목을 한 눈에 받았다.
이후 ‘어쿠스틱’의 엉뚱한 미래소녀 역할은 물론 ‘페스티발’의 야한 대사와 농염한 연기까지 소화하며 충무로의 차세대 샛별로 입지를 굳혔다. 영화는 지난 2009년 인천영상위원회 로케이션인센티브 지원작으로 당초 ‘호야’라는 제목으로 촬영을 시작했지만 3년만에서야 ‘열여덟, 열아홉’이라는 제목으로 3월 1일 개봉했다.
지난 2009년 9월, 11월, 12월에 걸쳐 총 20여일 동안 공항신도시 내도로 및 내부, 버스정류장, 공항중학교, 공항고등학교, 운서역, 공항철도 차량 내부, 인천국제공항, 선녀바위해변, 영종도 유수지공원, 영종 골프연습장 일원, 영종대교 기념관 등 인천 곳곳에서 촬영돼 인천시민들에겐 친숙한 영화다.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인천영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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