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중요 … 도민이 행복하고 편안하도록 섬길 것"
매월 1회 개최되는 시·군 부단체장 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30일.
이날 경기도청에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연출됐다.
도청에서 모여 진행됐던 회의가 영상회의로 대체, 각 시·군의 부단체장들이 자신의 업무 실에서 모니터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회의와 문서를 줄이고 현장방문과 소통을 늘리자는 경기도의 ‘4G 운동’이 부단체장 회의도 바꿔 놓은 것이다.
이날 영상회의를 주재한 김성렬 행정1부지사는 평소 조직 내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김 부지사는 부단체장 영상회의뿐 아니라 도청 내 직원들과는 유럽식 회의 문화인 ‘브라운 백 미팅’ 실시, 간식을 함께 먹으며 회의를 하기도 한다.
김 부지사의 집무실을 들여다보면 그 흔한 ‘명패’도 찾아볼 수 없다.
공직자라면 형식적이고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버리고 그것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처음 시도된 부단체장 영상회의가 끝난 오후, 행정부지사라는 ‘권위’는 찾아볼 수 없는(?) 그의 집무실에서 경기도청과 공직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공직생활의 철학은 무엇인가?
- 1983년도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을 시작했다. ‘공직’은 성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거룩한 일이라는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불러서 소명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또 공직은 사회적 자본을 키워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공직생활을 함에 있어 단 한 번도 후회를 해 본 적이 없다. 경기도의 공무원들도 이러한 소명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7월 행정부지사로 부임한 지 9개월가량 지났다.
- 경기도는 전국 최대 광역지방자치단체답게 할 일도 많고 둘러볼 현장도 매우 많더라. 그동안 내부적으로는 인사시스템을 개선하고 4G·스마트워크센터 등 일하는 방식을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해 효율적이고 능동적인 방식으로 바꾸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경기도에 올 때 몇 가지 아젠다를 가지고 왔다. 가장 먼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경기도는 현장행정이 많아 실무직 공무원들이 많은데, 이들이 자발적으로 도정에 앞장서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이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현장을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인사’더라.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인사 혁신을 통해 그동안 많은 공무원이 가지고 있던 인사 불만을 없애 보고자 노력했다. 두번째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국정과 경기도정, 경기도정과 시·군 행정이 모두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융합행정’을 실시, 보다 효율적이고 수월하게 공직자들이 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관계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나.
- 사실 정부기관에 있을 때는 지역의 실정을 잘 몰랐는데, 내려와 보니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이대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참 어둡구나 하는 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지방자치는 없고 중앙집권과 지방정치만 있는’실정이다. 지방정치가 나쁜 것은 아니다. 지방정치가 굉장히 발전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해나가려면 인적·물적 자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안 되니 중앙집권만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지방과 중앙이 소통해야 하는데, 현재 유일한 창구는 중앙이 자신들의 필요 때문에 개최하는 회의뿐이다. 회의에 참석해도 정부기관이 지시하는 내용을 듣고 오는 것이 전부다. 지방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창구가 필요하다.부단체장들이 모이는 실무회의만 이라도 해당 시·도로 가서 기 지역의 현안을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현장회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행안부에 건의도 해봤지만 반영되진 않더라.
도내 부시장 부군수 회의도 오늘 처음으로 영상회의를 했다. 그동안 보니 행안부 흉내 내는 식으로 도청에 불러서 하고 있더라. 앞으로는 한번은 영상회의를 하고 한번은 현장으로 나가서 시·군에서 회의를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 경기도 행정부지사로 부임 후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데.
- 동의보감에 보면 ‘통하지 않으면 통한다(통즉불통(通則不痛) 불통즉통 (不通則痛))’라는 말이 있다. 즉 통하지 않으면 아프게 된다는 것인데, 우리 선조는 예전부터 소통을 강조한 것이다. 이곳에 와서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나는 행안부에서 유일하게 인사국장을 2번 했다. 첫 번째 인사국장을 할 때는 성과위주의 인사를 했다. 두번째 인사국장을 할 때는 노사협력과장을 한 이후였는데 제가 만들어 놨던 인사시스템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
왜 직원들이 안 따라주느냐 생각해 봤더니 결국 소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더라.
소통의 키워드는 역시 ‘현장’과 ‘공감’이다. 사람이 문제면 그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찾아가는 인사 상담을 실시하는 것이다. 공감은 역지사지에서 나온다. 역지사지를 통해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공감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직원들에게 내가 끌고 가려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여기 있는 동안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멍석 위에서 신나게 노는 것은 실무직원들이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4G’라는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직은 잘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솔선수범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곳에 처음 와서 한 것이 명폐를 없애는 일이었다.
행정부지사라고 적혀 있으면서 용이 그려져 있더라. 십만원도 넘게 주고 제작했다고 하더라. 이것을 제일 먼저 없앴다. 다른 사람들에게 동참하라고 강요하진 않지만 1~2명이라도 내 모습을 보고 따라해 준다면 좋은 것 아닌가. 작은 것 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날 회의를 들어갔더니 큰물 컵에 물을 담아 왔더라. 볼펜 통도 마련돼 있었는데, 이것을 누군가는 준비했을 것이다. 그 노력이 일 년이 쌓이면 어마어마 한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회의에 볼펜 통도 마련하지 말 것을 주문했고, 물도 작은 컵에 한잔만 준비하도록 했다.
공무원이 인쇄할 때 쓰는 A4 용지가 일 년이면 1인당 35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비용도 다 도민들이 내는 세금이다.
때문에 최근 IT 기기를 이용해 회의하고 있다. 임대해 쓰고 있는데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종이를 낭비하지 않게 됐다.
혁신은 그릇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어떤 이는 형식이 뭐가 중요하냐고 말하지만 형식이 중요하다. 그릇이 달라지면 내용물의 모양도 달라지는 것이다.
목민심서에 보면 ‘의중’이 중요하다고 나와있다. 의중은 솔선수범이다. 공직자들이 작은 것이라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기도내 공무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공무원들에게 항상 ‘3정’을 강조한다. 3정 중 첫 번째는 ‘정확’이다. 자기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면 일하는데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공무원의 정확한 업무처리는 국민의 삶도 개선할 수 있다.
두분째는 ‘정당’이다. 이것은 사무관 이상의 공무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자신이 공직생활을 함에 있어 정당하게 생활하면 항상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생활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정직’이다. 정직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장·차관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정직은 더 강조하지 않아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다.
또 공무원들에게 ‘자즐보’정신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자’는 스스로 공직생활에 자랑스러움을 느끼라는 것이고, ‘즐’은 열정을 가지고 즐거운 직장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보’는 최선을 다해서 자기 스스로 감동을 할 수 있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공직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경기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경기도에 9개월 넘게 일을 하다 보니 알면 알수록 경기도야말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선도하는 일등 선수라는 것을 실감한다. 경제가 어렵고 선거로 사회가 다소 혼란스럽지만, 김문수 경기지사를 보좌해 행정적인 뒷받침을 성실히 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도민들의 생활도 보다 행복하고 편안해 질 수 있도록 공직자로서 즐거운 마음으로 열과 성을 다해 섬기겠다. 애정을 가지고 경기도를 지켜봐 달라.
대담=정일형 정치부장. 사진=전형민 부장. 정리= 이호준기자 ho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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