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오월의 심리학

오월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린이날 행사와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로 5월의 절반이 지나간다. 어릴 때는 어린이날이 주는 즐거움과 부모님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기쁨, 존경하는 은사님을 찾아뵙는 설레임이 있었다. 그때는 오월이 감사의 달이었다.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어린이날엔 다른 집 아이들만큼 추억을 만들어주어야 하고, 아이들의 카네이션을 받아야 하고, 제자들과 점심을 먹어야 하는 날로 바뀌었다. 이제는 오월이 의무의 달이 되었다.

오월하고도 며칠 지나서야, ‘가족의 달’이라고 하는 오월의 의미는 무엇이고, 이 시기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월은 파종의 계절로 씨를 뿌리는 달이며, 동시에 가족의 달이다. 둘이 같이 해석하자면 가족의 마음에 씨앗을 뿌리는 시간이다. 무엇을 뿌리고 무엇을 심어야 하는가?

가족은 공기 같아서 함께 있으면 귀중한 줄 모른다. 때로는 귀찮기까지 하다. 심지어는 서로 원수처럼 생각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식구가 없는 날은 참으로 허전하다. 집으로 들어서는데 “식사는 했어요?”라고 묻는 아내가 없으면, “아빠, 언니가 내 것을 허락도 없이 가져갔어!”라고 소리 지르는 아이들이 없으면, “텔레비전 그만 보고 이야기 좀 하자”는 부모님이 안계시면 온 집안에 불을 다 켜놓고 있어도 허전하기만 하다.

‘가족의 달’ 가족 마음에 씨앗을

가족은 일상의 소소한 일을 공유하기 때문에 오래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일인가를 알아차린다. 그렇기에 옆에 있을 때는 모르지만, 누구 하나라도 없어지면 표시가 금방 난다. 이런 가족에게 무엇을 심어 두어야 하는가?

조엘 오스틴 목사는 자신의 설교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빠와 등산을 간 어린이가 발을 헛딛어 계곡으로 떨어졌다. 마침 나뭇가지에 걸려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산을 돌아 내려오는 사이에 아들은 무서워 소리를 쳤다. 그러자 메아리가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기 시작하였다. “나 좀 도와주세요” 메아리가 응답한다. “나 좀 도와주세요” 아들은 응답만 하고 나타나지 않는 메아리에게 화가 났다. 화가 나있는 아들 곁에 도착한 아버지가 왜 그러냐고 물어본 다음, 이렇게 설명을 한다. “아들아, 이렇게 해 보려무나, 넌 참 멋있는 사람이야, 넌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메아리는 똑같은 말을 아빠에게 들려준다.

그렇다. 가족관계는 메아리와 같다. 내가 보내는 메시지가 결국 내가 받을 메시지이다. 좋은 말을 많이 들려준 부모는 자녀에게서 좋은 말을 많이 받게 된다. 그러나 나쁜 말을 많이 한 부모는 나쁜 말을 듣게 마련이다. 내가 긍정의 메시지를 심어두면, 자녀에게서도 긍정의 메시지가 돌아온다.

이런 맥락에서 오월에 가족들의 마음에 뿌려야 하는 것은 삶에 대한 좋은 기대와 서로에 대한 긍정적 믿음이다. 삶에서 좋은 것을 기대할 때, 좋은 것이 돌아오게 마련이다. 자신과 가족의 삶에서 좋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나쁜 것만을 얻게 된다.

자녀들에게 긍정의 믿음 심어줘야

로저스는 삶의 가치를 감자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는 “감자는 자신에게 주어진만큼 최선의 다해 싹을 틔운다. 감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이 제한되어 있다고 해서, 싹 틔우기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과가 뻔하기 때문에 싹 틔우기를 포기하는 감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녀들의 미래를 바라보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만큼 최선을 다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자녀에 대해 긍정적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여 더욱 성장하도록 지도하기 보다는 ‘누구와 비교해서 더 나은’ 자녀가 되도록 경쟁하게끔 만들 때가 많다.

오월에는 긍정의 믿음과 기대를 심어볼 일이다.

차명호 평택대학교 상담대학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