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과자도 문화 담아야 통해…'아트경영'은 관심이 중요"

‘문화’를 키워드로 내 건 기업인이 있다. 과자 하나에 하나를 더 얹어 주며 고객을 끌기 보단 과자 하나에 문화예술을 더해 주기에 경제계에선 그를 아트경영인으로 부른다.

‘국악한류’와 ‘조각의 시대’를 꿈꾸며 아트경영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윤영달(67)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그는 회사 전직원과 세계에 자랑할 한국 문화 부흥의 디딤돌이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함께 조각을 하고, 창을 배우고, 시를 쓴다. 참으로 독특한 행보다.

지난 21일 오후, 양주시 장흥면 송추 유원지 인근 약 100만평 규모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복합문화공간 ‘송추아트밸리’(양주시 장흥면)에서 윤 회장을 만나 그 속내를 들어봤다. 인터뷰 당일에도 윤 회장은 음식점을 매입해 문화예술공간으로 꾸민 아트밸리 카페&갤러리에서 ‘제87회 조각가의 날’을 맞아 국내 조각가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기업인들 사이에서 ‘아트경영’이 새로운 경영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 ‘아트경영’의 선두주자로 해태크라운제과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내용이 궁금하다

과거의 기업은 물건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팩토리’ 개념이었다면 21세기 기업은 단순하게 물건만 팔아선 생존할 수 없다.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기호를 읽어내야 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해야 한다.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문화’다. 화장품, 컴퓨터, 자동차, 휴대폰, 의류, 아파트, 심지어 과자 한봉지에도 문화를 담지 않고선 소비자들에게 ‘통(通)’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특히 제과전문그룹인 크라운해태제과의 경우, 지난 2005년 제과업계 4위였던 크라운제과가 업계 2위였던 해태제과를 인수해 국내 식품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출범한 토종제과기업이다. 두 가족이 한지붕 아래 살게 된 만큼 경영자로서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꿈과 행복을 제공하는 과자를 만들고 싶었다. 이러한 생각이 ‘아트경영’으로 이어진 것 같다. 아직은 ‘아트경영’이 다소 낯설 수도 있지만 분명한 건, 기업 경쟁력 제고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고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모차르트, 바흐 등의 고전음악을 들려주며 만든 크래커나 과자 포장박스마다 명화엽서를 넣은 ‘오예스’ 등이 유명하다. ‘과자와 예술’과의 만남이 예상보다 큰 반응을 얻고 있다고 봐도 되나

국민들이 즐겨 먹는 ‘오예스’의 경우 회사 매출 1위의 효자 상품이다.(하하) 일반적으로 과자는 90%가 충동구매다. 요즘 먹을 게 없어 과자를 찾거나, 배가 고파서 과자를 먹는 이는 드물다. 과자를 입으로 먹는 시대는 갔다. 과자는 추억이 담긴 하나의 콘텐츠다. 그렇다면 천 원짜리 과자의 시장가격이 정당성이 있느냐라고 질문했을 때 원가와 상관없이 무언가 더 얻어주어야 한다. ‘과자+α’라고 했을 때 ‘α’가 바로 아트다. 명품도 좋은 재료와 디자인에 아트가 덕지덕지 들어간 것이다. 잃어버린 아이들의 꿈을 되찾아 줄 수 있는 과자, 느끼고 즐기는 과자를 만드는 게 회사가 추구하는 바다.

-항상 강조하는 ‘AQ경영(Artistic Quotient ·예술가적 지수)’의 실체는 뭔가

지난 2004년 12월 해태제과 인수를 한달 여 앞두고 양사의 임직원을 진정한 한 가족으로 묶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그러던 중 옛 선비들이 혼자 하기는 어려운 공부를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서로 격려하고 정진해 나가는 동문수학의 정신을 착안해 사내 종합 교육 프로그램으로 ‘AQ 모닝아카데미’ 도입했다. 올해 초 200회를 돌파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국악, 클래식, 문학, 예술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예술가적 지수가 업그레이드 됐다. 크라운해태제과 임직원들은 주말에 아트밸리에서 공병과 나뭇가지, 폐철근, 돌 등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들고 이를 전시하는 AQ체험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또한 회사의 ‘AQ경영’ 일환이다. 국가 경쟁력도 AQ에서 나오고 회사의 경쟁력도 AQ에서 온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효과는 있나

‘AQ 경영’을 통해 임직원에겐 창조의 감성적 에너지와 소통의 문화를, 고객에겐 감동과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효과라면, 과자 많이 팔고 있다.(하하) 우리 회사는 제품광고를 안한다. 대신 전액 ‘AQ마케팅’에 투자하고 있다.

-그 동안 다소 소외됐던 분야인 조각과 국악을 비롯해 문화전반에 걸친 폭넓은 예술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사람들은 음악하면 서양음악을 생각하는데 이는 맞지 않다. 국악을 한다고 하면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의 음악인 국악이 문간방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 수천년 동안 한민족의 DNA에 각인된 국악이야말로 고객들의 감성을 일깨우고 소통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술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참고로 난 물리학 전공자로 음악을 공부한 적이 없다. 그리고 과자나 조각이나 모두 3차원이라는 통하는 구석이 많다. 조각은 회화만큼 알아주지 않는 반면 만들기 어렵고 지원과 후원이 많지 않아 조각가를 후원하게 됐다. 매주 월요일은 ‘조각가의 날’, 금요일은 ‘국악의 날’로 정해 조각가, 국악인들과 소통하고 아이디어도 얻고 있다. 

-그 가운데 유흥지라는 인식이 강했던 송추 일대 모텔을 매입해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공간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송추아트밸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송추아트밸리가 들어선 땅은 30여 년 전에 선친이 매입한 땅이다. 약 100만 평쯤 된다. 송추는 계곡이 좋아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족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러브호텔과 카페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옛 정취를 잃어버리고 퇴색해버린 지 오래다. 현재 아트밸리에는 직원들이 참여해 창작한 조각작품들을 활용한 산책로와 등산로를 조성해 일반 고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으며 그 중 동락도와 낙락도는 일반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산책로 중 하나다.

모텔을 개조해 만든 ‘우리가락배움터’는 락음국악단 연습공간이자 일반인들에게 국악의 우수성을 알리는 공간으로 변신했고 입주작가 아뜰리에인 ‘스튜디오 준과 피카소’에는 20여명의 작가들이 입주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도 일주일에 3일은 송추아트밸리에서 머무를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다 들었다.

송추아트밸리는 제2의 집무실이나 마찬가지다. 일반인들을 위한 조형예술 감상장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창작지원장소뿐만 아니라 전시와 공연관람에서 어린이 체험학습과 숙박까지 가능한 종합예술단지를 최종 목표로 삼고 가꾸어 나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단기간에 완성할 수 없겠지만 다음대로 어어져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할 것이다.

아트밸리로 인해 양주의 관광지형이 바뀌고, 지역 상권에 생기가 도는 것을 요즘 서서히 느끼고 있다.

-특히 ‘락음 국악단’을 창단, ‘대보름 명인전’, ‘창신제’를 개최하는 등 유독 국악 관련 아트경영이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IMF 시절, 부도가 나고 우연히 대금소리를 듣게 됐는데 가슴이 먹먹해졌다. 대금 연주의 일인자, 이생강 명인을 찾아간 적도 있다. 힘든 시절 대금소리를 들으며 희망을 꿈꿨다.

2007년 4월 ‘즐겁고 행복한 음악예술’이란 의미로 락음국악단을 창단해 민간기업의 순수 후원만으로 운영되는 최초의 국악단으로 기업 메세나 운동의 모범이 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세종문화회관, 서울광장 등에서 창신제를 개최해 오고 있으며 정월대보름에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국악공연 ‘대보름 명인전’을 통해 전통 국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국악은 세계 속의 진정한 한류 문화의 초석이 될 것이다.

-분명한 건 ‘아트경영’에 있어 여타 기업 총수들과의 행보와 달라 보인다는 것이다.

특별한 건 없다. 단지 아트경영은 거창하고 화려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관심이 중요한 것 같다. 그저 금액적인 지원이 아니다. 문화 예술인들과 소통하는 스킨십이 중요하다고 본다. 2010년 2월 대한민국 대표 국악 명인들이 한데 뭉친 ‘양주풍류악회’를 만든 것도 음악인들과 함께 신명나게 우리 조상의 아름답고 소중한 음악을 발전시켜보자는 의미였다.

-솔직히 말해 편하게 금전적으로 지원하면 ‘아트경영’했다고 생색내기엔 충분하다. 너무 어려운 길을 택한 건 아닌가.

일회성에 그치고 마는 금액지원은 지양하고 있다. 특히 문화라는 것은 돈이 많다고 해서 흥하는 분야가 아니다. 세대를 뛰어넘어 끊임없는 관심과 독려가 중요하다. 국악계 슈퍼스타를 꿈꾸는 젊은 국악인들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아트밸리 국악꿈나무 경연대회’와 ‘아트밸리 국악실내악 페스티벌’을 아트밸리 우리가락배움터에서 개최하고 있다. 그야말로 국악 꿈나무를 키우는 일은 시간과 정성이 우선이다.

-그 간의 활동에 대해 지난해 ‘제20회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수상을 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일곱번째 수상이다. 솔직히 기대했는가.

기대는 무슨. 외국상을 처음 받은 거라 턱시도 입고 멋좀 부려봤다.(하하) 앞으로 더 열심히 우리 문화예술에 애정을 쏟으라는 뜻으로 받았다. 부상으로 1만5천 유로를 받았는데 국내 대표 국악 명인들로 구성된 양주풍류악회에 전달했다.

대담=박정임문화부장 bakha@kyeonggi.com

정리=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_김시범기자 sb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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