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머가 필요한 사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현존하는 정치인 가운데 유머 감각이 가장 뛰어난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6월 위스콘신 주 그린베이의 사우스웨스트 고교에서 열린 대중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 남성이 자신을 따라오느라 학교에 결석한 딸 케네디에게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쪽지라도 한 장 써줄까요?”라고 재치있게 말했다. 청중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케네디 선생님께. 결석을 이해해 주세요. 케네디는 저와 함께 있었습니다. 버락 오마마”라고 쓴 쪽지를 그 자리에서 작성해 남성에게 전했다.

인간 사회에는 유머가 있다. 유머가 있기 때문에 여유와 너그러움이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 유머가 없다면 그것은 캄캄한 암흑세계나 다름없을 것이다. 경직되고 불편한 자리에서 터진 하나의 유머가 분위기를 한순간에 전환시킨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뛰어난 유머감각을 지닌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도함으로써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바꾸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웃긴 사람이 아니라 남들이 좀처럼 가지지 못한 큰 재능을 가진 것이다.

동물 사회에는 과연 유머가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풍자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려면 두뇌 회전이 빨라야 되는데 동물의 세계는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언어가 없어서 유머의 전달도 안 될 것이다. 이렇게 따져 보니까 유머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인 것 같다. 인간에게는 유머를 즐기고 음미할 만한 두뇌가 있고 이를 전달 할 수 있는 언어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유머에도 2가지 종류가 있다. 행복한 사람의 유머는 상대를 즐겁게 해 주기위한 익살과 재치로, 모두를 서행복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반대로 불행한 사람의 유머는 도전적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주관적 판단에 의해서만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보내는 유머는 웃기기는 하지만 끝맛이 씁쓸하거나 불쾌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유머 경영(management by fun)’ 이 새로운 경영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유머 경영이란 사원들이 유머 훈련을 받음으로써 직장 내 분위기를 활성화시키는 전략으로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이를 통해 급속히 성장하면서 화제다 됐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21세기형 경영 전략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말에 의하면 ‘웃음은 벽에 막힌 사고방식을 뚫어 주고 상·하간, 부서간 벽도 허물어 준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남을 웃기는 재주를 타고난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본질적으로 기본적인 소질은 갖고 있기 때문에 잠재력을 키워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놀랍게도 유머의 생산적인 효과에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나치였다. 정치 유머가 가진 힘을 두려워 한 나치는 게슈타포 안에 유머만을 감시하는 부서를 따로 설치했었다고 한다. 이렇게 유머의 힘은 큰 것이다. 건강한 사람들의 건전한 유머는 조직 내에 신선함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기발한 착상에 기인한 유머는 경기도내 주요 정책의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다.

꽉 막힌 답답한 환경에서 확 터져 나오는 웃음은 정신이 번쩍 드는 청량제일 뿐만 아니라, 신선한 아이디어로 승화돼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웃기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남길우 경기도청 언론담당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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