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면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공연히 불쾌해지고, 사람들이라도 마주치면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한여름에는 누군가 몸에 손을 대는 것조차 싫어진다. 체온이 난로의 열처럼 느껴진다. 이때는 사람들하고는 좀 멀리 떨어져 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이번 여름에는 진짜 사람하고 가까이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문명이 발달된 이래, 인간은 인간으로부터 멀어져 왔다. 인류사 초기에 인간은 한동안 따뜻한 적도 부근에 인류는 모여 살았다. 외부로부터 자신의 열을 보존할 방법이 없었기에 열이 있는 곳에 살았던 것이다.
일차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의 기술은 인류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 저렴한 가격에 옷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인류를 좀 더 추운 지역까지 진출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인간으로부터 멀어진 것이다.
기술문명 발달이 인간끼리 소통 막아
이후 기술문명의 발달은 인간과 인간의 접촉보다는 인간과 기계, 그리고 다시 기계와 인간의 연계 고리를 만들었다. 인간은 기계를 사이에 두고 만나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인간은 다른 인간과 직접 대화하며, 필요한 것을 나누고, 도움을 주며 살아왔다. 이때 인간은 완전한 존재로서 다른 인간 앞에 존재하게 된다.
기술문명의 발달은 인간이 다른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 도구를 통하도록 요구한다. 휴대폰 없이는 서로 연락하기 어렵다. 과거에 동일한 장소를 공유한 사람끼리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문명이 요구하는 유사한 일을 하는 사람끼리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마틴 부버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와 너”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그것”의 관계로 전락해 버렸다. 인간과 인간이 목적 존재로 만나기 보다는 인간이 수단이 되어 버린다. 인간이 일상적으로 만들어 내는 개념속에 인간의 참 의미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상대편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것은 학생과 학생이 가깝기 보다는 개인적 욕심이나 소유하고 싶은 물건(휴대폰, 유명 운동복 등)을 더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일어난다. 내 옆에 있는 학우가 물건보다 더 중요한 곳에서 폭력이 일어날리는 없기 때문이다.
가정내 불화도 마찬가지이다. 자신과 배우자간의 거리보다는 돈이나 명예, 위신 등이 더 가까운 존재가 될 때 폭력은 일어나게 된다. 사회적 문제도 사람과 사람이 가깝기 보다는 자신이 받게 될 이익이나 이득에 초점을 맞추면 여러 가지 갈등이 야기되게 마련이다.
이번 여름에는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상대편의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며, 상대편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관계가 사회 전반에 퍼졌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를 가깝게 여기고, 상대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사회에서는 모든 만남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욕심이나 욕구, 혹은 물건이 앞선 관계는 나-그것, 혹은 그것-그것의 만남으로 끝난다.
여름을 진짜 시원하게 지내는 방법은 사람과 만나는 일이다. 가식으로 만나 개인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그 사람과 깊이 만나보려고 노력하는 만남은 올 여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를 모르게 할 것이다.
차 명 호 평택대 상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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