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좌승희 서울대 겸임교수·경기개발연구원 이사장

"경제발전 하려면 수도권 규제ㆍ재벌 규제ㆍ반부자 정서 없어져야"

“경제는 민주화의 대상이 아니다.”

각당의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최근 정치권에서는 너도나도 앞다퉈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정의는 무엇일까?. 그리고 경제민주화 정책들이 수행되면 사회적으로는 어떤 파장이 일까?.

지난해 2월까지 제8·9대 경기개발연구원장을 역임한 뒤 최근 경제민주화 문제에 때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좌승희 서울대 겸임교수(경제학·경기개발원이사장)를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좌 교수는 선거 때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핵심 브레인으로 더 잘 알려졌다.

그는 자리가 앉기 무섭게 경제민주화의 유래와 한국의 도입배경, 그리고 부작용 등에 대해 논리정연하게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는 시종일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경제와 정치가 분명히 다른데도 현대의 많은 이들이 경제를 민주주의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부작용에 정부와 정치권, 학계가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현 정부와 학계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 내 ‘경제민주화’의 바른 길을 찾는 공감대 형성에 주저함이 없었다.

■‘N분의 1식’ 경제민주화, 민주주의가 아니다

한국에 경제민주화란 용어가 사용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이 물음에 좌 교수는 가장 먼저 경제민주화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배경부터 설명했다.

한국은 전두환 정부 시절부터 경제정의라는 이름 아래 기업 생태계의 균형을 위한답시고 대기업 규제와 획일적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또,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규제와 획일적 지방육성 정책을 도입하게 된다. 이런 평등주의 포퓰리즘 정책들이 5공화국 정부의 ‘정의사회 구현’이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결국 지난 1987년 헌법 제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 삽입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때 한국은 사회적으로 민주화를 중시하면서 ‘경제정의 실천’이라는 이념이 있었기에 이러한 경제민주화 조항 신설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후 한국은 많은 정책으로 평등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좌 교수는 설명했다. 한국은 또 소득 평등을 비롯한 국민 간 소득분배 형평성과 지역 간 균형발전을 이루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균형을 맞추는데 초점을 뒀다고 한다.

좌 교수는 “한국은 첫째 지역 균형발전, 둘째 기업 균형발전, 셋째 사회 균형발전이란 이 세 가지 이념을 가지고 20년이 넘는 기간에 경제민주화를 해 왔다는 게 내 관찰이다”라고 우리나라의 경제민주화 배경을 되짚었다.

그러면서 좌 교수는 이번에는 경제민주화의 유래에 대해 더욱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는 “경제학자들이 워낙 경제민주화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좌파나 쓰는 말이다. 경제민주화란 용어가 어디서 유래 됐는 줄 아는가?”

민주주의 기본원칙은 1인1표제로 절대적 평등을 이념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정치적 자유와 평등의 실현은 단순히 1인 1표의 절차적 민주주의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누구든지 정치철학적 입장에서는 형식적인 민주주의를 보이는 것이 요즘의 민주의의라는 것. 부유한 사람과 대기업 임원 등 돈 많은 사람이 정치 과정에 부의 힘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선거결과를 바꿔놓는 것이 민주정치의 큰 약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선진국일 수록 정치자금을 누가 더 많이 모았느냐가 정권창출의 성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표심에 그대로 연결된다. 결국, 부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치를 끌고 가기 때문에 민주정치가 왜곡돼고 있다. 이는 실질적인 민주정치가 아니다”라며 경제민주화가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해 말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정치영역에서 통용되는 1인 1표의 민주주의 의사결정방식을 경제생활에도 적용, 모두가 평등한 부와 소득을 누리는 경제적 평등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의 논리인 셈이다.

좌 교수는 자신의 턱을 받치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모든 자본주의 사회는 기업을 배경으로 한다. 부가 창출되는 것이 기업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경제민주화가 들어 온 배경과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서구 선진국은 대부분 경제민주화를 밑바닥에 깔고 있다. 저소득층을 살리려고 재분배에 재분배하고, 이는 곧 사회 복지정책이 경제민주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제민주화는 자칫 위험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좋은 뜻이 풍겨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다. 나는 이렇게 본다. 경제민주화의 배경은 소득을 비롯한 계층의 양극화에서 비롯됐다고. 한국의 논쟁거리지만 양극화가 왜 생기나? 자본주의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냐, 아니면 고질적인 문제인가? 사람들은 민주주의 사회이면서 평등하면 좋다고만 생각하나? 무조건 사람 머릿수 대로 ‘N 분의 1’로 하면 좋은가?...” 좌 교수가 불안한 듯 천장을 바라보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사회는 차등속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찾는다

잠시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좌 교수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80년대 이후에 경제민주화가 이어졌다. 이후에 인류는 아무런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선진국은 재분배 복지정책을 펴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미국은 어렵다. 원인이 무엇인가?

놀랍게도 경제학에서 이 원인에 대해 아무런 규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도 유럽과 차이는 있겠지만, 나름대로 경제민주화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졌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경제생활을 책임지겠다고 야단인데 상황은 더 악화 돼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9%대에서 3%대로 곤두박질 쳤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앞으로 일자리 창출이 더 어려워지고 양극화가 더 심화돼 점점 하향평준화를 보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0%의 성장률을 기록할 때가 오리라고 본다. 경제적 어려움이 닥쳐오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를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이라고만 안이하게만 본다”.

경제민주화의 문제가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는 그는 어느새 목소리가 격양됐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市場)의 원리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끊임없이 성과가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이 시장으로 이 사회는 성과가 좋은 사람과 아닌 사람을 걸러내는 시장의 원리로 돌아가고 있다. 또한, 시장은 경제적 차이와 차등을 만들어 내 경제적 차별화를 통해 경제발전의 역동성을 창출해 낸다. 그래서 경제발전은 바로 경제적 불평등과 경제력의 집중과정을 통해 실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의 차별화 기능과 경제민주화는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다. 결국, 경제민주화는 민주적 평등의 이상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국민의 일할 동기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경제정체를 불가피하게 한다. 따라서 경제민주화가 추진되면 경제발전에 역행하게 되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사회라는 것은 스스로 돕는 자를 선택한다. 또한, 국가는 국민이 ‘도움만 기다리면 안되는 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사회는 발전한다. 그래야, 분배도 개선되고 동반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시장경제의 기본 흐름인 것이다. 그런데 만일 정치가 나서 열심히 하든 게을리하든 모두 똑같이 대접해야 한다고 한다며 경제민주화를 외치면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 시장의 차별화 기능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고, 이는 경제발전에 역행하는 꼴이 될 것이다. 여기에 재분배 복지와 사회정책이 확대된다면 저성장, 실업, 재정 적자의 위험은 증대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삼성을 규제하려면 삼성보다 더 센 기업을 키워라

그는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겠나는 정치권의 포풀리즘 정책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서 기업 규제는 물론 수도권 규제까지 강화한다면 답은 뻔하다. 청년들의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더 하향 평준화될 것이다”고 정치권을 향해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딱 세 가지만 없애라!. 수도권 규제, 재벌 규제, 반부자 정서 없어져야 한다. 재벌 규제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지금 있는 법으로 얼마든지 대기업을 규제할 수 있다. 삼성이 싫다면 또 다른 삼성을 만들어 경쟁을 붙여야 할 것이다. 센 놈만 누르려고 하면 안 된다. 대기업을 키우려면 더욱 강한 대기업을 만들어라. 서울 강남이 꼴 보기 싫다면 울산과 경남에도 서울 강남을 만들어라”고 제안했다.

성장없는 분배, 즉 포퓰리즘적 경제민주화는 양극화를 넘어 국민 모두를 하향 평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좌 교수의 마지막 우려였다.

대담=정일형 정치부장

정리=권혁준기자 kh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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