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조 20년 우정…프로 뺨치는 연주실력
“멤버들과 알고 지낸 지 20년입니다. 연주라는 게 각자의 합(合)이 맞는 게 중요한데 우린 눈빛만 봐도 통하죠.”
애니버셔리는 지난해 7월 결성됐다. 밴드 멤버는 김명식(보컬·36), 최재학(드럼·36), 정용성(기타·35), 김범태(기타·34), 임근효 (베이스·34)씨 등 5명이다.
각자 본업이 있고 어디까지나 취미로 음악을 하는 말 그대로 직장인 밴드다.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이자 선·후배 사이로, 1년에 한 번만이라도 작은 공연을 열자는 취지로 밴드를 결성했다.
이들의 실력은 이미 프로 음악가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하는 등 음악과 인연을 맺은 지 20여 년이 흐른 베테랑들로 밴드를 결성한 지 3개월여 만에 직장인 밴드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실력을 입증 받았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 인천시 남구의 최씨가 운영하는 라이브카페에서 공연 연습을 한다. 연습도중 손님이 들어오면 순식간에 라이브 공연장으로 변하기 일쑤다.
리더 김명식씨는 전국 100여 곳에 가맹점을 둔 발 관리 전문회사의 대표이사다. 김씨는 그동안 야구와 등산, 낚시 등 취미 생활을 찾으려 고군분투했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스트레스도 커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취미 생활에서 흥미를 찾지 못했고, 결국 학창시절 교내 밴드부를 떠올리며 음악을 다시 시작했다.
이후 김씨의 삶은 180도 달라져 활력을 되찾고, 건강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김씨는 “공연 준비부터 끝날 때까지 피곤함의 연속이지만, 몸 상태는 매우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이 본업을 하는데도 분명히 활력소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기타를 맡은 정용성씨도 마찬가지다. 부친에 이어 2대째 인천시 중구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정씨는 손님이 없는 시간 틈틈이 기타 연습에 몰두한다. 심지어 기타 치는 실력에 보탬이 된다며 가위질할 때도 기타를 연상하며 훈련한다. 또 손님의 머리카락을 자르면서도 리듬에 맞춰 특유의 율동을 하는 등 정씨에게 음악은 일상 그 자체다.
학창시절 새로 산 기타를 누군가 훔쳐가 드럼으로 전향했다는 최재학씨는 멤버 중 가장 음악과 가까운 본업을 갖고 있다. 최씨는 인천시 남구에서 라이브카페를 운영하며 손님에게 직접 환상적인 드럼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파주에서 원두커피 로스팅 전문기업 이사로 재직 중인 김범태씨는 왕복 100㎞가 넘는 거리에도 누구보다 연습실을 자주 찾는다. 김씨 역시 학창시절 밴드 활동을 했지만 학업과 직장, 결혼 등으로 10년 넘게 기타를 손에 잡지 못했다. 최근 방송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재능을 인정받는 사람들을 보고 다시 기타를 꺼내 든 케이스.
중소기업 생산직에 근무하는 임근효씨는 학창시절 가장 친했던 김씨가 밴드활동을 하는 것이 부러워 뒤늦게 베이스 기타를 배웠다. 지금은 아내와 두 아들을 공연마다 초대하는 등 누구보다 음악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임씨는 “공연이 끝난 후 한동안 아이들이 장난감 기타를 갖고 저를 따라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감에 젖는다”며 “일은 물론 가정에도 활력을 불어주는 음악을 평생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애니버셔리 밴드는 최근 직장인 밴드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다른 3개의 팀과 함께 8월 19일 서울 홍익대학교 부근 롤링홀에서 자선 공연을 펼쳤다. 공연 비용은 김명식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에서 전액 부담했고, 수익금은 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장애아동시설인 동심원에 전액 기부했다.
김씨는 “단순한 취미생활을 떠나 장애 아동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며 “건강한 음악으로 아이들이 치유될 수 있도록 더욱 연습에 몰두하겠다”고 말했다.
글 _ 인천·신동민 기자 sdm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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