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유형원·박제가 등 조선시대 실학자들의 성지
2012년은 ‘조선 실학의 집대성자’ 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의 탄생 250주년을 맞는 아주 특별한 해이다.
다산은 시대를 앞서간 대학자이자 개혁가이다. 유네스코도 장 자크 루소,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다산 정약용을 올해의 기념인물로 선정할 만큼 정치·경제·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세계적인 인물이다. 탄생 250주년을 맞아 그의 사상과 학문을 기리는 각종 학술 발표와 전시들이 어느 해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중심에 실학박물관(관장 김시업)이 있다. 올 가을에는 다산 유배지를 둘러보며 그의 발자취를 좇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듯하다. 특히 올해 실학박물관은 상설전시실을 전면 개편, 초·중·고등학교 교과서 내용을 중심으로 재구성해 학생들의 견학코스로 제격이다.
정약용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조선후기 실학자들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 실학박물관에서의 하루는 아이들에게 더 없이 특별한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목민심서’·‘열하일기’ 등 전시품 풍성
자연과 역사가 숨 쉬는 곳, 실학연구의 메카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 정약용 유적지 일원에 지난 2009년 10월 개관한 실학박물관은 경기도가 실학사상을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180억 원을 들여 건립한 박물관이다.
다산유적지 바로 옆 4천75㎡에 연면적 2천38㎡ 규모로 상설전시실 3곳과 기획전시실, 80석 규모의 강당, 부대시설 등을 갖춘 실학박물관은 막연하게 교과서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정약용, 유형원, 박제가 등 조선시대 실학자들의 유물을 직접 보고 그들의 사상까지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실학박물관 상설전시실은 △실학의 형성(제1 전시실) △실학의 전개(제2 전시실) △실학과 과학(제3 전시실)이라는 3부로 구성돼 있다.
제1전시실은 조선후기 실학의 형성과 탄생을 다뤘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개혁과 농·상공업의 발전으로 조선사회의 변화된 모습과 중국·일본에서 수용된 서양문물 등에서 형성과정을 찾도록 했다.
특히 실학의 출발로 평가되는 반계 유형원이 조선사회의 개혁 방안을 제시한 책 ‘반계수록(磻溪隨錄)’을 중심으로 초기 실학자들의 개혁론을 조명하는데 역점을 뒀다.
이와 함께 조선의 역사와 지리에 대한 연구서, 한백겸의 ‘동국지리지(東國地理志)’, 조선시대 최대의 조세 개혁인 대동법의 추진을 이끈 조익의 ‘포저유서(浦渚遺書), 북학파 실학자 홍대용이 어머니를 위해 한글로 쓴 여행일기, ‘을병연행록(乙丙燕行錄)’, 중국의 화가인 호병이 그린 김육의 초상화, ‘송하한유도(松下閒遊圖)’ 등 주요 유물이 전시돼 있다.
제2전시실은 성호 이익에서 출발하는 실학을 중농학파·중상학파·실사구시파로 나눠 꾸몄다.
각 학파에 속하는 실학자의 저술과 함께 초·중·고등 교과서 전 과목에 수록된 실학 관련 내용을 추출·정리하고 이를 회화·그림·애니메이션·영상 등을 활용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했다. 이 시대에 형성됐다고 할 만한 ‘조선학’은 역사·지리·언어생활·백과사전으로 세분해 소개한다.
특히 동아시아의 최고의 목민서로 통하는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와 다산의 부국강병의 꿈을 담은 ‘경세유표(經世遺表)’, 박지원이 중국 열하(熱河)까지 몇 천리의 대장정을 쓴 ‘열하일기(熱河日記), 실용의 실천, 이용후생(利用厚生)의 걸작으로 통하는 박제가의 ‘북학의(北學議)’, 고조선부터 고려 말까지의 역사를 정리한 안정복의 ‘동사강목(東史綱目)’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마지막 제3전시실은 실학의 특징 중에서도 ‘과학’이라는 주제를 부각시켰다.
서양과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실학자들이 당시 천문학과 지구의 자전 문제, 구형의 지구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를 각종 천문도와 천문관측기구, 마테오리치의 ‘세계지도’, 정상기·김정호의 ‘동국지도(東國地圖)’와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도 소개한다.
또 동양과 서양의 하늘을 한 곳에 담은 천문도, ‘혼천전도(渾天全圖)’, 박규수가 만든 별자리의 위치를 통해 시간과 계절을 측정하던 ‘평혼의(平渾儀)’ 조선에 전래된 세계지도, ‘곤여전도(坤輿全圖)’ 최한기가 저술한 세계의 자연·인문지리에 관한 책, ‘지구전요(地球典要)’, 이중환이 지은 실학시대의 대표적인 지리지, ‘택리지(擇里志)’ 등 교과서에서만 만났던 주요 저서 등이 전시돼 있어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정약용, 박지원, 박규수, 최한기 등 실학자 가문에서 흔쾌히 소장품을 기증해줘 실학박물관의 전시물이 더욱 풍족해졌다.
박물관을 다 둘러봤다면 바로 옆에는 다산 정약용의 생가까지 둘러보면 더 좋다.
정약용 선생은 ‘마재’로 불리던 이곳에서 태어나 벼슬길에 오르기 전까지 젊은 시절을 보냈으며, 이곳에는 생가와 함께 내외 묘소와 다산기념관, 사당(문도사) 등이 들어서 있다.
‘다산의 경기 투어(Tour)-다산과의 만남’ 프로그램 운영
실학박물관은 다산 탄신 250주년을 기념해 다산사상의 대중화를 위한 지역 순회강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산의 경기 투어(Tour)-다산과의 만남’ 프로그램은 올 연말까지 총 30회에 걸쳐 진행된다.
강좌는 매회 2시간(강의 1시간 + 맞춤프로그램(옵션) 1시간)으로 진행되며 도내 시·군의 주민자치센터, 도서관, 복지시설, 초·중·고등학교 등 20인 이상 단체(기관)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김시업 실학박물관장을 비롯해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조성을 아주대 교수 등 저명한 실학연구자들이 강사로 나서며, 내용은 주로 ‘다산 정약용의 생애와 그의 실학정신’, ‘실학적인 인성 함양’, ‘실학자들의 자녀 교육 및 공부법’ 등 다산 정약용과 실학 전반에 관한 강의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관람안내
·개관시간 : 오전 9시~오후 7시 (평일, 주말 및 휴일)
·관 람 료 : (2012년 1월 16일부터 관람료 유료화 시행)
성인 4천원/초등학생, 군인, 청소년 2천원
유아(0세~7세 이하)는 무료, 경기도민 50% 할인
·위 치 :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27-1
·관람 안내 및 문의 : ☎ (031) 579-6000/6001
교통안내
·대중교통 이용시
△국철 중앙선 덕소역, 도심역, 팔당역 하차→일반버스 2000-1, 2000-2, 8, 167번 환승→다산유적지 입구 하차→도보 약 30분
△국철 중앙선 운길산역 하차→일반버스 56번 환승→실학박물관 하차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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