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동ㆍ여성 대상 범죄 사회적 시스템 마련 급선무”
8년째 성폭력 피해자들을 상담하고 치료하며 법적인 문제까지 원스톱으로 도와주고 있는 경기원스톱 지원센터의 센터의 센터장을 겸한 유희석 아주대학교병원장(57).
그는 “급속한 가족 해체 등으로 도덕적인 교육이 물질적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회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 원장은 국제의료기관 평가기구인 JCI 인증, 기능형지역 암센터 선정 등으로 경기도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는 아주대병원의 비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갔다.
-최근 묻지마 범죄와 함께 성폭행 범죄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데.
수원에서 발생한 오원춘 사건 이후 올해 전국 곳곳에서 살인까지 동반한 잔혹한 성폭행 사건이 비일비재하고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이며, 이는 비단 경찰 등에서만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IT분야 등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이루며, 과거에 비해 물직적으로는 훨씬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센터장으로
2006년 개소 이후 성폭력 피해 등 3천634건 지원활동
전국서 가장 활성화된 기관 평가 ‘대통령 표창장’ 수상
병원장으로
JCI 인증ㆍ기능형지역 암센터 선정 ‘경기도 거점병원’
‘권역별중증외상센터’ 프로젝트 등 병원 발전 모색
그러나 이에 비해 우리나라 고유의 예절과 도덕에 대한 교육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와 가정 등 사회 전반적으로 이 부분은 뒷전으로 밀렸다.
할아버지 등 3~4대가 함께 살던 과거에는 가정에서 이같은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지만, 핵가족화가 되면서 그 기능을 상실했다.
과거 가부장적인 사회가 무조건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지만, 문화적 개방이 단시간내에 이뤄지면서 도덕적 불감증은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 이같은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악어의 눈물’을 흘릴뿐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있다.
가정의 해체 이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보완이 시급한 문제라고 본다.
-성폭력 피해자 등의 지원을 위해 경기원스톱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경기원스톱지원센터는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학교폭력 등 피해자 보호시스템의 부재로 병원과 경찰서 등을 전전하며 고통을 받던 여성 등 피해자를 위해 365일 24시간 상담, 의료, 수사, 법률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 지원하는 기관이다.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아주대학교병원, 경기지방경찰청, 경기도청의 3자 협약을 체결해 2006년 11월 10일에 아주대병원 응급실내에 개소 이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성폭력 633건, 가정폭력 71건 등 현재까지 성폭력 2천949건, 가정폭력 512건, 성매매 36건, 학교촉력 87건 등 3천634건에 대한 지원을 펼쳤다.
상담 지원은 1만6천964건, 의료지원 7천163건, 수사지원 1천307 등 다각적으로 피해자들을 도와주고 있다.
지역마다 각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이같은 지원을 펼치고 있지만, 경기원스톱지원센터는 전국에서 가장 활성화된 활동을 하는 기관으로 평가받아 지난 7월에는 대통령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이 곳의 서비스는 상담 후 피해자 상태에 맞는 의료지원을 우선 진행한다.
이후 24시간 상주하고 있는 여성경찰관이 고소장, 진술녹화 등의 수사지원을 진행하고 피해자 특성에 맞는 사회복지자원연결, 각 지역의 기관과의 연계를 하는 순서로 진행을 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5월 진술조사참여전문인력이 배치돼 아동진술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함께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한국성폭력위기센터, 민변 단체 등과 연계하여 민·형사소송절차도 지원하고 있다.
-아주대병원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는 평이 일고 있는데.
지난해 소말리아 해적에게 심각한 총상을 입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성공적으로 치료한 아주대병원 외상외과와 이국종 교수의 존재가 알려졌다.
아주대병원은 연간 9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 교수가 맡은 중증외상 분야를 계속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돈벌이에 급급하지 않고 사회적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고 재평가받게 됐다.
또한 경기도 최초로 국제의료기관 평가기구인 ‘JCI 인증’을 획득하고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기능형지역 암센터’로 선정되는 등 그동안 준비해왔던 프로젝트가 결실을 냈다.
아주대병원은 이제껏 서울이 아닌 지방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또 경기도 수원지역에 있어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지방과의 역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활동과 대외적인 재평가를 통해 지역사회를 넘어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 결과 병원을 찾는 환자 수도 크게 늘었으며, 앞으로도 더 큰 책임감으로 도립병원이 없는 경기도 내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해나갈 것이다.
-최근 설치한‘웰빙센터’를 소개한다면.
2년 6개월간의 공사를 마치고 지난달부터 진료를 시작한 웰빙센터는 환자의 치료는 물론 건강한 사람의 건강을 더욱 증진시키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
지상 8층 지하 3층 연면적 2만6천12㎡ 규모의 웰빙센터는 11개 진료과와 건강증진센터, 아주스포츠의학센터, 암환자쉼터 등으로 만들어졌다.
웰빙센터는 환자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이 함께 찾는 병원, ‘질병치료’와 더불어 ‘질병예방’ 더 나아가 ‘건강증진’을 위한 공간이 되도록 차별화했다.
특히 심혈을 기울인 암환자쉼터는 수술, 방사선, 항암 치료 등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들을 위해 사회봉사차원의 일환으로 만들었으며, 공식 이름은 ‘아주푸른공간’이다.
병원 내 가장 전망이 좋은 위치에 통유리로 된 창을 통해 밝은 햇살을 한껏 받으며 음악치료, 미술치료, 웃음치료, 운동과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환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암 환자가 서로 고충을 나누고 위로하며 암에 관한 올바른 의학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 아주스포츠의학센터를 통해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등 스포츠의학 전문의가 개인에게 적합한 운동의 종류와 방법, 운동량 등을 처방해 주고,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 아래 치료와 건강증진을 병행하고 있다.
-향후 아주대병원의 비전과 개인적인 목표는.
경기 수원지역은 고속도로가 발달하고 산업체가 많은 특성상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만큼 중증외상환자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아주대는 이국종 교수를 중심으로 외상외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권역별중증외상센터 프로젝트를 수주해 영역을 확대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456억원의 비용이 드는만큼, 이에대한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중외상센터 설립안을 마련해 경기도에 행·재정적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또한 기능형지역 암센터로 선정된 이후 본관의 외래 진료 공간을 암센터나 심혈관센터와 같은 장기별·암종별 기능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지역암센터를 중심으로 장기별 암센터-위암센터, 대장암센터, 폐암센터, 간센터, 유방암센터, 부인암센터와 종양혈액내과를 배치해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이곳저곳을 다니지 않고 한 공간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게하는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지난 1일자로 아주대병원장으로 2년간 연임하게 됐다.
병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여러가지 좋을 결과물을 내고 있지만, 이는 앞선 선배들의 부단한 노력이 이어진 것인만큼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적으론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여긴다.
또한 병원장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학회 등 의학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현재 비뇨부인과 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오는 11월에는 대한부인종양학회 회장도 맡게 될 예정으로 의학에 대한 열정도 이어 나갈 것이다.
의사로서의 길을 가면서 항상 성찰을 해야한다는 ‘의도상성(醫道常省)’을 좌우명으로 삼아 왔으며,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이들도 이런 마음을 간직했으면 한다.
이명관기자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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